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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녀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며 원인부터 찾아나갔다. 지루성피부염이라 해도 일찍부터 치료를 받았으면 이렇게까지 심해지지는 않는데, 이 정도로 악화된 특수한 원인이 분명히 있을 것이었다.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니, 문제의 원인은 그녀의 ‘무지’(無知)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지루성피부염의 흔한 증상은 여드름과 더불어 심한 피지, 그리고 심한 각질이 한꺼번에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피부는 심하게 번들거리면서 동시에 각질이 허옇게 일어나 건조해지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만약 의사에게 일찍 진찰을 받았다면 지루성피부염이라는 것을 초기에 진단하여 피지를 잡는 것과 동시에 각질치료를 받아 증상이 악화되는 걸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보다 그녀는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그녀는 아침이면 노랗게 묻어져 나오는 피지에 놀라 당장 피지를 말끔히 제거해주는 세정력이 강한 비누를 쓰기 시작했고, 또 한편으로는 밀려오는 각질과 건조함에 놀라 각질제거용 스크럽 제품이며 유분이 듬뿍 함유된 보습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 넘치는 건 제거하고 부족한 건 채우면 된다는 간단한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과다한 피지가 문제인 피부에 유분을 발라주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당연히 여드름과 염증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고야 말았다. 또한 염증으로 잔뜩 예민해진 피부를 스크럽으로 자꾸 문질러댔으니, 어찌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이렇게 오랫동안 잘못된 피부 관리를 하면서, 그녀는 점점 피부를 망가뜨려왔다. 본인은 노력하고 정성을 쏟는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그 노력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던 것이다.
나는 병원 내에 여러 종류의 화초를 두고 있는데, 날마다 물을 주면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화초에 대해 전혀 몰랐을 때에는 그저 날마다 흠뻑 물을 주고 하루 온종일 햇볕을 쬐게 하는 것이 화초를 사랑하는 방법인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그 방법으로 나는 여러 개의 화초를 죽이고 말았다. 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 뿌리가 썩은 것도 있고, 직사광선을 너무 오래 쬐여서 잎이 다 타버린 것도 있었다! 이런 실수를 몇 번 반복한 후에야, 나는 화초마다 원하는 물의 양과 햇볕의 양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피부에도, 화초에도... 공부가 뒷받침되지 않은 관심은 무관심보다 못한 것이다.
/ 정혜신 퓨어피부과 원장 gooddoc55@hanmail.net
입력 : 2005.12.29 15:03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