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다가도 터진다… 뇌동맥류, 40대 이후 한 번쯤 검사 받아라”

입력 2026/06/15 08:00

'헬스조선 명의 톡톡' 인터뷰
'뇌동맥류 명의'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윤원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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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구로병원 신경외과 윤원기 교수가 뇌동맥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거의 없어 흔히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아무런 징후 없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지만, 최근에는 건강검진을 통해 파열 전에 발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모든 뇌동맥류가 즉시 수술 대상은 아니며, 환자 상태에 따라 추적 관찰과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뇌동맥류는 왜 생기고, 누가 특히 주의해야 할까. 고려대 구로병원 뇌혈관센터장 윤원기 교수(신경외과)에게 뇌동맥류의 원인과 치료, 예방법을 물었다.

-뇌동맥류가 여성에게 더 많다고 들었다.
"명확한 생물학적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나 유전적 소인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건강검진을 더 적극적으로 받는 경향이 있어 통계상 발견 빈도가 높게 나타나는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정상적인 뇌혈관은 매끄러운 관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혈압과 혈류에 의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혈관벽이 약해지면서 풍선처럼 볼록하게 부풀어 오르는데, 이를 뇌동맥류라고 한다. 크기는 2㎜ 이하부터 50㎜ 이상까지 다양하며 주로 40~70대에서 많이 발견된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알려진 원인은 혈류역학적 스트레스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의 약 20%가 뇌로 향하는데, 많은 혈액이 가느다란 뇌혈관을 빠르게 지나면서 혈관벽이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세포 변형과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혈관벽의 평활근 세포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동맥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동맥경화증이 시작되는 과정과 비슷한 원리다. 혈관 내 염증이나 외상, 뇌동정맥 기형이나 모야모야병 같은 기존 뇌혈관 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뇌동맥류가 잘 생기는 고위험군이 있나?
"대표적인 고위험군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다. 직계 가족 중 파열 또는 비파열 뇌동맥류 환자가 여러 명 있다면 일반인보다 발병 위험이 훨씬 크다. 특히 신장에 낭종이 생기는 다낭신증이나 결합조직이 약해지는 말판증후군 같은 유전질환이 있는 사람은 뇌동맥류 발생 위험이 높아 반드시 뇌혈관 검사를 권한다. 후천적인 위험인자로는 고혈압과 흡연이 대표적이다. 연령대로 보면 대사질환이 동반되는 40대 이상에서 주로 발견되지만, 최근에는 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비파열 뇌동맥류를 진단받는 20~30대 젊은 환자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어 젊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비파열 뇌동맥류는 어떻게 발견되나?
"비파열 뇌동맥류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다. 건강검진이나 두통·어지럼증으로 MRA(자기공명 혈관영상), CTA(컴퓨터단층촬영 혈관조영술) 검사를 받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인 두통이나 어지럼증은 대부분 동맥류와 관련이 없다. 다만 동맥류가 매우 크거나 주변 뇌신경을 누르는 위치에 있거나, 파열 직전 급격히 커지는 과정에서는 혈관 자체의 통증 때문에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심한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동맥류가 터지면 뇌를 둘러싼 지주막하 공간에 순식간에 피가 차면서 뇌압이 급격히 상승한다. 환자는 평생 처음 겪는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극심한 벼락 두통을 호소한다. 이와 함께 구토, 목이 뻣뻣해지는 경부 강직, 사물이 겹쳐 보이는 복시,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주변 사람이 뇌동맥류 파열이 의심되는 증상을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즉시 119에 신고하는 것이다. 일반인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의학적 처치는 사실상 없다. 환자가 의식이 있고 스스로 호흡하고 있다면 머리를 약간 높여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간혹 뇌전증(발작)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억지로 움직임을 막거나 손발을 붙잡아서는 안 된다. 환자가 다치지 않도록 주변 환경만 정리하고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다."

-재파열은 얼마나 위험한가?
"첫 파열 이후에는 몸의 지혈 반응으로 파열 부위가 매우 얇은 혈전 막으로 임시 봉합된다. 하지만 혈압이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뇌척수액이 계속 흐르면서 이 약한 부위가 다시 터질 수 있다. 재파열은 첫 24시간 이내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2주 이내 약 25%, 6개월 이내에는 50%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파열이 발생하면 사망률은 약 50%까지 높아지고 치료 결과도 급격히 나빠진다. 그래서 첫 파열 후 24시간 이내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비파열 뇌동맥류는 진단받으면 무조건 수술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진단받았다고 해서 모두 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것은 아니다. 약물로 이미 부풀어 오른 혈관을 다시 정상으로 만드는 치료법은 없다. 선택지는 추적 관찰을 하거나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 두 가지뿐이다.

과거에는 7㎜ 이상이면 치료를 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3㎜ 이하의 작은 동맥류도 파열되는 사례가 있어 단순히 크기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반대로 특별한 위험인자가 없는 5㎜ 미만 비파열 동맥류는 연간 파열 위험이 약 0.5~1.5% 정도로 높지 않다. 환자의 나이와 고혈압 여부, 동맥류의 위치와 모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파열 위험이 낮다면 치료 대신 정기적인 영상 검사를 통해 추적 관찰하기도 한다."

