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와인색 셔츠에 검은 자켓, 검은 진을 입고 등장한 스팅은 60대의 체격이라는 믿을 수 없을만큼 날렵한 몸매와, 밝은 분홍색의 건강한 얼굴색 그리고 전혀 힘들이지 않고 쉽게 노래하는 듯이 시작한 첫 노래에서, 허스키하지만 맑고, 힘있지만 부드러운, 오랫동안 연습한 내공이 저절로 느껴졌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에 절묘하게 녹아드는 그 노랫 소리를 들으니, 스팅의 얼굴에 있는 주름이 반짝반짝 빛나는 훈장같이 보였다.
첫 한시간동안 7-8곡의 노래를 간간히 기타, 하모니카 등을 연주하면서 노래했다. 코러스를 하는 여자 가수와 기타리스트가 있었지만, 전 곡을 모두 즐기듯 물 흐르듯 부르는 모습은 2-3곡을 부르고 사이 사이 다른 노래를 초대가수 혹은 코러스에 맡기는 다른 가수들과 달랐다. 한시간을 꼭 채우고 15분 쉬었다가 다시 1시간을 꽉 채우면서 노래했으나, 지친 기색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어느 덧 시간은 10시 반이 되었고 마지막 연주가 끝났으나 , 앵콜을 외치는 관객들은 가수를 다시 불렀다. 앵콜 곡을 셋이나 부른 후 마지막에는 집에 가려는 듯이 코트까지 입고 나와서 반주없이 노래를 했다. 처음 듣는 노래였으나, 그 깊은 울림이 가슴을 흩어 내리는 듯 하였다.
어제의 스팅의 음악은 젊은 시절의 음악과 달랐다. 젊은 시절의 음악이 강렬하고, 날카롭고, 직선적이었다면, 어제 들은 음악은 유연하고 깊이 있는 것이 삶을 그대로 담은 듯했다. 지난 40년 가까운 세월 음악을 하면서 쌓은 내공과 철학을 담은 음악이었다. 스팅의 노래는 클래식 음악가의 청아하고 갚은 소리가 있는가 하면, 팝음악만이 표현하는 자유로움이 절묘하게 아우러져, 심금을 울리는 소리로 다가왔다.
60세 청년이라면 이런 사람을 말하는 것 같다. 젊어지고 싶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나 젊어져야 좋은가? 얼굴의 주름을 몽땅 없애고 젊은 애들 흉내를 내는 것이 젊은 것인가? 이젠 더 이상 새로운 것에 도전할 용기가 없는 것, 과거에 묻혀서 과거를 사는 것이 젊음과 구별되는 늙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젊은 이들은 흉내낼 수 없는 젊은 장년의 특권이다.
스팅은 음악만 연구하고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체스 대회에도 출전하는 체스 매니아이고, 체격과 체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마라톤 (매일 8키로씩 달린다)과 요가를 꾸준히 하고, 물론 식이요법도 하는데, 과거에는 채식 주의자이엇지만 현재는 고기도 먹는데, 본인의 농장에서 키운 고기만 먹는다고 한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즐기고, 즐거운 일을 하기 위해서 운동, 식사등 철저한 건강관리, 주름을 인위적으로 없애면서 세월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름마저도 아름답게 보이는도록하는 내공 등, 어제 스팅의 모습은 인생 후반기의 진정한 젊음을 보여주는 표본같았다. 이제 인생의 전반기 50년을 살아 왔고 후반 50년이 기다리고 있으니, 주름이 반짝이는 훈장이 될 수 있도록 즐기며, 노력해야겠다. 후반기 50년이 전반기 50년보다 더 빛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