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성향, 연애 조건으로 부상
젠더 갈등·SNS 알고리즘 겹치며
‘가치관 필터’로 작용
전문가들 “관계 폭 좁힐 수도”
잠실 올림픽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재선거 요구’ 집회 현장에서 이른바 ‘애국 헌팅’ 논란이 일었다. 2030세대 참가자들 사이에 연락처를 교환하거나 모임을 갖는 사례가 알려지면서다. 일각에서는 집회의 본래 취지가 흐려진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한편에서는 정치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교류의 장’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연애나 교제에서 정치 성향을 주요 조건으로 삼는 흐름은 이미 젊은 세대 사이에서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에도 정치적 견해는 관계에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에는 젠더 갈등, 세대 정치화, SNS 알고리즘 등이 맞물리면서 연애 초기부터 상대를 판단하는 ‘가치관 필터’로 작용하고 있다.
◇“다르면 안 만나요”… 연애 조건 된 ‘정치 성향’
정치 성향은 이제 사적 관계의 경계선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8.2%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나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특히 19~34세 청년층에서는 이 비율이 51.8%에 달했으며, 응답자의 33%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술자리도 함께할 의향이 없다”고 답할 정도로 정치적 동질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글로벌 데이팅 앱 ‘틴더’가 미국·영국·캐나다·호주 18~25세 싱글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 데이팅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는 “정치 성향이 반대인 사람과 교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대 성향도 고려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 60%, 여성 35%로, 여성의 수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치적 견해와 사회 이슈에 대한 입장이 만남의 초기 단계부터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들어온 셈이다.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정치 성향이 다른 상대와의 관계에 부정적인 태도가 나타났다. 공화당 성향 응답자의 45%, 민주당 성향 응답자의 35%는 상대방이 반대 진영 지지자일 경우 연애나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대 심리학연구소가 74개국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정치 성향이 서로 비슷하다고 인식할수록 관계 만족도가 높았다.
◇“같은 편이 편하다”… 정치가 정체성 된 세대
◇“다르면 안 만나요”… 연애 조건 된 ‘정치 성향’
정치 성향은 이제 사적 관계의 경계선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사회갈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8.2%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나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특히 19~34세 청년층에서는 이 비율이 51.8%에 달했으며, 응답자의 33%는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술자리도 함께할 의향이 없다”고 답할 정도로 정치적 동질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된다. 글로벌 데이팅 앱 ‘틴더’가 미국·영국·캐나다·호주 18~25세 싱글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 데이팅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는 “정치 성향이 반대인 사람과 교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대 성향도 고려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 60%, 여성 35%로, 여성의 수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정치적 견해와 사회 이슈에 대한 입장이 만남의 초기 단계부터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들어온 셈이다.
미국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정치 성향이 다른 상대와의 관계에 부정적인 태도가 나타났다. 공화당 성향 응답자의 45%, 민주당 성향 응답자의 35%는 상대방이 반대 진영 지지자일 경우 연애나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폴란드 브로츠와프대 심리학연구소가 74개국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정치 성향이 서로 비슷하다고 인식할수록 관계 만족도가 높았다.
◇“같은 편이 편하다”… 정치가 정체성 된 세대
전문가들은 정치 성향이 연애 조건으로 떠오른 배경에 ‘유사성 선호’ 심리가 있다고 본다.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상대에게 더 쉽게 안정감과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명예교수는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유사성”이라며 “같은 취미, 같은 지역, 같은 학교처럼 비슷한 조건을 가진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끼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흔히 말하는 ‘생활 감각이 맞는다’, ‘결이 맞는다’는 것도 결국 가치관의 유사성과 관련이 있다”며 “요즘에는 그 가치관 가운데 정치적 가치관도 중요한 요소로 들어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정치 성향이 단순한 정당 지지를 넘어 개인의 생활 방식과 도덕적 가치관을 보여주는 지표처럼 받아들여진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2030세대는 젠더 갈등, 공정성 논쟁, 부동산, 일자리 문제 등을 겪으며 정치적 이슈를 일상과 직결된 문제로 체감해 왔다. 이 때문에 상대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는지가 곧 성평등, 돈, 노동, 가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동청 원장은 “좋아하는 음식이나 음악이 다른 것은 쉽게 넘어가지만, 정치·젠더 이슈는 뇌에서 취향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로 처리된다”며 “도덕적 신념이 걸리면 타협하는 것 자체가 자기 배신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성향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과 붙어 있어, 상대가 내 견해를 반박하면 의견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공격당했다고 느끼기 쉽다”고 했다.