-수술적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뇌동맥류 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머리를 열어 동맥류를 직접 묶는 클립 결찰술과 혈관 안으로 들어가 동맥류를 막는 코일 색전술이다.

클립 결찰술은 머리를 열고 부풀어 오른 동맥류의 목 부분을 의료용 클립으로 묶어 혈류를 차단하는 수술이다. 두피와 두개골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통증이 있고 회복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일상생활로 완전히 복귀하기까지 2~3주 걸린다. 하지만 재발률이 매우 낮고 완치 가능성이 높으며, 수술 중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코일 색전술은 머리를 열지 않고 허벅지 대퇴동맥이나 손목동맥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을 뇌혈관까지 넣은 뒤, 동맥류 내부에 백금 코일을 채워 혈액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혈관 내 치료다. 전신마취 후 특별한 합병증이 없으면 다음 날 퇴원할 정도로 회복이 빠르고 고령 환자에게도 부담이 적다. 다만 재발률은 약 17%로 클립 결찰술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재관류를 막기 위해 스텐트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아스피린 등 항혈소판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코일 색전술 등 혈관 내 치료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치료법은 환자가 선택하기보다 동맥류의 위치와 모양,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문의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파열된 뇌동맥류는 어떻게 치료하고, 예후는 어떤가?
"우선 기도 확보와 호흡, 심장 기능 유지 등 생명 유지 처치를 시행한다. 이후 CT와 혈관 CT를 통해 파열 위치를 확인한 뒤 개두술을 할지 혈관내 치료를 할지 결정한다. 동맥류 상태뿐 아니라 환자의 전신 상태와 뇌압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파열 자체로 약 20%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다. 병원에 도착한 환자를 포함해도 약 3분의 1 정도가 결국 사망할 만큼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생존하더라도 절반 정도는 상태가 좋지 않아 장기적인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반면 수술이나 시술 자체의 사망률은 현재 매우 낮은 수준이다. 결국 치료보다 질환 자체가 훨씬 위험한 병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인 후유증은 인지장애와 반신마비 같은 신경학적 장애이며, 전체적으로 25~30%에서 후유증이 남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3D 홀로그래픽 혼합현실 기술을 개발했다던데.
"고려대 안암병원 마취과 고재철 교수와 함께 개발했다. 뇌혈관 조영 CT에서 생성되는 약 550장의 영상을 변환해 홀로렌즈에 업로드하면 혈관을 3차원 홀로그램 형태로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면 모니터에서 보는 3D 영상과 달리 실제 공간에서 거리감과 입체감을 느끼며 자유롭게 회전시켜 볼 수 있어 특정 환자의 혈관 구조를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코일 색전술을 시행할 때 일반 영상만으로는 놓칠 수 있는 혈관의 방향이나 구조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활용했다. 실제로 약 250례의 뇌동맥류 치료에 적용했다."

-수술이나 시술 후 관리와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퇴원 후에는 처방받은 혈압약이나 항혈소판제를 임의로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술과 담배를 끊어야 한다. 수술이나 시술 직후에는 무리한 근력운동보다는 걷기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기초 체력을 회복하고, 약 한 달 정도 지난 뒤 몸 상태에 맞춰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을 권한다.

평소 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금연과 혈압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짜게 먹는 습관을 줄이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공식품과 붉은 고기 섭취는 줄이고 채소와 등푸른생선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뇌동맥류는 발견하기 전에는 무서운 질환일 수 있지만, 조기에 발견하는 순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 된다. 현대 의학으로는 사전에 적절한 치료와 추적 관찰을 통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40대 이후에는 한 번쯤 MRA 등 뇌혈관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또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벼락처럼 갑작스러운 두통과 함께 구토, 목이 뻣뻣해지는 증상, 사물이 겹쳐 보이거나 의식이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지체하지 말고 즉시 119를 불러야 한다."

윤원기 교수는…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고려대 의대 신경외과 교수이자 고려대 구로병원 뇌혈관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뇌동맥류, 뇌동정맥기형, 뇌동정맥루 등 다양한 뇌혈관질환의 수술적 치료와 혈관내 치료를 전문으로 하며, 특히 뇌동맥류 클립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을 비롯한 복합 뇌혈관질환 치료에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고 있다. 급성 뇌경색 환자의 혈관문합수술과 모야모야병, 뇌혈관 협착·폐색 질환의 수술 및 혈관내 치료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뇌동맥류의 발생과 파열 위험을 예측하는 전산유체역학(CFD)을 비롯해 뇌동정맥기형·뇌동정맥루의 정맥경유 색전술, 특발성 두개내압상승증에 대한 정맥동 스텐트 삽입술 등 최신 뇌혈관 치료 기술 전반에 걸쳐 있다. 현재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 보험이사와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실행이사·보험이사를 맡고 있으며, 뇌혈관문합수술연구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뇌혈관질환의 정밀 진단과 맞춤형 치료 전략을 연구하는 한편, 수술과 혈관내 치료를 아우르는 통합적 뇌혈관 치료 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