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희귀병을 앓는 사람들] <11> 다발성경화증 환자 정희영(가명·59) 씨
희귀질환을 앓는 환자와 그 가족들은 삶을 ‘외딴 섬’에 비유하곤 합니다. 분명 같은 세상에 살고 있지만, 자신들만 외따로이 떨어져 고립된듯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그들의 삶은 절해고도(絕海孤島)에 갇힌 것처럼 외롭고 힘겹습니다. 누구보다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문제를 환자와 가족들이 온전히 짊어지고 있습니다. 간혹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다수를 위한 희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고립]이 그들의 아프고 쓸쓸한 투병기를 전합니다.
◇“생전 처음 들어본 병, 내게 왜 이런 일이…”
다발성경화증은 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 몸에 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손상된 신경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 또한 제각각이다. 희영 씨의 경우 30대 초반부터 음식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원인을 알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는 혈액 검사부터 MRI 검사까지 여러 가지 검사를 권했다. 검사 수가 많다 보니 결과가 나오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기다림 끝에 내려진 진단이 다발성경화증이었다.
그전까지 희영 씨는 잔병치레 한 번 없이 건강하게 살아왔다. 여러 형제들 중 가장 건강한 이 역시 희영 씨였다. 그랬기에 서른 살 넘어 받은 희귀질환 진단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처음 듣는 병이었고 생소했다”며 “갑자기 이렇게 됐다는 게 힘들었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몸 상태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됐다. 이름 석 자를 쓰기도 버거울 만큼 손힘이 약해지고, 기억력도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모두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다리 움직임이 불편해진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걷는 게 어려워지니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었다. 결국 20년 넘게 몸담은 직장도 그만둬야 했다. 희영 씨는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간 직장이었지만 움직임이 제한돼 더 이상 다닐 수 없었다”며 “함께 들어간 동기들이 승진하고 정년을 채우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고 말했다.
◇“약물 부작용 겪기도… 치료 받으면서 호전”
다발성경화증은 2000년대부터 치료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희영 씨 역시 그간 여러 약들을 꾸준히 복용해왔다. 약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차도를 보였으나, 증상이 불쑥 재발하는 게 문제였다.
한 번씩 심각한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희영 씨의 딸 민서(가명·28) 씨는 “전화를 걸었는데 어머니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이야기하는가 하면, 갑자기 집에서 나간 뒤 지하철역에서 발견돼 역무원의 연락을 받고 데리러 간 일도 있었다”며 “나중에 의사에게 물어보니 약물 부작용으로 섬망 증세가 나타난 거였다”고 말했다.
다행히 치료제를 바꾼 후로 증상도 부작용도 점차 개선됐다. 지난해 봄부터는 새로운 약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리 불편함이 많이 줄어들었다. 해당 약제는 다발성경화증의 주요 원인인 CD20 발현 B세포를 표적하는 치료제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재발형(RMS)과 일차진행형(PPMS)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모두 쓸 수 있도록 허가된 약이다. 지난 4월부터는 기존 정맥주사뿐 아니라 피하주사에도 급여가 적용돼, 투여 시간이 2~3시간에서 10분 내외로 크게 줄었다. 희영 씨는 “주치의 권유로 신약을 써봤는데 효과가 좋았다”며 “예전과 달리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변화다”고 말했다.
다발성경화증은 병명에서도 알 수 있듯 몸에 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손상된 신경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 또한 제각각이다. 희영 씨의 경우 30대 초반부터 음식을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원인을 알기 위해 찾아간 병원에서는 혈액 검사부터 MRI 검사까지 여러 가지 검사를 권했다. 검사 수가 많다 보니 결과가 나오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기다림 끝에 내려진 진단이 다발성경화증이었다.
