대사율·면역력 높이는 효소 암 치료 효과는 제한적

신현종의 癌, 통합기능의학에 빠지다 ⑦

효소 제품엔 효소가 거의 없다. 다소 충격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이다. 효소를 먹고 아토피피부염 같은 난치성 질환을 치료했다는 사람들이 있다. 산야초 효소를 고 암이 사라졌다는 주장을 믿고 효소 만드는 법을 직접 배우거나 효소 제품을 구입해 섭취하는 암환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먹는 효소제품엔 정작 효소가 거의 없다. 사람들이 효소라고 부르는 것 중 대부분은 일반 가정에서 매실을 담그는 것처럼 재료 식물과 설탕을 1대 1 비율로 혼합해 일정 기간 발효 후 숙성시킨 식물발효액이다.

대사율·면역력 높이는 효소
대사율·면역력 높이는 효소

집을 지으려면 목재, 시멘트, 철근, 벽돌 등 건축자재와 작업하는 일꾼이 필요하다. 인체가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미네랄 등의 영양소와 효소가 있어야 한다. 효소는 생명유지 활동을 원활하게 처리하는 일꾼에 비유될 수 있다. 효소가 없으면 우리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100여 년 전부터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효소를 보충하는 효소요법(엔자임테라피,Enzyme Therapy)을 발전시켰다. 기존 연구 등을 바탕으로 효소요법이 어느 정도 건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정리해 본다.


◇ 효소란 무엇인가

과학적인 의미에서의 효소는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많은 생물학적 반응을 자극하고 촉진하는 ‘자연 단백질(엔자임)’과 유기화학에서 물질의 반응을 돕는 ‘화학적 촉매(캐터리스트·Catalyst)’ 두 가지로 나뉜다. 이 글에서 다루는 효소는 자연 단백질이다.

1833년 프랑스의 앙셀름 파옌이 디아스타아제(현재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아밀라아제로 잘 알려짐)라는 효소를 처음 발견했다. 1877년 독일의 빌헬름 퀴네라는 생리학자는 그리스어의 ‘부풀어 오르다’라는 용어를 차용하여 효소에 엔자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효소와 관련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1907년 에드워드 부흐너가 노벨화학상을 받을 정도로, 인류에 있어서 효소와 그 활용은 매우 중요한 분야로 자리매김해 왔다.

효소를 분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유래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체내효소’와 ‘체외효소’로 나뉜다. 현재 알려진 체내효소는 2만 종류가 넘는데, 소화효소가 24종류고 나머지는 모두 대사효소이다. 효소의 종류가 많아야 하는 이유는 각 효소가 한 가지 작업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백질 분해효소는 단백질만 소화시킬 뿐,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소화시킬 수는 없다. 또 체내효소는 평생 생산되는 양이 정해져 있으며, 하루에 만들어지는 효소는 소화와 대사에 나눠쓰인다. 만약 소화 작업을 위해 효소를 많이 쓰면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대사효소가 부족해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그 때문에 음식 먹을 때 소화가 잘 되도록 충분히 씹어야 하고, 식물효소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정크푸드는 대사효소를 고갈시키는 대표
적인 음식이다.


◇ 효소요법의 종류

시중에 판매되는 효소 제품 중 효소 자체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기능성 인증을 받은 제품은 없다. 효소홍삼, 효소인삼, 효소분해 글루코사민, 곡물효소 등은 모두 홍삼, 인삼, 비타민 등의 기능성 성분이 있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 인증을 받았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008년까지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에 대해 임상시험이나 근거 자료를 수집해 재평가했는데, 효소 식품은 효능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못해 건강기능식품에서 제외되었다고 한다. 효소 식품의 주요 효능으로 홍보되는 신진대사기능 증진, 배변 도움 등은 일반적인 효능이지 건강기능식품 효능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식물효소요법과 췌장효소요법이 잘 알려져 있다. 식물효소요법은 신선한 과일과 채소, 견과류 등을 즉석에서 착즙해 식사 대용 또는 식사와 함께 마시는 것이다. 췌장효소요법은 췌장의 추출물을 암환자의 종양에 주사해 치료에 성공한 뒤 본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병원에서는 일부 암환자에게 췌장효소제제를 처방하는데, 이는 우리 몸속의 면역세포들을 활성시켜 암을 제어하는 데 효율적인 보조요법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속 효소는 평생 만들어지는 양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정크푸드를 먹거나 과식을 해 소화에 효소를 많이 써 버리면 대사를 위한 효소가 부족해져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keyword

