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때부터 피부암만 50번 겪은 여성… 대체 왜?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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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단 몇 분만 노출돼도 심한 화상을 입고 피부암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사진=더 선
햇빛에 단 몇 분만 노출돼도 심한 화상을 입고 피부암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희귀질환을 앓는 30대 여성의 사연이 공개됐다.

미국 유타주에 거주하는 리지 테니(30)는 외출할 때마다 두꺼운 가죽 재킷과 장갑을 착용하고, 얼굴은 플라스틱 보호막이 달린 특수 모자로 가린다. 온몸에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른 뒤에도 자외선 측정기로 외부 자외선 강도를 확인해야만 집 밖을 나설 수 있다. 심지어 실내 창문을 통과하는 자외선에도 피부가 손상될 수 있을 정도로 자외선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테니가 이토록 철저히 햇빛을 피하는 이유는 희귀 유전질환인 색소성건피증(XP) 때문이다. 테니는 지금까지 피부암 제거 수술을 50차례 받았으며 지난해 10월에도 가족과 해변에 다녀온 뒤 입은 화상으로 발생한 피부암으로 수술을 받았다.

테니의 부모는 그가 생후 6주였을 때부터 이상을 느꼈다. 당시 약 30분 동안 그늘에서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도 다음 날 테니의 얼굴이 심하게 화상을 입고 눈이 퉁퉁 부었던 것이다. 담당 의사는 단순한 햇볕 화상으로 여겼지만, 부모는 그에게 이상이 있음을 직감했다. 이후 수년간 반복되는 화상을 겪다가 12세 무렵 낫지 않는 뺨의 상처를 계기로 피부과를 찾았고, 피부암과 함께 색소성건피증 진단을 받았다.

현재도 테니는 두꺼운 보호복과 자외선 차단 장비를 착용해야만 외출할 수 있지만, 질환 때문에 삶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는 스노클링과 수영 등 야외 활동도 철저한 보호 장비를 갖춘 채 즐기며 색소성건피증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고 있다. 테니는 “두려움 때문에 내 삶을 멈추고 싶지 않다”며 “언젠가 DNA 복구 연구를 통해 이 병을 치료할 방법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색소성건피증은 자외선에 의해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유전자에 선천적인 이상이 생기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정상적인 피부는 자외선으로 DNA가 손상돼도 이를 복구하지만, 색소성건피증 환자는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DNA 손상이 계속 누적된다. 대부분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며, 전 세계적으로 약 25만 명 가운데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은 대부분 영유아기에 시작된다. 햇볕에 단 몇 분만 노출돼도 심한 일광화상이나 물집이 생길 수 있으며, 어린 나이부터 주근깨나 색소침착이 나타난다. 환자의 약 절반은 햇빛에 노출될 경우 물집을 동반한 심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색소성건피증 환자가 자외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피부암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미국 희귀질환기구(NORD)에 따르면 20세 미만 환자의 비흑색종 피부암 발생 위험은 일반인보다 약 1만 배, 흑색종은 약 2000배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색소성건피증은 피부뿐 아니라 눈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구건조증과 눈부심, 각막염, 각막혼탁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시력 저하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눈꺼풀과 결막에도 어린 나이에 암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환자의 약 25%에서는 신경계 이상도 나타나며, 감각신경성 난청, 운동실조, 인지기능 저하, 연하곤란, 성대 마비 등이 점차 진행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완치법은 없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치료는 자외선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다. 외출 시에는 SPF가 높은 자외선 차단제를 충분히 바르고 긴팔·긴바지, 장갑과 함께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모자와 안면 보호구를 착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실내 창문에도 자외선 차단 필름을 부착하고, 햇빛을 피하면서 부족해질 수 있는 비타민 D는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약물로 보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