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의 여정은 때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같다. 한 난임 부부의 이야기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 화학적 유산 3회, 자연 유산 2번을 겪은 이 부부에게는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임신된 주기에는 다행히 19개 난자 중 정상 배아 2개를 얻는 데 성공했고, PGT-A(착상 전 유전자 선별검사)를 하면서 난관들을 하나씩 극복해 마침내 배아 이식까지 성공, 건강한 아기를 선물처럼 가지게 됐다.
이처럼 원인불명 난임은 마치 미로 속에서 헤매는 것과 같다. '원인불명'이라는 단어가 주는 모호함은 때로는 깊은 절망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를 다르게 해석해 볼 수 있다. '원인불명'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하면 아직 밝혀내지 못한 복잡한 요인들이 숨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원인 불명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A)다. PGT-A는 체외수정 과정에서 배아의 염색체 이상을 사전에 검사하는 기술이다. 원인불명으로 반복착상실패를 경험하는 경우 염색체 이상이 있는 배아가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PGT-A 검사를 고려해 보는 것도 좋다. 실제로 PGT-A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 임신 성공률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Brodeur 등의 연구(2023)에 따르면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A)를 실시한 경우 생아 출생률이 63.9%를 기록했다. 또한 Verlinsky 등의 연구(2005)에 따르면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A) 이후에 착상률이 7.2%에서 34.8%로 증가했고, 출산율은 27.9%에서 65.7%로 증가하였다. 염색체 정상 배아를 이식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A)는 고령 난임 환자에서 유용한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4세 여성의 배아에서는 30.6%가 염색체 수 이상을 보이지만, 40~47세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이 52.4%로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반복적 착상 실패의 경우에도 배아의 35.7% 정도에서 염색체 수 이상이 발견되었다. 불필요한 이식을 줄일 수 있어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PGT-A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검사를 통해 염색체 이상 배아를 사전에 걸러낼 수 있어, 결과적으로 임신에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임신이 된 경우 유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과거엔 배아에서 1~2개의 할구 세포를 추출해 단일 세포 단위로 FISH 기법을 적용하여 유전자 검사를 수행했으나 FISH 기법은 단점이 많았다. 대표적인 예로 세포 배양이나 DNA 추출 단계 없이 표적 유전자의 존재 여부와 위치만을 파악하고 방식이기 때문에 특정 염색체만 분석 가능하다는 단점이다. 최근엔 이를 개선하고자 포괄적 염색체 스크리닝(NGS) 방식을 채택하여 PGT-A 검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차세대 유전자 검사법은 47개 염색체에 대한 분석이 모두 가능해 세밀하고 믿음직한 배아 유전자 검사 결과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원인불명 난임을 겪고 있는 부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원인불명'이라는 진단에 낙담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단순히 아직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계속해서 새로운 검사 방법과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으며, PGT-A와 같은 진보된 기술들이 ‘원인 불명’을 ‘극복 가능한 원인’으로 밝혀 내고 있다.
다만 어려운 길을 헤쳐 나가고 있는 난임 부부들을 위한 사회적 지원과 이해가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원인불명 난임의 경우, 정서적·재정적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부부가 아이를 품고 부모가 되는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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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 원장과 함께하는 난임 Talk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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