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 보니 온통 검게 변해 있었다”… 인공관절 수술 부위에 생긴 끔찍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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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수술 사진과 엑스레이 사진./사진=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인공 고관절 부품이 마모되면서 발생한 미세한 금속 입자가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신경계와 내분비계 등에 심각한 이상을 일으킨 50대 여성의 사례가 보고됐다.

◇인공관절 재수술 후 나타난 이상 증상
미국 로체스터 종합병원,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의과대학 등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의 56세 여성은 30년 전 교통사고로 외상성 고관절염이 생겨 좌측 인공 고관절 치환술을 받았다. 이후 20년 넘게 큰 문제 없이 생활했지만, 1년 전 인공관절이 탈구되면서 지속적인 통증과 불안정성이 나타나 재치환술을 받았다.

하지만 재수술 후 약 8주가 지나자 양쪽 발에서 심한 저림 증상이 시작됐고, 이는 곧 손까지 번졌다. 이어 기억력 저하와 집중력 저하, 짜증, 식욕부진, 두근거림이 나타났다. 발바닥 감각이 둔해져 자주 넘어질 정도로 보행이 어려워지자 결국 병원을 찾았다. 검사에서는 혈당과 갑상선 기능 이상, 적혈구 증가증 등이 확인됐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의료진이 환자의 과거 수술 기록을 검토한 결과 기존 세라믹 인공관절 부품이 심하게 마모돼 있었음을 확인했다. 재수술 과정에서 관절 주변 조직이 검게 변해 있었고, 금속 입자가 광범위하게 침착돼 있는 것도 확인했다. 혈액검사 결과 혈중 코발트 농도는 정상치(10ng/mL 미만)의 약 60배인 592ng/mL, 크롬 농도는 정상치(0.2ng/mL 미만)의 300배 이상인 62.4ng/mL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검사 결과와 수술 이력을 종합해 인공관절에서 유출된 코발트에 의한 전신 중독으로 진단했다. 기존 세라믹 부품에서 남은 미세한 조각이 새 코발트-크롬 부품을 빠르게 마모시키면서 다량의 코발트가 혈액으로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다.

의료진은 코발트-크롬 합금 부품을 제거하고 세라믹 부품으로 교체하는 재수술을 시행했다. 이와 함께 금속 입자가 스며든 주변 조직을 광범위하게 제거하고 체내 코발트 배출을 돕는 ‘킬레이션 치료’를 병행했다. 치료 후 혈중 코발트 농도는 정상 범위로 떨어졌고 기억력 저하와 보행 장애, 갑상선 기능 이상, 혈당 이상 등 대부분의 증상은 호전됐다. 다만 손발 저림과 신경병증, 이명, 고주파 난청은 1년이 지난 뒤에도 일부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관절 마모되면 생기는 ‘금속증’
연구팀에 따르면 인공 고관절은 일반적으로 20년 이상 사용할 수 있지만, 드물게 부품이 마모되거나 파손되면 미세한 금속 입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금속 성분이 포함된 인공관절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한 금속 입자가 관절 주변 조직과 혈액에 축적되는 현상을 '금속증(Metallosis)'이라고 한다.

금속증은 코발트와 크롬, 니켈 등 금속이 포함된 인공관절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금속 입자가 주변 조직에 쌓이면 염증과 조직 손상, 뼈 파괴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이번 사례와 같이 코발트가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면 말초신경병증과 기억력 저하, 청력·시력 이상, 갑상선 기능 저하, 심장 기능 이상 등 다양한 전신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치료의 핵심은 원인이 되는 금속 임플란트를 제거하고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체내 금속 성분의 배출을 돕는 킬레이션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다만 인공 고관절 수술 후 금속증이 발생하는 빈도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으며, 특히 이번 사례처럼 세라믹 부품 파손 후 금속 부품으로 재치환하면서 급격히 진행된 경우는 증례로 보고될 정도로 매우 드문 사례다.

가자연세병원 최윤진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국내에서는 세라믹 파손 시 미세 파편을 철저히 세척하고, 재수술 시에도 세라믹이나 특수 폴리에틸렌을 이용한 관절면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번 사례처럼 기존 세라믹 파편과 새 금속 부품이 마찰하면서 금속증이 발생하는 상황은 국내 진료 환경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일반 환자들이 우려할 필요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국내 인공 고관절 수술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재료는 금속이 아닌 세라믹-세라믹 조합 또는 세라믹 헤드와 교차결합 폴리에틸렌 조합”이라며 “생체 적합성이 매우 우수하고 마모 입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이번 사례처럼 혈중 금속 농도를 높이는 코발트-크롬 금속 관절면의 마찰 환경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례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지난 1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