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전 ‘멈칫’ 하는 시간, 사망 위험과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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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걷는 속도뿐 아니라, 한 발을 내딛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노년기 건강 상태와 사망 위험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들수록 걸음이 느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로 여겨진다. 하지만 단순히 걷는 속도뿐 아니라, 한 발을 내딛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노년기 건강 상태와 사망 위험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65세 이상 노인 120명을 대상으로 균형감각, 자세 조절 능력, 근육 움직임 등이 장기 생존율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분석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는 78세였으며, 연구진은 이들을 10~17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진은 먼저 참가자들에게 앞, 뒤, 옆 방향으로 가능한 한 빨리 한 걸음을 내딛도록 했다. 이후에는 글자의 의미와 실제 색깔이 서로 다른 단어를 보고 글자 색을 말하는 '스트루프 테스트'를 함께 수행하게 했다. 예를 들어 '빨강'이라는 글자가 파란색으로 적혀 있을 때, 글자의 뜻이 아니라 실제 색깔인 '파랑'을 말하는 방식이다. 이는 걷기와 생각하기를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에서 몸과 뇌가 얼마나 빠르게 반응하는지 보기 위한 검사다.

분석 결과, 주의가 분산된 상태에서 한 걸음을 시작하는 시간이 100밀리초, 즉 0.1초 길어질 때마다 추적 기간 중 사망 위험이 약 2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기간 중 사망한 사람들은 평균 423밀리초 만에 첫걸음을 뗐고, 생존한 사람들은 평균 313밀리초가 걸렸다. 한 걸음 전체에 걸리는 시간도 사망자는 평균 1.3초, 생존자는 1.1초로 차이를 보였다.

연구진은 첫걸음을 떼는 속도가 단순히 다리 힘만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라고 했다. 걷기 위해서는 근육 힘, 균형감각, 관절 움직임, 시각 정보, 뇌의 판단, 신경 전달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특히 다른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상황에서는 뇌와 몸이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으로 협력하는지가 드러난다.

나이가 들면 종아리 근육과 근섬유가 줄고 관절 유연성이 떨어진다. 뇌에서 근육으로 신호가 전달되는 속도도 느려질 수 있다. 여기에 무릎, 고관절, 발관절의 골관절염처럼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있으면 보폭이 짧아지고 걸음 사이 간격도 길어진다. 이런 변화가 쌓이면 전체 보행 속도뿐 아니라 첫걸음을 시작하는 시간도 늦어질 수 있다.

균형감각도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눈을 감고 서 있을 때 균형 유지 능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추적 기간 중 사망 위험이 컸다. 균형이 나쁘면 낙상 위험이 커지고, 노년층에서 낙상은 골절, 근 감소, 외상성 뇌손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주의가 분산된 상태에서의 보행 평가를 일반적인 건강 평가에 포함하면 노년층의 생존 위험을 더 잘 예측하고, 인지·운동 기능 저하를 막기 위한 조기 개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연구진은 "첫걸음이 느린 것이 사망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첫걸음을 시작하는 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신체 활동 감소, 균형 저하, 신경·근육 기능 약화 등 전반적인 건강 취약성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노인학 저널(Gerontology)'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