그전까지 희영 씨는 잔병치레 한 번 없이 건강하게 살아왔다. 여러 형제들 중 가장 건강한 이 역시 희영 씨였다. 그랬기에 서른 살 넘어 받은 희귀질환 진단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처음 듣는 병이었고 생소했다”며 “갑자기 이렇게 됐다는 게 힘들었고,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몸 상태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됐다. 이름 석 자를 쓰기도 버거울 만큼 손힘이 약해지고, 기억력도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 모두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다리 움직임이 불편해진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걷는 게 어려워지니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었다. 결국 20년 넘게 몸담은 직장도 그만둬야 했다. 희영 씨는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간 직장이었지만 움직임이 제한돼 더 이상 다닐 수 없었다”며 “함께 들어간 동기들이 승진하고 정년을 채우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고 말했다.
◇“약물 부작용 겪기도… 치료 받으면서 호전”
다발성경화증은 2000년대부터 치료제가 나오기 시작했다. 희영 씨 역시 그간 여러 약들을 꾸준히 복용해왔다. 약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차도를 보였으나, 증상이 불쑥 재발하는 게 문제였다.
한 번씩 심각한 약물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희영 씨의 딸 민서(가명·28) 씨는 “전화를 걸었는데 어머니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이야기하는가 하면, 갑자기 집에서 나간 뒤 지하철역에서 발견돼 역무원의 연락을 받고 데리러 간 일도 있었다”며 “나중에 의사에게 물어보니 약물 부작용으로 섬망 증세가 나타난 거였다”고 말했다.
다행히 치료제를 바꾼 후로 증상도 부작용도 점차 개선됐다. 지난해 봄부터는 새로운 약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리 불편함이 많이 줄어들었다. 해당 약제는 다발성경화증의 주요 원인인 CD20 발현 B세포를 표적하는 치료제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재발형(RMS)과 일차진행형(PPMS)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모두 쓸 수 있도록 허가된 약이다. 지난 4월부터는 기존 정맥주사뿐 아니라 피하주사에도 급여가 적용돼, 투여 시간이 2~3시간에서 10분 내외로 크게 줄었다. 희영 씨는 “주치의 권유로 신약을 써봤는데 효과가 좋았다”며 “예전과 달리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변화다”고 말했다.
◇“언제 재발할지 몰라… 정부 지원 늘어나길”
그렇다고 해도 완치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걷거나 음식을 삼키는 데 어려움이 있고, 손힘과 발음, 기억력도 좋지 않은 편이다. 민서 씨는 “어머니가 나이가 들어서 기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같은 나잇대 사람들에 비해 그 정도가 훨씬 심한 상태다”고 말했다.
언제 건강이 다시 악화될지 모른다는 점도 희영 씨에겐 큰 불안과 걱정거리다. 과거 심한 약물 부작용을 겪었던 일과 병이 재발했던 기억은 희영 씨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민서 씨는 “어머니가 앓고 있는 다발성경화증은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병”이라며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 확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처럼 혼자 있을 때 약 부작용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그래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기는 것은 아닐지 늘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병과 별개로 치료비에 대한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이미 20년 넘게 치료를 받아왔는데, 앞으로도 끝을 알 수 없는 치료를 계속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희영 씨는 “산정특례와 같은 제도가 있긴 하나, 여전히 치료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보다 폭넓게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완치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걷거나 음식을 삼키는 데 어려움이 있고, 손힘과 발음, 기억력도 좋지 않은 편이다. 민서 씨는 “어머니가 나이가 들어서 기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같은 나잇대 사람들에 비해 그 정도가 훨씬 심한 상태다”고 말했다.