효소 제품 / 발효 제품
효소 제품 / 발효 제품

효소 제품  곡물 효소, 과일 효소, 동물성 효소 등 효소가 보존된 상태로 가공된 제품과 금방 짠 과채주스, 송아지 생간에서 추출·건조한 췌장효소 제품 등을 말한다. 강산(强酸)이나 고열에 의해 효소의 성분이 바뀔 수 있다.

발효 제품  식물을 발효시켜 얻은 제품. 가정에서 담그는 발효액을 포함해 시중에서 효소 제품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는 대부분의 제품을 말한다. 효소를 거의 함유하고 있지 않지만 인체에 유익한 효과는 있다.


효소 제품의 항암 효과

발효 제품은 물론 효소 제품의 항암 효과는 제한적이다. 제품에 효소가 들어 있다고 해도 섭취 후 소화되는 과정에서 효소 고유의 성분이 사라지거나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품 원재료의 약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일정 부분 효과는 볼 수 있다. 플라보노이드와 폴리페놀류처럼 건강에 유익한 식물 영양소가 들어 있는 제품, 발효를 통해 새로 만들어진 미지(未知)의 유효 성분을 함유한 제품이라면 면역력 향상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암세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

많은 항암제 성분들은 암세포 안으로 들어가 세포 내 신호를 교란시키거나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을 가진다. 반면 효소는 단백질 구조상 세포 안으로 들어가기 힘들다. 특히 식도부터 항문까지 이어지는 소화기 내에서 발생한 암이 아닌 경우, 우리가 효소를 먹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효소는 분자량이 상당히 큰 자연 단백질인데, 그 활성은 산도(pH)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효소를 섭취하면 입(산도 pH7가량)을 거쳐 위(산도 pH2가량)로 내려가는데,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효소는 성질이 변하고 소장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는 게 대다수 식품학자들의 의견이다. 일부 학자들은 “음식물 혹은 수분과 함께 섭취할 경우 산성에 강한 일부 효소는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섭취하는 효소 중 직접적으로 항암 활동을 할 수 있는 효소는 매우 적다.

일부 연구자들이 “효소가 암에 효능이 있다”며 내놓는 연구결과도 100% 신뢰하기 힘들다. 대표적인 연구가 존 비어드 교수의 100여 년전 연구결과인데, 암환자 170명에게 췌장효소를 처방해 암세포의 성장을 늦추고 말기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이용한 효소가 낮은 산도에서도 비교적 잘 버텼고, 효소 자체로도 생존기간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얻은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효소가 암세포를 직접적으로 억제했는지는 알 수 없다. 국가암정보센터 쪽에서도 《암환자와 가족을 위한 보완대체요법 바로 알기》라는 책자를 통해, 효소 요법 자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 및 구체적인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공지하고 있다.

