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 재활, 최신 인공지능 기술 접목·활용 인식 개선은 숙제… 뇌 수술로 오해하기도 "어음처리기 교체 등 장기적 지원 필요"
인공와우는 보청기로도 말소리를 구분하기 어려운 중증 난청 환자에게 삽입하는 청각 보조 장치다. 단순히 소리를 증폭하는 보청기보다 적극적인 청각 재활 수단으로 꼽힌다. 국내에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8만~10만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 탓에 실제 수술 경험자는 1만여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문일준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많지만, 상당수가 이런 수술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해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일준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많지만 상당수가 이런 수술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해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난청,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져
난청은 단순히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감각 기능 저하에 그치지 않는다. 의사소통 단절과 사회적 고립을 초래하고, 우울감과 인지 기능 저하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난청이 치매 발생 위험 증가와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보고되면서 적극적인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문일준 교수는 "난청은 단순히 청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며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의사소통 능력이 감소하고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난청 환자가 사용하는 인공와우는 귀 바깥쪽에 부착하는 어음처리기와 체내에 이식하는 내부 장치로 구성된다. 수술을 통해 달팽이관 안에 가느다란 전극을 삽입하고, 귀 뒤에는 신호를 전달하는 장치를 부착한다. 이후 어음처리기가 외부 소리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면 달팽이관 속 전극이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뇌가 소리를 인식하게 된다.
인공와우 수술 여부는 청력검사와 보청기 착용 효과 평가를 통해 결정한다. CT·MRI 검사로 달팽이관 구조와 청신경 상태를 확인하고, 전신마취 가능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수술은 약 1시간 소요되며 입원 기간은 3~4일이다.
삼성서울병원은 2001년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시작해 현재까지 2000례 이상 시행했다. 2015년 첫 수술을 집도한 문 교수는 최근 1000례를 달성했다. 그는 "예전에는 절개 범위가 크고 수술 시간도 길어 부담을 느끼는 환자가 많았지만, 현재는 안전성과 예후가 향상돼 고령 환자도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와우 이식 수술 건강보험 적용은 연령, 청력 수준, 보청기 사용 기간, 언어 재활 효과 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래픽=김남희
수술 인지도 낮아… 인식 개선 필요
문제는 낮은 인지도다. 상당수 난청 환자는 여전히 보청기 외에 다른 치료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일부 환자들은 인공와우를 이식하면 기계음처럼 부자연스럽게 들리거나, 뇌 수술이라는 오해로 수술 자체에 부담을 느껴 치료를 미루기도 한다. 이 탓에 보청기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하는데도 인공와우 이식을 주저하는 환자들이 많다.
문 교수는 "인공와우 이식은 뇌 수술이 아니라 귀 안쪽에 청각 기능을 보완하는 장치를 이식하는 수술이다"며 "환자 대부분은 수술 후 소리에 잘 적응하고 만족스럽게 생활한다"고 말했다.
진료 현장에서는 인공와우 장기적 활용을 위해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체내에 삽입하는 내부 장치는 사실상 평생 사용이 가능하지만, 외부에 부착하는 어음처리기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5~7년마다 어음처리기 교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문일준 교수는 "어음처리기는 청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장비다"며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각 재활 기술 발전… 인공지능 활용
국내 난청 치료 환경은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양측 중증 난청 환자를 중심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진행했지만, 현재는 잔존 청력이 일부 남아 있는 환자와 편측 난청 환자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어린이뿐 아니라 초고령 환자에게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와우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장치 크기는 작아졌고, 수술은 최소 침습 방식으로 발전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소음 제거 기술 또한 적용하고 있다. 카페나 식당처럼 주변 소음이 많은 환경에서도 말소리를 보다 선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전까지는 새로운 신호 처리 기술이 개발돼도 기존 이식 환자들은 혜택을 누리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최신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문 교수는 "난청 치료는 환자가 가족과 대화하고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며 "관련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