언제 건강이 다시 악화될지 모른다는 점도 희영 씨에겐 큰 불안과 걱정거리다. 과거 심한 약물 부작용을 겪었던 일과 병이 재발했던 기억은 희영 씨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큰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민서 씨는 “어머니가 앓고 있는 다발성경화증은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병”이라며 “괜찮다가도 어느 순간 확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처럼 혼자 있을 때 약 부작용이 발생하지는 않을지, 그래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기는 것은 아닐지 늘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병과 별개로 치료비에 대한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이미 20년 넘게 치료를 받아왔는데, 앞으로도 끝을 알 수 없는 치료를 계속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희영 씨는 “산정특례와 같은 제도가 있긴 하나, 여전히 치료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보다 폭넓게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의료진 인터뷰>
“신약 계속해서 개발 중… 환자들 희망 잃지 말길”
다발성경화증은 ‘국내 한정 희귀질환’이라는 독특한 특징을 갖고 있다. 환자가 2000여명에 불과한 우리나라는 여러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환자 수가 적은 축에 속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은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취급할 만큼 환자가 많은 편이다. 이런 연유로 치료제 또한 많이 개발됐으며, 현재도 계속해서 신약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다발성경화증을 치료하는 의료진이 환자들에게 “희망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민주홍 교수는 “현재 사용하는 약이 잘 듣지 않아도 다른 약을 써볼 수 있다”며 “환자들이 낙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발성경화증은 희귀질환 치고는 치료제가 많은 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희귀질환이지만 외국은 환자 수가 훨씬 많다. 전세계 환자 수가 280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대표적 신경계질환 중 하나이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현장에서는 어떤 약들을 사용하나?
“현재 우리나라는 중등도 효능 약제와 고효능 약제로 나눠서 사용하는데, 환자들에게는 편의상 1차 치료제와 2차 치료제라고 설명한다. 1차 치료제로는 처음 도입된 인터페론 계열 주사제가 있고, 오바지오와 텍피데라 같은 경구약도 있다. 이런 1차 치료제를 사용하다가 재발이 확인되면 2차 치료제로 넘어간다. 2차 치료제로는 피타릭스, 티사브리, 마벤클라드, 오크레부스 등이 있어,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있다. 엄밀하게 효과만 놓고 본다면 고효능 약제 중에서는 오크레부스와 티사브리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재발 활성(Relapse Activity) 정도가 높은 환자들에게는 오크레부스를 권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다른 약제를 사용한 후 재발하지 않고 잘 유지되는 환자들도 있다.”
-부작용 위험은 없나?
“약마다 다르다. 마벤클라드의 경우 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처음 백혈병 치료제로 개발했을 당시 2차 암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는 괜찮았지만, 그래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잠복결핵이 있는 경우엔 결핵약을 먼저 먹어야 한다. 오크레부스는 주사제 관련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항체를 만드는 B세포를 0으로 만드는 치료제다보니, 약 사용 후 백신을 맞으면 항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오크레부스를 투여하고 2~3개월 정도 지난 뒤 백신을 맞으라고 설명한다. 백신 부작용 때문이 아니라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효능 약제임에도 재발완화형 환자에게는 1차 치료제로 쓰기 어려운데?
“미국처럼 처음부터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나라들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2차 치료제만 급여가 적용되기 때문에 재발해야 약을 바꿀 수 있다. 재발하면 입원해서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장애가 남을 수도 있다. 그런 뒤에야 치료제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이상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해외에서 치료받다가 한국으로 온 환자들은 ‘왜 상태가 더 나빠진 다음에 약을 써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학회 차원에서도 이런 급여 기준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다만 오크레부스는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
-국내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고효능약제를 1차 치료제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환자에게 무조건 고효능약제를 처음부터 쓰자는 게 아니다. 의사와 충분히 상의한 뒤, 필요로 하는 환자라면 여러 치료제 가운데 해당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 부담 때문에 어렵다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서 기준에 충족하는 환자만이라도 쓸 수 있게 됐으면 한다.”
-끝으로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환자들이 ‘신약까지 썼는데 또 재발하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약이 정말 많이 나왔다. 지금 사용하는 약이 잘 듣지 않더라도 다음 약을 사용해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다음에는 방법이 없지 않을까, 더 이상 가능한 치료가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의료진도 계속 노력할 테니, 환자들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발성경화증
뇌, 척수, 시신경을 포함한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 면역계 질환.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신경을 둘러싼 수초가 손상돼 신경 자극의 전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진행 양상에 따라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는 ‘재발-완화형(RRMS)’ ▲시간 경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이차 진행형(SPMS)’ ▲처음부터 재발 없이 악화되는 ‘일차 진행형(PPMS)’ 등으로 나뉜다. 환자의 약 80% 이상이 초기에 재발-완화형 다발성경화증으로 진단받는다.
