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제 뿌리니 모기 더 달라 붙네”… 이유 있었다

입력 2026.05.30 15:00
모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모기 기피제 성분 '디트(DEET)'가 특정 상황에서는 오히려 모기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모기 기피제 성분 '디트(DEET)'가 특정 상황에서는 오히려 모기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기가 디트 냄새를 '흡혈 신호'로 학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디트(디에틸톨루아미드)는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모기 기피제 성분이다. 피부 주변에 증기막을 형성해 모기의 후각을 교란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다만 고농도로 사용할 경우 피부 자극이나 신경계 부작용 우려가 있어 어린이 사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모기 기피제는 뎅기열과 일본뇌염, 말라리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등 모기 매개 감염병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런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적지 않다.

하지만 프랑스 투르대 연구진은 최근 모기가 디트 냄새를 흡혈과 연결해 학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모기들에게 따뜻한 혈액과 함께 디트에 노출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했다. 그 결과, 혈액과 디트를 동시에 경험한 모기의 약 60%가 이후 디트 냄새만 맡아도 흡혈 행동을 시도했다.

반면 디트에 노출된 경험이 없거나, 혈액과 디트를 동시에 경험하지 않은 모기들은 이런 반응 비율이 크게 낮았다.

연구진은 러시아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처럼, 모기 역시 특정 냄새를 먹이와 연결해 학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클라우디오 라자리 교수는 "그동안 기피제는 단순히 모기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사람 냄새 감지를 방해해 효과를 내는 것으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는 모기의 반응이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디트와 함께 흡혈 경험을 한 모기들이 연구자의 디트 처리된 손을 물려고 시도한 반면, 학습 경험이 없는 모기들은 디트를 바르지 않은 손에만 접근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의 니나 스탄치크 박사는 "모기의 학습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은 알려져 있었지만, 강한 기피제 냄새까지 먹이와 연결해 이후 끌릴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실험실 환경에서 진행된 만큼, 일반적인 상황에서 디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라자리 교수는 "디트가 일상적인 사용에서 효과를 잃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번 연구는 특정 실험 조건에서 모기의 반응 메커니즘을 관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행이나 야외 활동 시에도 디트 사용을 계속 권장했다. 다만 기피제 효과가 약해질수록 모기가 냄새를 학습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제품 설명에 따라 주기적으로 덧바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은 다양하다. 일본뇌염과 뎅기열,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치쿤구니야열, 웨스트나일열, 말라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고 밝은색 긴팔옷과 긴 바지를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진한 향수나 향이 강한 화장품 사용은 줄이고, 집 주변 고인 물이나 막힌 배수로를 정리해 모기 서식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지난 28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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