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양지로 나오다] ②
불법 마취크림 암거래 실태
문신사법 시행을 1년여 앞둔 지금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문신 산업의 제도권 편입이 가시화됐지만 현장에서는 불법 마취크림과 의료기기 유통 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문신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양성화'는 단순히 직업을 인정받자는 의미가 아니다. 음성화된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안전기준과 관리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법제화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불법 제품 유통은 오히려 더 교묘해졌다고 말한다.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준수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문신사법 국회 통과 이후에도, 대통령 공포 이후에도 불법 제품 유통은 멈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손쉽게 구하는 불법 마취크림
대표적인 문제는 시술 현장에서 관행처럼 사용되는 불법 마취크림이다. 문신 시술에 사용되는 일부 고함량 마취크림은 의약품 관리 대상이지만, 제조원과 성분이 불분명한 제품들이 약국이 아닌 온라인과 SNS를 통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문신업소에서 사용되는 마취크림 상당수가 정식 유통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제품으로 추정된다. 일부 제품은 중국에서 밀수입된 뒤 별도 포장 과정을 거쳐 재료상들에게, 이후 문신업소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접근성이 높다는 점이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마취제는 정식 유통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불법 제품은 온라인 주문만으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실태 파악을 위해 대구·부산 지역 판매업체를 직접 수소문해 제품을 구매해봤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통과 전후는 물론 대통령 공포 이후에도 꾸준히 '울트라 타투크림'과 '태그45'를 별다른 제약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제품은 업계에서 각각 1차제, 2차제로 불리며 널리 사용되는 불법 제품이다.
일부 판매업자는 세금계산서 발급 대신 현금 거래를 유도하거나 거래명세서에 제품명을 다른 미용재료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거래 과정에서는 마취크림 대신 일반 미용재료인 '펌왁스', '겔' 등의 명칭이 사용되는 사례도 확인됐다고 협회 측은 밝혔다.
◇전문의약품보다 높은 마취 성분 함량… 안전성 우려
불법 마취크림은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 마취크림의 주성분인 리도카인은 신경에 작용해 통증 감각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국소마취제다. 대한약사회 김예지 학술위원은 "리도카인 마취크림은 함량과 위험도에 따라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구분된다"며 "고함량 제품은 전신 흡수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관리된다"고 말했다.
분당차병원 피부과 김동현 교수에 따르면 피부과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엠라(Emla) 크림'은 리도카인 2.5%, 프릴로카인 2.5%로 총 5% 함량이다. 반면 문신업계에서 유통되는 불법 제품은 총 10% 이상의 고농도 제품이며, 25% 함량으로 표시된 제품도 있다. 김 교수는 "25% 리도카인은 동물용 혹은 당뇨성 족부궤양처럼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환자에게 사용하는 수준"이라며 "넓은 부위에 바르면 혈압 저하 위험이 있어 일반적인 피부 국소마취 영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농도"라고 했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함량뿐 아니라 성분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의약품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성분 조합이 고함량으로 유통되고 있다"며 "불법 시설에서 제조되는 만큼 실제 성분과 함량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문신처럼 피부를 반복적으로 찌르는 시술은 마취 성분의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김 교수는 "흡수 독성이 발생하면 심혈관계 부작용, 강한 국소 자극, 접촉피부염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등 전체처럼 넓은 부위에 사용할 경우 호흡 기능 장애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준수 부회장 역시 "과거 두피 시술 전 해당 제품을 바른 뒤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느껴 쓰러질 뻔한 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일반인이나 청소년도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시술 시간 단축·손쉬운 구매… 불법 제품 찾는 이유
그렇다면 시술자들은 왜 약국에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 대신 출처가 불분명한 고함량 제품을 찾을까. 업계는 강한 마취 효과와 손쉬운 구매를 이유로 꼽는다.
일반의약품 마취크림을 취급하는 약국이 많지 않은 데다, 온라인으로 빠르게 배송되는 불법 제품이 훨씬 접근하기 쉽다는 것이다. 마취 효과가 강할수록 시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눈썹 문신 등 반영구 시술은 통상 1시간 안팎에 끝난다. 마취 효과가 강하면 작업 시간을 줄여 더 많은 고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업소에서는 고객에게 일반의약품을 사용한다고 설명한 뒤 실제로는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신고해도 달라진 것 없어"… 관리 공백 여전
대한문신사중앙회는 불법 제품 유통 사례를 수차례 관계기관에 알렸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체감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 부회장은 "제품 구매 자료와 사진, 거래 내역 등을 첨부해 여러 차례 신고했으며 언론 보도도 있었지만 판매는 계속됐다"고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년 전부터 불법 마취크림 사용 중단을 권고하고, 약국에서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 사용을 안내하는 등 자정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불법 유통 구조가 오랜 기간 형성된 데다 SNS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돼 단속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 당국에 입장을 물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허가되지 않은 제품은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허가된 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면서도, 문신사의 의약품 사용 범위는 문신사법 조항에 따라 보건복지부 고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문신사법 제8조 2항을 근거로 "문신사는 복지부 장관이 별도로 고시하는 일반의약품에 한해 약국에서 취득·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고시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복지부는 오는 7월 중 '문신 시설 표준 지침'을 배포해 의약품 관련 기준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법 유통 단속에 대해서는 "문신사법 시행 이전인 현재는 약사법 소관인 식약처에서 규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문신사법 시행 시점은 2027년 10월 29일로, 그 전까지는 법에 근거한 직접 규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관련 고시와 지침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데다 관리 주체도 명확하지 않아, 현시점 불법 유통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문신 산업 양성화의 목적도 결국 이런 음성 시장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리 공백이 이어진다면 합법화 이후에도 불법 시장은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 역시 "의약품 관리 체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충분한 관리·감독 인력과 명확한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신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 온 '양성화'는 단순히 직업을 인정받자는 의미가 아니다. 음성화된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안전기준과 관리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법제화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불법 제품 유통은 오히려 더 교묘해졌다고 말한다. 대한문신사중앙회 이준수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문신사법 국회 통과 이후에도, 대통령 공포 이후에도 불법 제품 유통은 멈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손쉽게 구하는 불법 마취크림
대표적인 문제는 시술 현장에서 관행처럼 사용되는 불법 마취크림이다. 문신 시술에 사용되는 일부 고함량 마취크림은 의약품 관리 대상이지만, 제조원과 성분이 불분명한 제품들이 약국이 아닌 온라인과 SNS를 통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 문신업소에서 사용되는 마취크림 상당수가 정식 유통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제품으로 추정된다. 일부 제품은 중국에서 밀수입된 뒤 별도 포장 과정을 거쳐 재료상들에게, 이후 문신업소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접근성이 높다는 점이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마취제는 정식 유통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불법 제품은 온라인 주문만으로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실태 파악을 위해 대구·부산 지역 판매업체를 직접 수소문해 제품을 구매해봤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 통과 전후는 물론 대통령 공포 이후에도 꾸준히 '울트라 타투크림'과 '태그45'를 별다른 제약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제품은 업계에서 각각 1차제, 2차제로 불리며 널리 사용되는 불법 제품이다.
