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독주 끝…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중입자 경쟁 합류

입력 2026/06/1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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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조감도/사진=서울아산병원
국내 대형병원들의 암 치료 경쟁이 입자치료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수술과 항암치료 중심이던 경쟁이 중입자와 양성자 등 첨단 방사선치료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지면서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은 이날 2031년 가동을 목표로 중입자치료센터 건립 공사에 착수했다. 연면적 3만9502㎡ 규모의 센터에는 회전형 치료기 2대와 고정형 치료기 1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국내 중입자치료센터 가운데 최대 규모다. 병원은 탄소 이온뿐 아니라 헬륨·네온·산소 등을 활용하는 멀티이온빔 기술을 도입해 난치성 암과 소아암 치료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정상조직 손상 줄이는 입자치료
입자치료는 암세포에 방사선을 조사하는 기존 방사선치료를 발전시킨 치료법이다. 양성자치료는 수소 원자핵인 양성자를 이용하고 중입자치료는 탄소 이온과 같은 무거운 입자를 활용한다.

입자치료가 주목받는 이유는 '브래그 피크'로 불리는 물리적 특성 때문이다. 일반 방사선은 몸을 통과하면서 정상 조직에도 영향을 주지만 양성자와 중입자는 종양이 위치한 특정 깊이에서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방출한다. 이 때문에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이면서 암세포에는 높은 선량을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중입자치료는 양성자치료보다 상대생물학적 효과(RBE)가 높아 기존 방사선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암종에도 적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립선암, 췌장암, 간암, 폐암, 육종, 재발암 등이 대표적인 적용 대상이다.

◇세브란스 이어 서울대·서울아산도 중입자
국내 중입자치료의 시작은 세브란스병원이다. 세브란스병원은 2023년 국내 최초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했으며 현재 국내에서 실제 환자 치료가 가능한 유일한 중입자치료 기관이다. 전립선암을 시작으로 췌장암과 간암, 폐암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후발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부산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 내 중입자치료센터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7년 하반기 치료 개시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가 완공되면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 암 치료 인프라를 동남권까지 확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서울아산병원도 이번 중입자치료센터 착공을 계기로 경쟁에 본격 합류했다.

중입자치료는 장비와 시설 구축에 수천억원이 필요한 데다 운영 난도도 높아 전 세계적으로도 도입 기관이 많지 않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국내 중입자치료 거점은 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의료계에서는 향후 중증 암 환자의 해외 원정 치료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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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제미나이
◇삼성서울·서울성모는 양성자 강화
모든 병원이 중입자치료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양성자치료 역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2015년부터 양성자치료센터를 운영하며 다양한 암종 치료 경험을 축적해 왔다. 양성자치료는 중입자치료보다 상대적으로 구축 비용이 낮고 임상 적용 범위가 넓어 현재 가장 널리 활용되는 입자치료 방식으로 꼽힌다. 서울성모병원은 총사업비 25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차세대 양성자센터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센터는 2029년 개소를 목표로 하며 최신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병원은 완공 시 국내 최대 규모인 3개 갠트리를 갖추고 연간 최대 1800명의 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국립암센터 역시 2007년 국내 최초로 양성자치료기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소아암과 뇌종양, 두경부암 등을 중심으로 양성자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빅5 병원 외에도 고려대의료원과 계명대동산병원 등이 양성자치료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국내 입자치료 인프라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의료계에서는 중입자와 양성자가 경쟁 관계라기보다 병원별 전략에 따른 선택으로 보고 있다. 중입자는 난치암 치료 역량 강화에, 양성자는 폭넓은 환자 적용과 운영 효율성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양성자치료는 일부 암종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중입자와 양성자는 우열을 가리는 개념이라기보다 치료 대상과 병원의 운영 전략에 따라 선택되는 기술"이라며 "국내 입자치료 인프라가 확대되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높아지고 해외 원정 치료 수요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