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눈은 카메라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 그중에서도 안구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빛이 상을 맺는 이 얇은 신경 조직은 시력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필름이 들떠서 안구 벽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질환이 있다. 바로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안과적 응급 질환인 ‘망막박리’다.
망막박리는 망막에 영양을 공급하는 망막색소상피로부터 망막 신경층이 분리되는 상태를 말한다. 분리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망막 신경세포에 영양 공급이 차단되면서 세포가 영구적으로 위축되고, 결국 심각한 시력 저하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눈앞에 번쩍임과 날파리증…전조가 되는 ‘망막박리 증상’
망막박리는 초기 대응이 예후를 좌우하는 만큼, 미세한 전조증상을 알아차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망막박리 증상으로는 눈앞에 날파리나 먼지 같은 물질이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비문증(날파리증)’을 꼽을 수 있다. 물론 비문증 자체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유리체 변화일 수 있으나, 갑자기 떠다니는 물체의 개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면 망막박리의 신호일 수 있다.
또한 어두운 곳에서도 눈앞이 번쩍거리는 ‘광시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는 유리체가 망막을 잡아당기면서 시신경이 자극받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박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커튼을 친 것처럼 시야의 일부가 검은 그림자로 가려져 보이는 시야장애가 발생하며, 중심부인 황반까지 박리가 진행되면 급격한 시력 저하와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변시증이 나타나게 된다.
◇원인에 따라 나뉘는 ‘열공성’과 ‘견인성’ 망막박리
망막박리는 발병 기전에 따라 크게 몇 가지 형태로 분류된다. 그중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유형이 바로 열공성 망막박리다. 이는 망막에 구멍(망막열공)이 생기고, 그 구멍을 통해 안구 내부를 채우고 있는 액체 상태의 유리체가 흘러 들어가 망막을 아래쪽부터 서서히 들어 올리면서 발생한다. 주로 고도근시가 있거나, 눈 주변에 강한 외상을 입었을 때, 혹은 노화로 인해 유리체가 망막에서 분리되는 과정에서 잘 생긴다. 최근에는 전자기기 사용 증가 등으로 인해 젊은 층에서도 고도근시 환자가 늘며 열공성 망막박리의 발병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견인성 망막박리는 망막 표면에 비정상적인 섬유성 증식막이 형성되면서, 이 조직이 망막을 안쪽으로 강하게 잡아당겨 박리를 유발하는 형태다. 이는 주로 증식성 당뇨망막병증, 포도막염, 혹은 심한 안구 외상 등의 기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이외에 망막에 구멍이나 견인력 없이, 염증성 삼출액이 망막 아래에 고이면서 발생하는 삼출성 망막박리도 존재한다.
◇골든타임 내 대처가 핵심, 대표적 수술법인 ‘유리체 절제술’
망막박리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수술 방법은 환자의 나이, 박리의 범위와 위치, 유병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치료법은 유리체 절제술이다. 안구에 미세한 구멍을 내어 망막을 잡아당기고 있는 유리체를 제거한 뒤, 떨어져 있던 망막을 원래 위치로 밀착시키는 방식이다. 이후 레이저를 조사해 망막을 고정하고, 안구 내부에 가스나 실리콘 오일을 주입하여 망막이 벽에 잘 붙어있도록 지지해 준다. 상황에 따라 안구 바깥쪽에서 실리콘 밴드를 대어 망막을 밀착시키는 황공조임술(공막돌륭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망막박리 수술의 성패는 ‘골든타임’에 달려 있다. 시력의 약 90% 이상을 담당하는 황반 부위가 떨어지기 전에 수술을 받아야 정상적인 시력 회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반까지 떨어질 경우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기존 시력을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시력 저하뿐만 아니라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변형시 현상이 동반되거나 지속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평소 고도근시가 있거나 당뇨 환자, 혹은 망막 질환의 가족력이 있다면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주기적인 안저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눈앞에 번쩍거림이 심해지거나 그림자가 가리는 듯한 이상 증세가 느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안과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야 실명의 위협으로부터 눈을 지킬 수 있다.
(*이 칼럼은 최헌진 분당더본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