일부 판매업자는 세금계산서 발급 대신 현금 거래를 유도하거나 거래명세서에 제품명을 다른 미용재료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거래 과정에서는 마취크림 대신 일반 미용재료인 '펌왁스', '겔' 등의 명칭이 사용되는 사례도 확인됐다고 협회 측은 밝혔다.
◇전문의약품보다 높은 마취 성분 함량… 안전성 우려
불법 마취크림은 안전성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 마취크림의 주성분인 리도카인은 신경에 작용해 통증 감각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국소마취제다. 대한약사회 김예지 학술위원은 "리도카인 마취크림은 함량과 위험도에 따라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구분된다"며 "고함량 제품은 전신 흡수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관리된다"고 말했다.
분당차병원 피부과 김동현 교수에 따르면 피부과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엠라(Emla) 크림'은 리도카인 2.5%, 프릴로카인 2.5%로 총 5% 함량이다. 반면 문신업계에서 유통되는 불법 제품은 총 10% 이상의 고농도 제품이며, 25% 함량으로 표시된 제품도 있다. 김 교수는 "25% 리도카인은 동물용 혹은 당뇨성 족부궤양처럼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환자에게 사용하는 수준"이라며 "넓은 부위에 바르면 혈압 저하 위험이 있어 일반적인 피부 국소마취 영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농도"라고 했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함량뿐 아니라 성분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문의약품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성분 조합이 고함량으로 유통되고 있다"며 "불법 시설에서 제조되는 만큼 실제 성분과 함량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문신처럼 피부를 반복적으로 찌르는 시술은 마취 성분의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김 교수는 "흡수 독성이 발생하면 심혈관계 부작용, 강한 국소 자극, 접촉피부염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등 전체처럼 넓은 부위에 사용할 경우 호흡 기능 장애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준수 부회장 역시 "과거 두피 시술 전 해당 제품을 바른 뒤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을 느껴 쓰러질 뻔한 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일반인이나 청소년도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시술 시간 단축·손쉬운 구매… 불법 제품 찾는 이유
그렇다면 시술자들은 왜 약국에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 대신 출처가 불분명한 고함량 제품을 찾을까. 업계는 강한 마취 효과와 손쉬운 구매를 이유로 꼽는다.
일반의약품 마취크림을 취급하는 약국이 많지 않은 데다, 온라인으로 빠르게 배송되는 불법 제품이 훨씬 접근하기 쉽다는 것이다. 마취 효과가 강할수록 시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눈썹 문신 등 반영구 시술은 통상 1시간 안팎에 끝난다. 마취 효과가 강하면 작업 시간을 줄여 더 많은 고객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업소에서는 고객에게 일반의약품을 사용한다고 설명한 뒤 실제로는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신고해도 달라진 것 없어"… 관리 공백 여전
대한문신사중앙회는 불법 제품 유통 사례를 수차례 관계기관에 알렸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체감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 부회장은 "제품 구매 자료와 사진, 거래 내역 등을 첨부해 여러 차례 신고했으며 언론 보도도 있었지만 판매는 계속됐다"고 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년 전부터 불법 마취크림 사용 중단을 권고하고, 약국에서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 사용을 안내하는 등 자정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불법 유통 구조가 오랜 기간 형성된 데다 SNS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돼 단속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 당국에 입장을 물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허가되지 않은 제품은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며 허가된 의약품을 사용해야 한다"면서도, 문신사의 의약품 사용 범위는 문신사법 조항에 따라 보건복지부 고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문신사법 제8조 2항을 근거로 "문신사는 복지부 장관이 별도로 고시하는 일반의약품에 한해 약국에서 취득·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고시는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복지부는 오는 7월 중 '문신 시설 표준 지침'을 배포해 의약품 관련 기준을 담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불법 유통 단속에 대해서는 "문신사법 시행 이전인 현재는 약사법 소관인 식약처에서 규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문신사법 시행 시점은 2027년 10월 29일로, 그 전까지는 법에 근거한 직접 규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관련 고시와 지침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데다 관리 주체도 명확하지 않아, 현시점 불법 유통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문신 산업 양성화의 목적도 결국 이런 음성 시장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관리 공백이 이어진다면 합법화 이후에도 불법 시장은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 역시 "의약품 관리 체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충분한 관리·감독 인력과 명확한 기준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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