정치 성향은 상대를 빠르게 판단하는 기준으로도 쓰인다. 곽 교수는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하면 ‘저 사람은 이런 성격이고, 이런 생활 방식을 가졌을 것’이라고 추정하게 된다”며 “정치 성향이 일종의 ‘후광 효과’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만남에서 학력이나 취향을 보듯, 정치 성향도 자신과 결이 맞는 사람을 찾는 필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키운 ‘끼리끼리’… “차이 다루는 방식 중요”
정치 성향이 단순한 정당 지지를 넘어 개인의 생활 방식과 도덕적 가치관을 보여주는 지표처럼 받아들여진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2030세대는 젠더 갈등, 공정성 논쟁, 부동산, 일자리 문제 등을 겪으며 정치적 이슈를 일상과 직결된 문제로 체감해 왔다. 이 때문에 상대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는지가 곧 성평등, 돈, 노동, 가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동청 원장은 “좋아하는 음식이나 음악이 다른 것은 쉽게 넘어가지만, 정치·젠더 이슈는 뇌에서 취향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로 처리된다”며 “도덕적 신념이 걸리면 타협하는 것 자체가 자기 배신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 성향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과 붙어 있어, 상대가 내 견해를 반박하면 의견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공격당했다고 느끼기 쉽다”고 했다.
정치 성향은 상대를 빠르게 판단하는 기준으로도 쓰인다. 곽 교수는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하면 ‘저 사람은 이런 성격이고, 이런 생활 방식을 가졌을 것’이라고 추정하게 된다”며 “정치 성향이 일종의 ‘후광 효과’처럼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만남에서 학력이나 취향을 보듯, 정치 성향도 자신과 결이 맞는 사람을 찾는 필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키운 ‘끼리끼리’… “차이 다루는 방식 중요”
SNS와 알고리즘은 이러한 ‘가치관 필터링’을 가속한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쉽게 결속할 수 있고,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와 비슷한 내용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은 강화되고, 다른 성향에 대한 거부감은 커질 수 있다. 곽금주 교수는 “비대면 공간에서는 무리가 모여 있을 때 ‘우리가 옳다’는 믿음이 강해지기 쉽다”며 “알고리즘을 통해 비슷한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자신의 생각은 굳어지고 다른 진영에 대한 배타성은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정동청 원장도 “자신과 가치관이 맞는 상대를 고르는 것은 합리적인 전략이지만, SNS 알고리즘이 ‘내 편’만 계속 보여주면서 이러한 선별 과정을 과열시키고 있다”고 했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같은 편’을 만나는 것은 관계에 안정감과 소속감을 준다. 갈등을 줄이고 이해받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러운 심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치 성향을 절대적인 잣대로 삼을 경우, 정작 건강한 관계 유지에 필요한 요소들을 놓칠 수 있다고 말한다. 정 원장은 “관계의 성패를 실제로 좌우하는 것은 정치 성향의 일치만이 아니다”라며 “정치 성향의 차이는 선택의 한 가지 기준이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편이라는 라벨 하나로 상대를 통과·탈락시키다 보면 정작 중요한 신뢰나 대화 능력을 못 보게 되는 역설이 생긴다”고 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만 만나는 태도는 관계의 폭도 좁힐 수 있다. 곽금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다양성을 잃어버린다는 점”이라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하고만 이야기하면 다양한 가치관을 접하며 얻는 경험의 풍요로움이 단절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이면 자기 신념은 더 단단해지고,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은 배척하게 된다”며 “젊은 시기에는 여러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핵심은 가치관의 ‘차이’ 유무가 아니라 ‘차이를 다루는 방식’이다. 정동청 원장은 “정치 성향 차이는 애초에 좁히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상대를 설득해 이기려 하기보다 차이가 있어도 서로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 교수 역시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무조건 기피하거나 틀렸다고 단정 짓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싸우자는 태도가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같은 편’을 만나는 것은 관계에 안정감과 소속감을 준다. 갈등을 줄이고 이해받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러운 심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치 성향을 절대적인 잣대로 삼을 경우, 정작 건강한 관계 유지에 필요한 요소들을 놓칠 수 있다고 말한다. 정 원장은 “관계의 성패를 실제로 좌우하는 것은 정치 성향의 일치만이 아니다”라며 “정치 성향의 차이는 선택의 한 가지 기준이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편이라는 라벨 하나로 상대를 통과·탈락시키다 보면 정작 중요한 신뢰나 대화 능력을 못 보게 되는 역설이 생긴다”고 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만 만나는 태도는 관계의 폭도 좁힐 수 있다. 곽금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다양성을 잃어버린다는 점”이라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하고만 이야기하면 다양한 가치관을 접하며 얻는 경험의 풍요로움이 단절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모이면 자기 신념은 더 단단해지고,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은 배척하게 된다”며 “젊은 시기에는 여러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고 토론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결국 핵심은 가치관의 ‘차이’ 유무가 아니라 ‘차이를 다루는 방식’이다. 정동청 원장은 “정치 성향 차이는 애초에 좁히기 어려운 문제이므로, 상대를 설득해 이기려 하기보다 차이가 있어도 서로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곽 교수 역시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무조건 기피하거나 틀렸다고 단정 짓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들어볼 필요가 있다”며 “싸우자는 태도가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