효소 제품, 암환자의 삶의 질 개선 효과
효소 제품, 암환자의 삶의 질 개선 효과

2. 효소 제품, 암환자의 삶의 질 개선 효과

효소는 우리 몸에 들어와 성질이 바뀌기 전까지는 함께 섭취한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다. 암환자는 위의 기능이 떨어져 있고 효소 분비 능력이 줄어 영양분을 흡수하는 양이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효소를 보충하면 영양분 흡수와 신진대사를 높여 항암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구토 증상을 완화하거나 대·소변의 원활한 배출을 도와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효소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원료 성분이 효소에 의해 우리 몸에 흡수되기 쉬운 형태로 바뀔 수 있다. 장내 세균이 우리 몸에 들어온 성분을 더욱 유용하게 바꾸어 주는 것처럼(2014년 12월호 칼럼 ‘장내 미생물로 암치료하는 시대 온다’ 참조), 효소 제품 자체에는 기존 원료에 없거나 함량이 낮은 활성 성분들이 증가해 있어 우리 몸이 암과 싸우는 데 필요한 면역력 강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3. 어떤 식품 성분이 들었는지가 중요

항암 측면에서 볼 때 간과할 수 없는 사항 중 하나가 어떤 식품을 이용해 효소 제품을 만들었는가다. 각종 식품 성분(단일 물질 혹은 혼합 추출물)의 항암 효과는 현재 국내외에서 매우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며, 암 예방이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특히 항암제와 함께 처방했을 때 항암제의 독성을 낮추거나, 낮은 농도에서도 항암제의 효능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결과는 효소 제품이 항암치료에 보조적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준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 중에도 그런 게 있다. 대표적인 게 현미 등 곡류로 만든 효소 제품이다. 현미는 유방암이나 대장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많으며, 특히 암의 전이를 억제하는 효능이 보고되고 있다. 산야초 20여 종에서 얻은 혼합 추출물이 암과 관련된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다만 산야초가 단일 식물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 가지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통칭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산야초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서 어느 암에 더 도움이 되는지 추가적인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4. 미생물 종균 이용한 효소 제품, 건강에 도움

항암 치료를 하는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육류를 적게 먹고 채소와 과일의 섭취를 늘 리는 등 식습관을 바꾸는 사람이 많다. 이로 인해 필수아미노산이 결핍돼 면역력이 약화될 수 있다. 우리 몸을 구성·유지하는 데 중요한 필수아미노산 중에는 육류에 서만 얻을 수 있는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효모 등의 종균에는 채식만으로 섭취할 수 없는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 있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발효시킨 효소 제품을 항암 치료의 보조제로 선택할 경우 식습관의 변화로 인한 불이익을 보전해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효소요법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한 Tip

효소 제품에는 효소와 더불어 다양한 원료가 함유돼 있기 때문에, 해당 성분이 특정 암에 얼마나 효능이 있는지 확인 후 섭취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아무리 식품 유래 자연 성분이라도 섭취량에 따라 독성이 있을 수 있으므로 특별히 병원 치료 기간 중에는 주치의와 상의하는 게 좋다. 우리 몸속의 효소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도 익혀 두자.

1. 소화효소를 다량 함유한 식품을 생식한다. 과채류 특히 무, 참마, 멜론, 키위, 파파야, 매실장아찌 등이 있다. 
2.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 다음날 필요한 효소는 자는 시간에 생산되고 충전된다. 
3. 반신욕 또는 좌욕으로 체온을 높인다. 몸이 차가우면 효소는 일하지 않는다. 
4. 음식을 먹는 순서도 중요하다. 과일·채소·단백질·탄수화물 순서로 식사한다.



신현종

제네신 의학연구소장.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제약회사 한국대표를 역임했다. 의과대학원에서 예방의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분자종양학 연구개발 자문 역과 함께 약물유전체학을 응용한 통합기능의학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2014년도 월간헬스조선
신현종박사 Column List
7월호  미슬토요법
8월호  자연치유력의 회복 ‘해독요법’
9월호  커피관장 디톡스 '거슨요법'
10월호 고용량 '비타민C 요법' 다양한 효능 밝혀졌지만...암치료 유용성 논란
11월호 미래의 '암치료'는 개인별 항암 맞춤의학
12월호 腸내 미생물로 암치료하는 시대 온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
�섎즺怨� �댁뒪 �ъ뒪耳��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