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커피를 마십시다

입력 2007.10.30 16:12 | 수정 2007.10.31 10:55

아내와 전 커피에 대한 기호가 완전히 반대입니다. 갓 볶아낸 커피콩으로 뽑은, 원두커피의 깊고 그윽한 향기를 저는 즐깁니다. 커피 종류마다 어찌 그리 복잡미묘한 향기를 숨기고 있는지….

집에선 인스턴트 커피에 뜨거운 물만 부어 마시는데 그것도 좋습니다. 아내는 그러나 커피와 크림이 듬뿍 들어간 ‘다방 커피’ 스타일입니다. “크림과 설탕으로 좋은 커피 향 다 죽이지 말고, 커피 맛 자체를 즐겨라”고 말하면 “당신이나 깊고 쓴 맛 실컷 즐겨라, 난 인생도 음식도 깊고 무거운 것보다 달고 부드러운 것이 좋다”고 아내는 말합니다.

취향은 존중 받아야 하지만 ‘팩트(fact)’는 짚어봐야 합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7년 발간한 ‘2005년 계절별 영양조사’에 따르면 30~60대 여성의 에너지 공급 식품 중 커피는 밥, 라면 뒤를 이어 3~4위를 차지했습니다. 하루 평균 37~43㎉ 정도를 커피로 얻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평균이 그렇다는 것, 사람에 따라 500~1000㎉를 커피로 섭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외국계 한 커피전문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블랙커피(아메리카노)는 열량이 7㎉에 불과하지만, 카푸치노는 77㎉, 카페라테는 132㎉, 카페모카는 246㎉입니다. 커피와 함께 먹는 케익 한 조각 열량만도 300~350㎉입니다. 아내의 ‘다방 커피 스타일’을 개인의 취향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예를 하나 더 들어 봅시다. 요즘 다이어트를 위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 대신 샐러드를 주문하는 사람이 많은데 미국 소비자단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작은 종지에 담긴 드레싱 1인분, 평균 100g의 열량은 500~600㎉입니다. 채소 1인분의 칼로리가 8~9㎉인데 배보다 배꼽이 60~70배 많습니다. 허니머스터드나 사우전아일랜드 같이 부드럽고 달콤한 드레싱에 고칼로리의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연상태가 아닌, 사람이 만든 달고 부드럽고 먹기 좋은 음식은 대부분 고지방, 고칼로리여서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맛 있는 음식은 모두 해로우니 건강을 위해서라면 맛 없는 음식만 골라 먹으라”는 말이 우스개 소리처럼 떠돌겠습니까?

음식 재료의 맛 자체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건강을 위해 맛 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각종 첨가물과 향신료에 찌든 입맛을 걷어내고 나면 생각보다 오묘하고 깊은 맛의 세계가 있을 것도 같습니다. 쌈밥집에 한번 가 보십시오. 상추, 깻잎, 쑥갓, 신선초, 로즈케일, 비트….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채소마다 맛과 향이 얼마나 기막히게 다릅니까?

현대인의 질병은 대부분 너무 지나쳐서 생깁니다. 그 중에서도 음식에 대한 지나침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조금씩 절제하면서, 조금씩 입맛을 바꿔 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 커피나 샐러드 드레싱부터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임호준 Health 편집장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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