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의 혼자 수술하는 시대 온다… "보조 업무는 로봇이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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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기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사진=구교윤 기자
"궁극적으로는 집도의 한 명만 있고 보조 업무는 여러 대의 로봇이 수행하는 환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삼성서울병원이 수술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집도의 한 명과 여러 대의 로봇이 협업하는 수술 환경을 구축해 필수의료 인력난 해소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용기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19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수술실에서 기구 전달, 내시경 조작, 조직 견인 등 다양한 보조 업무를 사람이 맡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당 부분을 로봇이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이 주관하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총괄책임자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필수의료 혁신 등 보건의료 분야 난제 해결을 목표로 추진하는 연구개발 사업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7월부터 인공지능(AI) 기반 휴머노이드 개발에 착수했다.

◇ "기존 수술로봇 한계… 사람 역할 대신할 로봇 필요"
정 교수는 휴머노이드 개발의 출발점으로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꼽았다.

그는 "수술실에서는 수천, 수만 가지 업무가 발생하는데 기존 수술로봇은 특정 목적의 작업만 수행할 수 있다"며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면 실제 사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휴머노이드 가장 큰 장점은 사람이 일하던 공간에 그대로 들어가 기존 방식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로봇을 위해 수술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존 수술실에 자연스럽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정 교수는 휴머노이드가 반드시 사람처럼 두 발로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병원에서는 이족보행 로봇이 필요한 상황이 많지 않다"며 "환자 주변에서 넘어지거나 충돌할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구현해야 하는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실에서는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동형 플랫폼 기반의 로봇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휴머노이드가 필수의료 인력 문제 해결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봤다.

그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 인력이 부족해 수술이 어려워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미 병원 물류 분야에서는 로봇이 활용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의료 현장에서도 로봇의 역할은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 교수가 총괄책임자를 맡고 있는 프로젝트도 첨단 로봇 기술 개발 자체보다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술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 교수는 "휴머노이드가 보조 인력 역할 일부를 맡을 수 있다면 필수의료 현장에서도 보다 안정적으로 수술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현재 TRL 3~4단계… "5년 내 상용화 직전 수준 목표"
정 교수는 수술실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수술실 환경에 적합한 하드웨어 설계와 실제 활용 시나리오 분석도 함께 진행 중이다. 기술 수준은 기술성숙도(TRL) 기준 3~4단계다. 향후 5년 안에 7~8단계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정 교수는 지난 5월 보건복지부 'AI 기반 수술로봇 이노베이션랩 구축 및 활용 사업' 책임자로도 선정됐다. 향후 5년간 약 100억원 규모의 국비를 지원받아 AI 수술로봇 개발과 상용화를 지원하는 '오로라랩'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오로라랩에는 정 교수를 비롯해 배주영 성형외과 교수, 정규환 지능형의료로봇연구센터 교수, 오남기 이식외과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진은 수술 현장의 미충족 수요 발굴부터 기술 개발, 실증, 인허가,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연구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교수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실제 의료진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수술실 업무 흐름까지 함께 분석하고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이를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봇이 실제 의료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기술 고도화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해 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