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호자·간병인 없이 입원 가능해
적십자병원은 1905년 고종 황제 칙령으로 처음 설립됐다. 이후 일제강점기, 6·25 전쟁기를 거쳐 우리나라가 가난하던 시절 벽지 순회진료, 구순열 무료 수술 등 소외계층을 위한 인도주의적 의료서비스를 다양하게 펼쳤다. 가장 많을 때는 전국에 16개 병원과 2개 의원,2개의 병원선이 적십자 깃발 아래 운영됐다.
하지만 현재는 서울을 비롯해 인천·상주·통영·거창에 5개 적십자병원과 경인의료재활센터 등 모두 6개 병원으로 운영된다. 누구나 진료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지만, 여전히 소외계층이 많이 찾는다. 이 중 서울적십자병원을 가봤다.

시설·장비 탈바꿈으로 ‘브랜드 업’
서울적십자병원은 228병상에 하루 외래환자 610명 선의 아담한 종합병원이다. 상당 기간 민간 병원에 비해 모든 면에서 노후했지만, 2012년부터 대대적인 시설 개선과 첨단장비 도입으로 현대적인 병원으로 면모를 상당히 일신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의 영상검사장비와 혈액·면역검사기기 등도 최신식으로 교체했다.
올해 들어 의료진의 상당수를 교체해 진료 질도 개선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진료환경 개선의 덕은 여전히 소외계층이 많이 누리고 있다. 서울적십자병원의 평균 병상가동률은 95%로 사실상 입원실 침대가 늘 차 있는데, 지난해 입원 환자의 35%는 차상위계층 의료보호 환자였다.
서울적십자병원에서 환자가 가장 많은 진료과목은 내과와 정형외과다. 어느 종합병원이든 내과 환자가 가장 많은 것은 일반적이지만, 서울적십자병원의 경우 전통적으로 정형외과에 대한 환자 선호도가 높다. 의료소외 계층은 나이 들면서 생기는 척추관절 질환으로 고생해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데, 이런 환자들이 결국 서울적십자병원에 찾아와 치료받는 사례가 많다. 이런 축적된 의술로, 이 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고관절수술 1등급을 인정받았다.
서울적십자병원을 비롯해 전국 5개의 적십자병원에서는 보호자의 도움 없이 입원할 수 있다. 올해 정부가 간병비 부담 절감을 위해 시범실시하는 ‘포괄간호서비스’ 대상 병원으로 선정된 덕분이다. 모든 병상에서 가능하지 않고, 서울적십자병원은 전체228병상 중 50병상, 인천은 156병상 중 30병상, 상주는 225병상 중 20병상, 통영은 96병상 중 24병상, 거창은 93병상 중 12병상에 적용하고 있다.
서울적십자병원과 인천적십자병원에서는 환자 부담이 전혀 없이 ‘보호자 없는 입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나머지 3곳은 하루 의료보호환자는 1만원, 건강보험환자(일반 환자)는 2만~2만5000원을 내면 된다.

서울적십자병원은 저소득층·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과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매년 1만 명 이상 무료진료해 주는 등 다양한 의료지원 활동을 한다. 적십자병원 운영 주체인 대한적십자사는 전국5개 적십자병원에 ‘희망진료센터’를 2012년부터 개설해 운영한다.
탈북자, 다문화가정 구성원, 장애인,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서비스 취약계층 대상이다. 서울적십자병원 희망진료센터는 서울대병원, 현대자동차 정몽구재단과 협력 운영한다. 서울대병원에서 내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가정의학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적십자병원 3층에 마련된 희망진료센터에 매일 번갈아 보내 환자를 본다. 이곳에서 진료받으려면 병원 다문화상담실에서 자신이 진료 및 진료비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희망진료센터 외래진료 결과,적십자병원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고난도 환자는 서울대병원에서 맡는다. 외래진료비,입원비,수술비 등 건강보험 급여항목은 물론 MRI 검사비용 등 비급여항목까지 환자형편에 따라 총 진료비의 50~100% 진료비를 정몽구재단이 지원한다. 보호자 없는 환자가 수술받으면 최장 1주일까지 간병비를 대신 내준다.
지난해 9월 난민지원센터를 통해 서울적십자병원 희망진료센터에 온 30대 외국인 임신부는 태아의 손가락이 6개인 다지증이었다. 이 여성은 서울대병원에서 출산하고, 아기 손가락 수술까지 받았다. 그 밖에 서울적십자병원 희망진료센터 취약계층 산모에게 육아용품을 지원하는‘해피맘 프로젝트’, ‘다문화 가족을 위한 건강교실 및 힐링 콘서트’ 등도 꾸준히 진행한다.
서울 외 4개 적십자병원의 희망진료센터는 지역 특성에 맞춰 운영한다. 예컨데,인천적십자병원 희망진료센터는 장애인 치과진료에 특화했다.
적십자회비 내면 건강검진 우대

적십자회비를 꾸준히 내지 않는 사람이라도 부부나 가족 2명 이상이 같은 날 검진받거나, 본인이 2년 연속 검진받으면 30% 할인받는다. 정밀형 검진은 남성의 경우 기본검진항목과 갑상선초음파검사·체지방측정·정밀안과청력검사가 포함되고, 흉부CT나 뇌CT 중 1가지를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여성은 기본검진항목에 자궁경부암정밀검사가 포함되고, 흉부뇌CT외에 유방·질(골반)초음파 4가지 중 1가지를 다시 선택할 수 있다.
어린이 재활치료 특화한 경인의료재활센터
인천적십자병원 내에는 경인의료재활센터라는 또 하나의 ‘적십자병원’이 있다. 지상 5층, 150병상 규모로 재원은 인천시와 정부가 공동으로 대고, 운영은 대한적십자사가 한다. 교통사고,산업재해, 뇌졸중 등의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환자의 재활치료를 한다.
경제적 이유와 통원의 불편함 등으로 재활치료를 포기한 취약계층 환자의가정을 의료진이 방문해 치료하는 서비스도 있다. 센터 3층에 있는 어린이재활센터는 어린이물리치료실, 작업치료실, 부모대기실 및 상담실, 어린이 낮병동 등을 갖췄다. 운동·작업·인지·언어·수중 치료 등 다양한 어린이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건강보험 급여항목 진료비는 다른 병원과 같지만, 비급여항목은 일반병원보다 최대 50~70% 저렴하다.
월간헬스조선 9월호(104페이지) 에 실린 기사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