-다발성경화증은 희귀질환 치고는 치료제가 많은 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희귀질환이지만 외국은 환자 수가 훨씬 많다. 전세계 환자 수가 280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대표적 신경계질환 중 하나이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현장에서는 어떤 약들을 사용하나?
“현재 우리나라는 중등도 효능 약제와 고효능 약제로 나눠서 사용하는데, 환자들에게는 편의상 1차 치료제와 2차 치료제라고 설명한다. 1차 치료제로는 처음 도입된 인터페론 계열 주사제가 있고, 오바지오와 텍피데라 같은 경구약도 있다. 이런 1차 치료제를 사용하다가 재발이 확인되면 2차 치료제로 넘어간다. 2차 치료제로는 피타릭스, 티사브리, 마벤클라드, 오크레부스 등이 있어, 상황에 맞게 선택하고 있다. 엄밀하게 효과만 놓고 본다면 고효능 약제 중에서는 오크레부스와 티사브리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재발 활성(Relapse Activity) 정도가 높은 환자들에게는 오크레부스를 권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다른 약제를 사용한 후 재발하지 않고 잘 유지되는 환자들도 있다.”
-부작용 위험은 없나?
“약마다 다르다. 마벤클라드의 경우 암 환자에게는 사용하지 않는다. 처음 백혈병 치료제로 개발했을 당시 2차 암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사용했을 때는 괜찮았지만, 그래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잠복결핵이 있는 경우엔 결핵약을 먼저 먹어야 한다. 오크레부스는 주사제 관련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항체를 만드는 B세포를 0으로 만드는 치료제다보니, 약 사용 후 백신을 맞으면 항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오크레부스를 투여하고 2~3개월 정도 지난 뒤 백신을 맞으라고 설명한다. 백신 부작용 때문이 아니라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효능 약제임에도 재발완화형 환자에게는 1차 치료제로 쓰기 어려운데?
“미국처럼 처음부터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나라들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2차 치료제만 급여가 적용되기 때문에 재발해야 약을 바꿀 수 있다. 재발하면 입원해서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아야 하고, 장애가 남을 수도 있다. 그런 뒤에야 치료제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이상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해외에서 치료받다가 한국으로 온 환자들은 ‘왜 상태가 더 나빠진 다음에 약을 써야 하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학회 차원에서도 이런 급여 기준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다만 오크레부스는 국내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
-국내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고효능약제를 1차 치료제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환자에게 무조건 고효능약제를 처음부터 쓰자는 게 아니다. 의사와 충분히 상의한 뒤, 필요로 하는 환자라면 여러 치료제 가운데 해당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 부담 때문에 어렵다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서 기준에 충족하는 환자만이라도 쓸 수 있게 됐으면 한다.”
-끝으로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환자들이 ‘신약까지 썼는데 또 재발하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약이 정말 많이 나왔다. 지금 사용하는 약이 잘 듣지 않더라도 다음 약을 사용해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다음에는 방법이 없지 않을까, 더 이상 가능한 치료가 없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의료진도 계속 노력할 테니, 환자들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발성경화증
뇌, 척수, 시신경을 포함한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 면역계 질환.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신경을 둘러싼 수초가 손상돼 신경 자극의 전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진행 양상에 따라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는 ‘재발-완화형(RRMS)’ ▲시간 경과에 따라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이차 진행형(SPMS)’ ▲처음부터 재발 없이 악화되는 ‘일차 진행형(PPMS)’ 등으로 나뉜다. 환자의 약 80% 이상이 초기에 재발-완화형 다발성경화증으로 진단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