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치료 실패 후 찾아온 마지막 기회… 4기 유방암 이겨내는 중[아미랑]

[대한종양내과학회·아미랑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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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4기를 극복 중인 김영임씨(왼쪽)와 그의 주치의인 경상국립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경원 교수./메인사진=경상국립대병원 제공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를 몸소 증명한 한 여성이 있습니다. 유방암 4기를 진단 받은 김영임(64·경남 진주시)씨는 진단 당시 거대한 종괴가 가슴을 뒤덮어 피와 진물이 흐르고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할 정도로 전신이 쇠약해진 상태였습니다. 가슴에 멍울이 잡히는 등 초기 증상이 있었으나 해외생활 중이라 적절한 치료가 어려웠고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쳐 귀국하지 못한 채 암이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표준 치료를 받았지만 거듭된 합병증, 부작용으로 생명이 위독해져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등 위기의 연속이었습니다. 마지막 가능성을 찾기 위해 시행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결과, 대한종양내과학회가 주도하는 국내 유전체 맞춤형 정밀의료 연구(KOSMOS II) 임상시험 대상자로 선정돼 면역관문억제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종괴를 비롯해 몸 곳곳에 전이된 암세포가 전부 사라진 완전 관해 상태를 3년째 유지 중입니다. 그의 주치의인 경상국립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경원 교수를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코로나19로 막힌 하늘 길, 늦어진 4기 진단과 치료
2019년 1월, 사업 차 가족들과 베트남에 거주하던 김영임씨는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했습니다. 당시 가슴에 조그만 멍울이 느껴져 추가로 조직 검사를 시행했고 양성 반응이 나와 염증을 완화하는 연고를 처방받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멍울이 커져 이상함을 느꼈지만 코로나19로 즉시 귀국할 수 없었습니다. 이듬해 사업을 정리하고 귀국할 즈음에는 뇌출혈로 인한 우측 편마비를 겪는 중인데다가 가슴 종괴가 너무 커져 궤양, 출혈이 심해진 상태였습니다. 경상국립대병원에 내원해 정밀 검사를 할 때는 종괴 크기와 통증으로 엎드려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하는 것조차 힘겨웠습니다. 검사 결과, 종괴가 가슴을 뒤덮은 좌측 유방 외에도 양측 겨드랑이 림프절, 좌측 부신, 골반 뼈, 폐 흉막, 악성흉수까지 다발성 전이가 진행된 4기 염증성 침윤성 소엽 유방암을 진단받았습니다. 이경원 교수는 “진단 당시 암세포가 이미 전신 장기로 퍼져 수술적 절제가 불가능했으며 혼자 일어설 수 없어 휠체어에 의지해야 할 정도로 전신이 쇠약해 기대여명이 길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1·2·3차 거듭된 치료 실패와 생사의 고비
2020년 8월, 표적치료제와 호르몬 치료제 병용요법을 6차례 진행했으나 잠시 성장을 멈췄던 전이암이 다시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유방암 세포독성항암제 투여를 시작해 진행을 잠시 늦췄으나 2차 투여 후 호중구 감소성 발열, 패혈성 쇼크, 그람음성 균혈증 등 심각한 감염 합병증이 발생해 생명이 위독해져 중환자실에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표준 세포독성항암제를 순차적으로 투여했으나 가슴 종괴가 더 악화되고 폐렴, 피부 발진 부작용이 나타났으며 심장, 폐에 물이 차올라 배액관을 꽂는 등 병세가 지속 악화됐습니다. 김씨는 “하루에 두세 번씩 혈관이 터져 드레싱을 반복했고 자다가 피가 터져 침대가 젖을까봐 똑바로 누워 자지도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유전자 분석으로 찾은 마지막 기회
2023년 1월, 치료 옵션이 거의 소진된 상태에서 마지막 돌파구를 찾기 위한 차세대염기서열분석을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종양변이부담(TMB)이 매우 높은 상태임이 확인돼 이를 표적으로 한 면역항암제 치료를 고려했습니다. 이 교수는 “기존 표준 치료가 모두 실패한 데다 전신 상태가 극심하게 악화돼 세포독성 항암 치료를 이어가기 어려웠다”며 “삶의 질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치료 효과를 보는 게 중요했고 유전체 분석으로 확인한 면역항암제는 전신 부작용과 혈액학적 독성이 적어 당시 가장 적합한 치료 선택지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약값이 1회에 약 800만 원에 달했고 김씨는 비용 부담으로 치료를 망설였습니다. 이때 이경원 교수가 국내 유전체 맞춤형 정밀의료 임상시험(KOSMOS II) 등록을 제안했고 제약사의 지원으로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치료가 성공적이었습니다. 가슴 부위 종괴가 전부 사라지고 피부가 재생돼 흔적만 남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폐, 뼈, 부신 등으로 전이된 병변도 대부분 사라지거나 현저히 감소해 3년째 완전 관해 상태를 유지 중입니다. 현재 3주마다 내원해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으며 3개월에 한 번씩 정밀검사로 전신 건강을 확인하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김영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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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임씨./사진=경상국립대병원 제공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 심정은?
“이미 뇌출혈을 한 번 겪은 뒤라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보다는 ‘이제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가족들이 더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저는 담담하려고 했습니다.”

