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할 때 챗봇 켜요" 청소년 고민 상담에 AI 활용 급증

입력 2026.06.04 17:40
핸드폰을 들고 있는 학생
응답자 19.2%가 슬픔, 분노, 불안, 스트레스 등을 느낄 때 AI 챗봇에 정신 건강 관련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청소년과 청년들이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이들 상당수는 주변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혼자 챗봇을 이용했다.

미국 랜던연구소와 하버드 의대 및 공중보건대학원 소속 공동 연구팀은 2025년 11월 12~21세 미국 청소년 및 청년 10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 단위 설문조사 분석 결과를 미국의사협회 저널 '자마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발표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9.2%가 슬픔, 분노, 불안, 스트레스 등을 느낄 때 AI 챗봇에 정신 건강 관련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도인 2024년 조사 결과인 13.1%와 비교해 1년 만에 약 1.5배로 급증한 수치다. AI 챗봇을 이용해 정신 건강 상담을 받은 청소년 중 42.8%는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챗봇을 찾았으며, 매주 이용한다는 응답은 10.8%, 매일 또는 거의 매일 이용한다는 답변도 5.8%에 달했다. 이용자 91.7%는 AI 챗봇 조언이 어느 정도 또는 매우 도움이 되됐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목할 점은 AI 챗봇으로 정신 건강 상담을 받은 청소년 63.3%가 이 사실을 부모나 교사, 친구 등 주변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상담 사실을 털어놓은 이들은 주로 친구(28.0%)에게 말했으며, 부모나 교사, 의사 등 신뢰할 수 있는 성인에게 밝힌 비율은 16.4%에 그쳤다.

성별과 연령, 인종에 따라 AI 챗봇 이용 행태에 차이가 확인됐다. 여성 청소년은 남성보다 AI 챗봇을 이용할 확률이 2.10배 더 높았고, 18~21세 청년층은 12~14세 초기 청소년보다 이용 확률이 3.65배 높게 나타났다. 최근 6개월 이내에 정신 건강 문제로 의사와 상담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 역시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AI 챗봇 활용 비율이 1.89배 높았다.

연구팀은 청소년들이 성인이나 전문가에게 털어놓을 때 느낄 수 있는 사회적 낙인이나 시선을 피해 익명성과 접근성이 보장된 AI 챗봇을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팀은 AI 챗봇은 청소년 심리적 공백을 메워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무조건적인 동조나 잘못된 의학 정보 제공 등 전문가 감독 없는 상담이 가져올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AI 챗봇이 이미 청소년 정신 건강 생태계 주요 요소로 자리 잡은 만큼, 가정과 임상 현장에서 아이들의 AI 챗봇 사용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챗봇의 기술적 한계를 명확히 인지시키고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임상 치료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