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합법화 길 열렸는데… 문신업계는 왜 더 혼란스러워졌나

입력 2026/06/11 16:00

[문신, 양지로 나오다] ①
문신사법 틈탄 교육·자격증 홍보 난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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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제 429회 국회 제9차 본회의에서 문신사법안이 통과되자 문신 합법화에 찬성하는 방청객들이 환호하고 있다./사진=뉴스1
수십 년간 음지에서 성장해 온 문신 산업이 마침내 양지로 나오고 있다. 내년 10월 문신사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최근 대법원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더 이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문신 산업이 본격적인 제도권 편입 수순에 들어섰다. 그간 법원은 1992년 판례를 근거로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처벌해 왔지만, 해당 판례가 34년 만에 뒤집히며 문신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오랜 기간 이어진 '불법'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환영하고 있다. 다만 문신사법 시행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면허 기준과 국가시험, 위생 교육, 시설 기준 등 핵심 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면서 현장의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면허 기준도 안 나왔는데… 현장선 자격증 장사 횡행
대한문신사중앙회는 대법원 판결이 문신 산업의 제도화 흐름에는 긍정적이지만, 문신사법 시행 전까지는 오히려 관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 문신사법은 일정한 교육과 면허를 취득한 문신사에게 시술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이 문신을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일부에서는 향후 면허 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문신사법은 의료행위에 대한 예외적 허용을 전제로 설계된 제도인데, 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에서는 '굳이 면허를 취득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문신사법 시행까지 자칫 규제의 진공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단체들이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유포하며 수익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며 정부의 조속한 가이드라인 제시를 촉구했다. 대한문신사중앙회 김소윤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문신사법 통과 이후 6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거의 없다"며 "면허시험, 위생 교육, 임시등록 기준 등 핵심 사항이 정해지지 않아 문신사들의 불안과 현장의 정보 혼란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일부 단체와 업체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마치 결정된 사실인 것처럼 홍보하며 수익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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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단체들이 문신사 면허 취득과 관련한 미확정 정보를 내세워 교육·자격증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사진=대한문신사중앙회 제공
실제로 중앙회 측은 최근 일부 단체와 업체들이 면허 취득과 관련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내세워 교육·자격증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특정 교육 과정을 수강하면 면허 취득에 유리한 것처럼 광고하거나, 임시등록 절차가 정해진 것처럼 안내하는 사례가 있다"며 "문신사들이 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며 피해를 보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문신사들은 앞으로 면허를 취득해야 하지만 대부분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본 경험이 없어 어떤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해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하위 법령 내용이 사실처럼 유통되면서 각종 추측성 정보가 SNS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상황도 전해졌다. 이를 근거로 특정 장비나 시설이 필수 요건이 될 것처럼 홍보하며 제품을 판매하는 식이다. 김 부회장은 "문신사법은 단순한 기술 자격증 제도가 아니라 국민 안전을 위한 면허 제도"라며 "위생 기준과 시설 기준 등을 현장에 적용하려면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이라도 제시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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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정되지 않은 문신사법 하위 법령과 관련한 각종 추측성 정보가 SNS 등을 통해 확산되는 가운데, 이를 활용해 제품 등을 판매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사진=대한문신사중앙회 제공
◇"하위 법령 조속히 제정돼야"… 의료계도 안전 기준 강조
중앙회는 문신업계가 수십 년 동안 제도권 밖에서 성장해 온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돼야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문신사중앙회 임보란 회장은 "문신사법은 오랜 기간 현장의 요구와 논의를 거쳐 마련된 제도"라며 "정부가 보다 책임 있게 제도 정착을 이끌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회는 ▲하위 법령의 조속한 제정 ▲국가시험 및 면허 체계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 공개 ▲대표성 있는 현장 의견 수렴 체계 마련 ▲위생·안전 기준 구축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의료계 역시 문신사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 기준에 기반한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대한피부과학회는 지난 4월 춘계학술대회에서 "문신은 단순히 피부에 색소를 주입하는 미용행위가 아니라 감염, 알레르기, 면역반응 등 다양한 건강 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시술"이라며 "문신사법 시행 전까지 남은 기간은 의료적 안전 기준을 설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세조은피부과 김재홍 원장(대한의사협회 문신사 TF 위원)은 감염 관리 및 위생 기준 표준화, 문신사 건강검진 의무화, 의료 기반 교육과정 설계, 감염사고 신고·대응 체계 구축, 염료 및 의약품 안전 관리 강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문신 교육은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니라 감염과 면역, 약물에 대한 이해를 포함한 의료 안전 교육이어야 한다"며 "문신사가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시술 과정에는 의료적 특성이 존재하는 만큼 의료계의 전문성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2년간 어떤 기준을 세우느냐에 따라 국민 건강 보호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문신사법 시행에 맞춰 하위 법령 마련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1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신사법 시행 시점인 2027년 10월에 맞춰 시행령과 시행규칙도 함께 시행될 예정"이라며 "올해 말까지 하위 법령안을 마련하고 내년 초부터 입법예고 등 정부 입법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현장에서 확정되지 않은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관련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다음주 예정된 하위법령 논의 2차 간담회에서 잘못 알려진 정보들을 정리해 설명하고, 현장의 오해를 줄일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문신사법
불법으로 분류된 문신 시술을 일정한 자격과 교육, 위생 기준 아래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법이다. 현행 의료법상 문신은 의료행위로 해석돼 의사만 시술할 수 있지만, 현실에선 대부분 비의료인 문신사(타투이스트)들이 시행해 왔다. 법안은 일정 요건을 충족한 문신사에게 면허를 부여하고 합법적으로 시술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5년 국회를 통과했으며,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10월 29일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