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년인 남성분이 배에 가스가 많이 차고 변비가 있어 외래를 찾아왔다.
환자는 대장암에 대한 두려움으로 대장내시경을 받기를 원했으며 다음날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했다. 대장내시경 소견은 암이나 용종은 없다고 말씀드리고 내시경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요렇게 생긴 게 게실인데 특별한 치료는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런 다음 재빨리 다음 내시경을 위해 바삐 일어서려는데 환자가 "근데 게실이 뭔데요?“ 라고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내시경 의사들은 너무나 많이 접해서 친숙한 용어들이 환자에게는 생소하게 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 것이다. 사랑스런 어린 아들에게 나무를 가리키면서 ”저걸 나무라고 해“ 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갑자기 아이가 ” 나무가 뭐야?“ 라고 물어 온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아마 정성을 다해 이해시키려고 노력을 할 것이다. 사실 바쁜 진료시간에 게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잘 이해할까 고민을 하지만 짧은 시간에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대장 게실이란 대장벽 일부가 탈출하여 생긴 작은 주머니 모양의 병변을 이야기한다. 내시경을 통해서 보면 금방 시멘트를 바른 후 다 마르기 전에 누군가 장난치려고 엄지손가락으로 꾹 누를 때 생기는 모양처럼 보인다. 이러한 게실이 존재하는 것을 게실증이라고 하며 대부분 증상이 없으나 일부분에서 염증이 생길 수 있으며 이때 게실염이라고 한다. 따라서 대부분 우연히 대장내시경을 하다가 발견되는 게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게실에 염증이 생기는 게실염은 미국, 유럽 등지의 서구에서 많았으나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생활 환경의 서구화, 고령 인구의 증가, 진단 검사법의 발전으로 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 대장 게실은 연령이 증가하면서 그 빈도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실에 염증이 생기는 게실염의 원인은 명확하지는 않지만 대장 내 압력이 증가하면서 대변 덩어리가 게실벽에 압박을 주게되고 게실벽이 손상되어 염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는 장에 구멍이 생겨 큰 고름 덩어리을 형성하고 주변 조직으로 파급되어 복막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증상은 가벼운 복통에서부터 구역, 발열, 심한 복통 및 압통 등을 보일 수 있다. 오른쪽 아랫배에 게실염이 있으면 마치 맹장염과 증상이 비슷해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대장내시경 상 게실이 있는 걸 알고 있으면 복통이 생겨 병원에 갔을 때 전에 게실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해주면 의사가 복통의 원인을 찾고 감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진단은 임상적인 증상과 복부 진찰소견, 복부 초음파 , 컴퓨터 단층 촬영 등을 통해 게실염의 위치, 염증의 심한 정도를 알 수 있으며 치료는 항생제 치료를 하고 치료를 위해 입원이 반복되면 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이제 게실이란 생소한 말의 사용도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생각되며 육류 위주의 식생활 보다는 신선한 과일, 야채 등으로 장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게실에 생기는 염증을 조금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고자 : 서울 양병원 양형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