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닿은 박쥐, 상처 하나 없었는데… 11세 소년 목숨 앗아가

[해외토픽]

이미지
잠을 자던 중 얼굴에 박쥐가 닿은 뒤 광견병으로 숨진 11세 소년의 사례가 보고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잠을 자던 중 얼굴에 박쥐가 닿은 뒤 광견병으로 숨진 11세 소년의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캐나다 의학협회저널(CMAJ)은 향후 유사 사건 발생 방지를 위해 해당 사례를 소개했다. 2024년 여름,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한 별장에서 잠을 자던 11세 소년은 코 위에 박쥐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놀란 소년은 손으로 박쥐를 쳐냈다. 당시 눈에 띄는 물림이나 할큄 자국이 없고 박쥐도 이상 행동을 보이지 않아 가족은 병원을 찾지 않았다.

그러나 박쥐와 접촉한 지 19일 뒤 소년은 얼굴 한쪽이 저리고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얼굴이 붓고 식욕이 떨어졌으며, 이후 연하곤란과 구토, 발열, 의식 혼란, 환각이 잇따랐다. 처음에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으로 오인돼 귀가했지만, 이튿날 증상이 심해지며 다시 병원을 찾았다. 결국 입원 4일째 되는 날 검사를 통해 광견병으로 최종 확진됐다. 소년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입원 17일째 결국 숨졌다.

광견병은 감염된 동물의 침이 물린 상처뿐 아니라 코·입·눈 점막이나 열린 상처에 닿아도 전파될 수 있다. 이번 사례에서도 눈에 띄는 물림 자국은 없었지만 이 같은 경로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증상 나타난 뒤 치사율 매우 높아
광견병은 증상이 나타난 뒤에는 사실상 치료법이 없는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주로 광견병 바이러스를 가진 동물의 침이 물린 상처나 찰과상, 점막 등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사람에게 발생하는 광견병 사례 중 약 99%는 개에 의한 전파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광견병이 대부분 통제된 북미·남미에서는 박쥐 등 야생동물이 주요 감염원으로 꼽힌다.

이번 사례는 1967년 이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발생한 첫 지역사회 감염 광견병 사례다. 캐나다에서는 1924년 이후 사람의 광견병 사례가 28건만 보고될 정도로 드문 질환이지만, WHO는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수만 명이 광견병으로 숨지고 있으며 희생자의 약 40%가 15세 미만 어린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사람의 광견병 확진 사례가 2004년 이후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인천·경기·강원 등 북한 접경지역에서는 야생 너구리 등을 중심으로 광견병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검출돼 방역 당국은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광견병이 의심되는 야생동물이나 개에게 물리거나, 박쥐와 직접 접촉했다면 상처가 작더라도 즉시 비누와 물로 15분 이상 씻은 뒤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노출 후 예방요법(PEP)을 시행하면 대부분 광견병을 막을 수 있지만, 증상이 시작된 뒤에는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캐나다 맥마스터 어린이병원 소아감염병 전문의 브라이언 험멜 박사는 “눈에 띄는 물림이나 할큄 자국이 없더라도 박쥐와 직접 접촉했다면 노출 후 예방요법이 필요하다”며 “특히 사람과 박쥐의 접촉이 늘어나는 여름철에는 이를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