-수차례 힘든 순간이 있었을 텐데.
“베트남에서 가슴 멍울이 염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이후, 코로나19로 한국 진료를 받지 못하는 사이 종양이 빠르게 커졌습니다. 귀국했을 때는 이미 진물과 출혈이 심해 의사 선생님도 놀라실 정도였습니다. 이후 여러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고 종양이 곪으면서 냄새가 심하게 나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가 쏟아졌습니다. 폐부종과 뼈 전이까지 생겨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유전자 검사를 하고 결과에 맞는 치료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비용 부담이 너무 커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임상시험 대상이 되면서 면역항암 치료를 시작했고 두 차례 치료만으로도 종양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힘든 치료를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족들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남편과 두 아들이 항상 제 편이 되어줬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도와줬습니다. 아프고 나니 가족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게 됐고 지금도 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의료진을 믿고 치료를 받은 것도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신뢰가 좋은 결과로 이어져 지금의 건강한 저를 만들어줬어요.”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지금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게 생활합니다. 가족들에게 직접 밥을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뇌출혈 후유증 때문에 재활 치료도 꾸준히 받고 있고 몸이 좀 회복되고 나서는 제주도와 강원도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행복입니다.”

-지금 암과 싸우고 있는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보다 의료진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치료를 의심하기보다 의료진과 신뢰를 쌓고 함께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저 역시 그 믿음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희망을 잃지 말고 끝까지 치료를 이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경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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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경원 교수./사진=경상국립대병원 제공
-환자들이 항암 치료나 임상시험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항암 치료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가장 큽니다. 과거 치료 경험이나 주변 사례 때문에 부작용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고 임상시험 역시 검증되지 않은 치료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작용을 줄이는 치료와 보조요법이 크게 발전해 예전보다 치료 부담이 많이 감소했습니다. 임상시험도 표준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선택지인 만큼 환자와 충분히 설명하고 함께 결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항암 치료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과거에는 세포독성 항암제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가 치료의 주축이 되고 있습니다. 부작용 관리도 크게 발전해 많은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4기 전이암도 장기간 조절이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관리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좋은 치료 결과를 얻는 환자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의료진을 신뢰하고 치료를 끝까지 이어가려는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표준 치료가 효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새로운 치료 기회에 열린 자세를 갖는 것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지지와 격려가 치료를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김영임씨 보호자분도 매번 병원에 동행하고 드레싱을 도맡아하는 등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셔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국내 유방암 치료의 발전 방향은?
“국내 유방암 치료 성적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앞으로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유전체 분석을 활용한 정밀의료가 더욱 발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환자 개개인의 암 특성에 맞는 맞춤 치료가 확대되면서 치료 성적도 계속 향상될 것입니다.”

-마지막 한 마디.
“4기 암이라고 해서 반드시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치료가 효과를 보지 못했더라도 환자에게 맞는 새로운 치료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말고 의료진과 함께 치료 가능성을 끝까지 찾아가셨으면 합니다. KOSMOS II 임상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분자종양위원회를 운영하며 정밀의료 발전을 위해 힘써주신 대한종양내과학회 연구진과 주연구자인 분당서울대병원 김지현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환자 치료를 위해 약제 제공과 임상 연구를 지원한 제약사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환자들의 희망을 함께 찾는 동반자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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