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기 "화농성 한선염, 말로 표현 못할 아픔… 혼자 고민하지 말라"

입력 2025.03.14 10:14

한국노바티스 화농성 한선염 인식 개선 웹드라마 시사회

"화농성 한선염은 절대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의들이 많으니 꼭 병원에 찾아가서 체질·혈액 검사 등을 받아보고 상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나도 옛날로 돌아간다면 바로 병원에 가서 상담부터 받을 것이다."

노란 니트를 입은 남성이 말하고 있는 모습
가수 이홍기가 화농성 한선염으로 겪었던 어려움을 공유했다./사진=정준엽 기자
가수 이홍기(35)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CGV 여의도점에서 열린 한국노바티스 화농성 한선염 질환 인식 개선 웹드라마 '보통의 날' 시사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그는 화농성 한선염 환자로서 질환 인식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자 행사에 연사로 참석했다.

'보통의 날'은 라디오 작가이자 화농성 한선염 환자인 주인공 '은지'가 학창시절부터 직장인이 된 현재까지 화농성 한선염으로 인해 겪는 어려움과 그에 따른 심리 상태를 담았다. 일하는 도중 겨드랑이의 종기가 터지며 옷에 피가 묻어나 급하게 옷을 갈아입거나, 의자에 앉기를 권하는 동료에게 차마 엉덩이 종기 통증을 설명하지 못하고 '서 있는 게 더 좋다'고 말하는 등 실제 화농성 한선염 환자들이 겪었던 상황들도 담았다.

◇의료진 "화농성 한선염 환자 마음 돌아보게 돼"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는 웹드라마를 본 후 평소 진료 시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던 환자들의 마음을 보는 계기가 됐다고 감상평을 남겼다. 김 교수는 "보통 화농성 한선염은 질환에 대해 잘 모를 법한 청소년기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이 위축된 사례가 많다"며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환자가 자기 자신과 이야기하는 부분이 이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홍기는 웹드라마 주인공이 겪는 어려움에 공감하며 자신이 겪었던 고충에 대해 고백했다. 이홍기는 "엉덩이와 사타구니 쪽에 아직도 증상이 남아 있는데, 정말 말로 표현이 안 되는 아픔이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종기'라고 칭하는 등의 여러 말들로 인해 상처를 많이 받았고, 상처를 받기 싫어서 싸우기도 했다"며 "그런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웹드라마에 담겨 있어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통증으로 삶의 질 저하… 업무에 지장 생기기도
김혜원 교수는 상영회 종료 후 화농성 한선염에 대해 소개했다. 화농성 한선염은 통증을 동반한 염증성 결절, 악취가 나는 농양, 개미굴 모양의 누관(터널) 등 병변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영구적인 흉터를 남기는 질환이다. 주로 엉덩이,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 피부가 접히고 민감한 부위에 자주 발생한다. 의료진들도 세균으로 인해 생긴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로는 면역반응으로 인해 생기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화농성 한선염 환자들은 누관이 깊어 심한 통증과 고열을 자주 경험하고, 이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 김 교수는 "환자들 중 온몸이 마비되는 증상을 느끼거나, 팔에 야구공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며 "해외 조사에 따르면 통증이나 배농 때문에 환자의 60%가 직장에 나가지 못할 만큼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홍기는 "촬영이 있었을 때는 매니저들이 여벌 속옷을 준비했다"며 "너무 아프더라도 어쩔 수 없이 촬영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충격이 오지 않게 스펀지 패드를 덧대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원래 출연하기로 했던 촬영이나 공연을 취소하기도 해 스스로에게 나쁜 말을 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세 명의 사람이 나란히 앉아 대담을 진행하는 모습
가수 이홍기(가운데)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오른쪽)가 화농성 한선염에 관해 진행자(왼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정준엽 기자
◇정신적 고통도 상당… "빠른 진단으로 고충 줄일 수 있어"
화농성 한선염은 신체적 통증뿐 아니라, 원인을 모른 채 통증이 지속되면서 타인에게 말로 상처를 받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등 정신적 고충도 상당하다. 주로 질환에 대해 모르는 일반인이 단순 종기 또는 여드름으로 오인하고 비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홍기는 "사회생활 이후 제일 먼저 들었던 말이 '왜 컨디션 관리를 못해서 그 지경까지 만드느냐'였다"며 "어느 시점에 증상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는 게 가장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는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김 교수는 "화농선 한선염 환자들 중 정신적인 불편함이 생기는 것은 진단이 늦어져서 생기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발병 초기에 환자들이 질환을 제대로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의 발생률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치료법 많이 발전… 의료진과 상담 권장"
끝으로 두 사람은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빠르게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화농성 한선염은 치료가 쉽지 않고, 아직 급여기준과 산정특례 기준이 달라 일부 환자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과제가 있다. 다만, 치료법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어 진단을 빨리 받으면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

김혜원 교수는 "화농성 한선염이 중증·난치성이고 오래가는 질환인 건 맞지만, 최근 10년 동안 의사들도 많은 연구를 하고 있어 피부과 질환 중에서도 많이 발전이 이뤄진 분야 중 하나"라며 "실제로 많은 약들이 나오는 등 치료법이 발전하고 있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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