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서 왜 이런 냄새가… ‘당뇨병’ 신호였다

[해외토픽]

이미지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몸에 인슐린이 크게 부족할 때 발생하는 응급질환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입에서 매니큐어 리무버 같은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은 여성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당뇨병 합병증을 진단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사는 앨리스 도그루욜(49)은 어느 날 남자친구로부터 입냄새가 이상하다는 말을 들었다. 충격을 받은 그는 양치질을 자주 하고 물을 많이 마셨으며, 구강 스프레이도 늘 가지고 다녔다. 그러나 시큼하고 강한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앨리스는 "입에서 매니큐어 리무버 냄새가 난다고 했는데, 실제로 입안에서도 비슷한 맛이 느껴졌다"며 "전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구강 위생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곰팡이 감염이 반복되고 체중이 빠르게 줄어드는 등 다른 이상 증상도 나타났다. 약 1년 뒤 앨리스는 1형당뇨병과 함께 '당뇨병성 케톤산증'을 진단받았다. 인슐린 치료를 시작한 뒤 입냄새도 사라졌다.

당뇨병성 케톤산증은 몸에 인슐린이 크게 부족할 때 발생하는 응급질환이다. 인슐린이 부족하면 혈액 속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이때 몸은 대신 지방을 빠르게 분해하고, 그 과정에서 '케톤체'라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케톤체 가운데 아세톤 성분은 매니큐어 리무버나 달콤한 과일과 비슷한 냄새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자의 입이나 땀에서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나기도 한다. 치료가 늦어지면 탈수와 복통, 구토, 빠른 호흡, 의식 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혼수상태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앨리스는 1형당뇨병을 진단받기 전인 2019년 2형당뇨병으로 잘못 진단받았다. 이 때문에 1형당뇨병 환자에게 꼭 필요한 인슐린 치료가 늦어졌다. 1 당뇨병은 면역체계가 췌장의 인슐린 생성 세포를 공격해 인슐린을 거의 만들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환자는 생존을 위해 매일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주로 어린 나이에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성인이 된 뒤에도 발생할 수 있다. 성인에게 당뇨병이 생기면 2형으로 판단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에 따르면 30세 이후 1형당뇨병을 진단받은 성인의 38%는 처음에 2형당뇨병으로 판단돼 필요한 인슐린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앨리스는 "정확한 진단을 받을 무렵에는 증상이 매우 심했다"며 "죽어가는 것처럼 느껴졌고, 의사들은 일주일 정도만 더 늦었으면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평소와 다른 입냄새나 체취가 몸의 이상을 알리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질병으로 몸속 화학물질의 구성이 달라지면 이런 물질이 숨이나 땀, 소변 등을 통해 배출되면서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돈캐스터 오크우드 진료소 의사인 딘 에깃은 "질병이 생기면 몸속 화학물질이 달라지고, 각각의 물질이 고유한 냄새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입냄새 대부분은 구강 위생이나 냄새가 강한 음식, 충치·잇몸병 같은 치과 질환, 편도염 등 비교적 흔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냄새만으로 특정 질환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에깃은 "중요한 것은 냄새가 나타난 상황"이라며 "평소와 다른 냄새가 새로 생기고 체중 감소, 심한 피로, 갈증, 잦은 소변 등 다른 증상까지 함께 나타난다면 몸의 이상 신호로 보고 진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당뇨병 외에도 간과 콩팥 기능이 심하게 떨어지면 입냄새나 체취가 달라질 수 있다. 진행된 간경변 환자는 간이 독성 물질을 충분히 처리하지 못하면서 퀴퀴하거나 달콤하고, 때로는 유황과 비슷한 냄새가 날 수 있다. 이 경우 피부와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나 복부 팽만, 의식 혼란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만성 콩팥병이 진행되면 콩팥이 혈액 속 노폐물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 이로 인해 혈액과 침에 노폐물이 쌓이면서 입에서 암모니아나 소변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요독성 구취'가 생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