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 바둑·고스톱이 뇌전증 원인 된다고?

입력 2012.10.31 09:14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사] "뇌세포, 특정 자극에 과부하 직접 원인으로 단정하긴 일러"

중년 이후에 고스톱이나 내기바둑을 즐기다 뇌전증 발작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나이 들어 뇌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뇌에 과도한 인지부하가 생기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재미로 즐기는 고스톱이나 바둑이 뇌전증(간질)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허경 교수팀이 고스톱을 치거나 내기 바둑을 두다 발작을 일으킨 뇌전증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다. 이들은 모두 20~40년씩 고스톱이나 바둑을 즐겼으며 평균 나이는 60세가 넘었다. 11세 때 처음 발작하기 시작한 1명을 제외하고는 젊었을 때 발작증상이 전혀 없었고 평균 53.7세에 처음 발작을 시작했다.

뇌세포가 특정 자극을 과도하게 받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으면 발작이 일어난다. 이를 반사뇌전증이라고 하는데, 뇌세포가 제대로 성장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 주로 생긴다. 1990년대 말 일본에서 만화영화를 보던 어린이 수백 명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 일이 대표적인 예다. 이밖에도 뜨거운 물에 목욕을 할 때, 먹는 것을 씹을 때, 칫솔질을 할 때, 복잡한 그림을 볼 때, 어려운 책을 볼 때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도 있다.

물리적인 자극이 아니어도 생각을 많이 하거나 집중해야 할 때, 그 일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과부하를 일으킨다. 바둑, 장기, 고스톱도 계산, 판단, 예측, 전략 수립 등 뇌에 생각보다 많은 부하를 주는 과정이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 교수는 "순간의 판단이 회사의 문을 닫게 할 수도,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중소기업 CEO가 생각을 깊이 하다 발작을 일으킨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돈이 걸린 내기에서는 더 쉽게 흥분할 수 있다. 연구 대상 환자 11명은 온라인으로 바둑이나 고스톱을 하거나, 실험실에 친구를 불러 고스톱을 치게 했더니 뇌가 '가짜 상황'으로 인식해 흥분의 강도가 떨어진 탓인지 발작이 일어나지 않았다.

허경 교수는 "젊었을 때에는 발작이 일어나지 않다가 나이가 들어 생기는 것으로 봐서 나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며 "젊은 사람들은 과도한 인지 부하를 견디지만 나이가 들어 뇌기능이 떨어지면 이를 견디지 못해 뇌세포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허교수는 "바둑이나 고스톱이 발작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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