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병원' 일반인 진료받을 수 있는 '우리 동네 주치의'

입력 2014.09.15 15:44
- 산재병원에서 이름바꾸고 이미지 개선 노력
- 최신 첨단장비 확충하고 주민과 교류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하던 산재병원이 산재보험 50주년을 맞아 이름을 바꿨다. 예전엔 지역명을 앞세워 ‘OO산재병원’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다르다. ‘근로복지공단 OO병원’이라고 한다. 새롭게 이름을 바꾼 이유는 산업재해 환자만 진료한다는 오해를 벗기 위해서다. 실제로 전국 10개 근로복지공단병원은 일반인 누구나 자유롭게 진료받을 수 있다. 병원마다 장비를 현대화하고 지역주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과연 어떤 곳인지, 전국 10개 병원 중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을 방문해 봤다.


고객감동 의료서비스 급식 사진까지 공개

산재병원이니 환자가 적을 것이란 예상은 바로 빗나갔다. 외래진료가 끝나가는 오후 4시 무렵인데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관계자는 “월요일에는 하루 1000명 가까이 외래환자가 올 정도”라고 설명한다.

외래진료가 끝나가는 오후 4시 무렵에도 로비는 북적인다. 최대 하루 1000명의 환자가 병원을 찾는다.
외래진료가 끝나가는 오후 4시 무렵에도 로비는 북적인다. 최대 하루 1000명의 환자가 병원을 찾는다.(사진=조은선 St.HELLo)
근로복지공단병원은 1977년 탄광지역 근로자를 위해 설립한 태백산재병원이 시작이다. 1994년도에 들어서면서 병원은 한국산재의료관리원이 됐다. 이후 한국산재의료원에서 근로복지공단 OO(지역명)산재병원으로, 지난 7월부터는 근로복지공단‘OO’병원으로 바뀌었다.

‘산재’란 글자가 빠졌다. 일반 지역주민들도 부담없이 오라는 뜻에서다. 이름을 바꾸고 나니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찾고 있다. 실제로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의 일반 환자 비율은 30%에 달한다. 인천산재병원 시절에는 코앞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도 산재병원은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없는 병원이라 생각해, 감기가 걸려도 택시 타고 시내로 나갔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

척추 부상자가 재활치료실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재활전문센터는 인천병원의 가장 특화 분야다.
척추 부상자가 재활치료실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재활전문센터는 인천병원의 가장 특화 분야다.(사진=조은선 St.HELLo)
일반인에게 문호를 넓히려고 이름까지 바꾼 각오답게, 고객서비스도 충실하다. 먼저 거동이 불편해 내원하기 힘든 환자에게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간호사가 집으로 방문하는 가정간호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실 가정간호서비스는 공공병원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든 서비스다. 수익이 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천병원의 가정간호사는 2명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5~8가구를 방문한다.

이 서비스는 “통원이 어려운 고령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평을 듣고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돼 비용도 저렴하다. 일반 환자의 가정을 방문하는 비용은 한 번에 4만5000원인데, 환자는 이중 20%인 9000원만 내면 된다. 나머지 80%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한다. 산재보험 환자는 무료다.

입원 환자의 식단도 온라인에 모두 공개한다.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의 홈페이지에는 공개자료실이 있다. 공개자료실에 들어가 보면 빼곡히 메운 환자급식 사진 게시물이 보인다. 연도와 날짜를 구분해 환자가 그날 하루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빠짐없이 찍어 올리는 곳이다. 공단병원 식사라고해서 결코 허술하지 않다. 냉국이나 팥죽에서 돈부리 덮밥까지 다양하다. 최첨단 장비도 계속 확충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의료장비 구입 예산이 9억원대였고, 올해는 15억원대로 더 많은 예산이 잡혀 있다. 골밀도측정기와 최신형 MRI, 체외충격파쇄석기,디지털X선영상획득장치 등 최근 3년 내 보강한 고가 의료장비만 23대에 이른다.


산재환자 몰리니 재활치료 수준 높아


인천병원의 하이라이트는 53명의 직원이 일하는 재활전문센터다. 재활이 필수인 산재 환자가 많은 만큼 수준이 높다. 3~4평의 공간 안에 기구를 적당히 들여놓은 일반 병원의 재활센터가 아니다. 지하부터 지상까지 각각 목적에 맞는 치료실을 갖췄고, 재활전문센터를 이용하는 환자는 하루 600~700명에 달한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중운동풀에서 재활환자들이 함께 운동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수중 물리치료도 가능하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중운동풀에서 재활환자들이 함께 운동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수중 물리치료도 가능하다.(사진=조은선 St.HELLo)
뇌나 척수 손상의 재활을 위한 중추신경발달치료실, 척추 부상자의 재활과 운동을 위한 근골격계치료실 등은 기본이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동작을 세세하게 회복시켜 주는 작업치료실, 언어 발달을 돕는 언어치료실 등도 갖췄다. 이 곳들은 운동치료뿐 아니라 환자들이 평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기도 하다. 퇴원 후 집에 돌아갔을 때 전자레인지는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냉장고에서 물은 어떻게 꺼내 따라야 하는지 등을 연습해 보는 방도 있다.

눈에 띄는 건 수중운동재활관이다. 재활관으로 들어서면 25m 길이의 거대한 수중운동풀이 보인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수중운동풀이다. 수중운동재활관은 일반재활 환자들이 이 병원을 찾아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됐을 정도다. 수중재활운동은 물론 수중물리치료도 가능하다. 지체장애, 뇌손상, 척추손상, 편마비, 요통, 근골격계 문제 등 수중운동재활관의 쓰임은 다양하다. 5명의 수중치료사가 3~5명의 소그룹 운동부터 10명에 이르는 대그룹 운동을 이끈다.

환자의 신체조건이나 부담감에 따라 풀의 높이를 0.1m 단위로 조절해 1대1 치료를 가능하게 한 곳도 있다. 일반적인 공간에서 재활운동을 하는 것에 비해, 물속에서의 운동은 부상에 대한 공포가 적고, 관절 부담도 낮아 재활에 용이하다.


지역주민과의 교류로 쌍방향 소통

인천병원의 CT장비. 병원은 최근 3년간 23대의 교가 의료장비를 들여놨다.
인천병원의 CT장비. 병원은 최근 3년간 23대의 교가 의료장비를 들여놨다.(사진=조은선 St.HELLo)
각 지역의 근로복지공단병원은 주민과의 교류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천병원의 경우, 지난해 지역 주민 50명이 참여하는 ‘인천병원발전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자문위원회는 입소문 마케팅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자문위원회는 2개월마다 정기모임을 열고 회의를 통해 건의사항을 모아 병원에 전달한다.

병원 역시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다. 최근엔 일반인 접수창구를 따로 만들어 달라는 건의가 통과되기도 했다. 지역주민이지만 병원을 찾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선 의료진으로 구성된 ‘해밀봉사단’을 꾸렸다. 분기별로 직원 30명 정도가 나서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을 돌본다.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은 8월 말 리모델링을 마치며 ‘산재 환자는 물론 동네사람들을 위한 병원이 되자’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월간헬스조선 9월호(100페이지)에 실린 기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