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에 소송 부담까지… 돌봄 인력 부족한 이유” [간병리포트]

입력 2026.05.28 15:02

고재경 대한요양보호사협회장 인터뷰

요양보호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클립아트코리아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요양·돌봄 수요가 급증하면서 요양보호사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43년까지 추가로 약 99만명의 요양보호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낮은 임금, 불안정한 노동 환경, 반복되는 민형사 소송 위험으로 인해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재경 대한요양보호사협회장은 “요양보호사는 대한민국 돌봄 체계의 핵심이지만 처우와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바닥 수준”이라며 “전문성 강화와 함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정상적인 돌봄 과정에서 발생한 낙상·골절 사고에도 요양보호사 개인에게 민형사상 책임이 집중되는 현실을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꼽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중증 노인을 돌보다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한 뒤 보호자로부터 합의금 요구나 형사 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고 회장과의 일문일답.

-실제 소송 사례가 많나?
“그렇다. 상식적으로 봐도 억울한 사례들이 많다. 최근에도 파킨슨병 환자를 돌보는 입주 요양보호사가 몸을 닦아주는 과정에서 움츠러든 손을 펴다가 골절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 파킨슨 환자들은 손을 강하게 움켜쥐는 특성이 있는데, 손을 펴려 했다는 설명에도 보호자는 고소하겠다며 압박을 이어갔다.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결국 해당 요양보호사는 매달 급여에서 100만원씩 공제하는 방식의 합의를 요구받으며 시달려야 했다.”

-협회 차원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정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자동차보험처럼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에는 일정 부분 보호받을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요양보호사 역시 공제회나 전용 보험 제도를 통해 피해 보상을 해결하고, 개인이 민형사상 책임에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법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일터의 안전이 보장돼야 안심하고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 수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황은?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는 310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실제 장기요양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력은 약 70만명 수준이다. 나머지는 간병 분야나 지자체 생활지원사, 장애인 활동지원사 등으로 일하고 있다. 결국 현장에서는 늘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활동 비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처우 문제다.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는 구조이고 사회적 인식도 낮다. 그러다 보니 전문자격증을 가지고도 식당이나 다른 아르바이트 일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농촌 지역 시설은 인력난이 심각해 70~80대 요양보호사들이 일하는 곳도 많다.”

-반면 간병비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월 평균 간병비가 300만~400만원 수준이라는 통계가 나오다 보니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를 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면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이다. 하루 24시간 가까이 대기하고 돌보는 구조에서 받는 일당이 15만원 정도인데, 이를 일반 근로자의 8시간 노동 기준으로 환산하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한 달 내내 쉬지 않고 일해야 400만원대 수입이 나오는 구조인데, 이는 24시간 연속 노동을 전제로 한 착시효과에 가깝다. 결국 보호자도 부담이 크고 요양보호사도 저임금에 시달리는 구조다.”

-외국인 요양보호사가 해결책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외국인이라고 해서 최저임금 수준에서 오래 일하지는 않는다. 정부가 외국인 요양보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일정 기간 근무 시 영주권을 주는 시범사업도 했지만 실제 모집 인원은 많지 않았고, 들어와도 다른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근본적으로는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구체적인 처우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먼저 표준임금제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가 요양보호사의 노동 가치에 맞는 적정 임금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현재 사회복지사의 경우, 법 지침을 통해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임금의 90% 수준을 유지하도록 기준을 정해두고 처우를 보장하고 있다. 또 경력이 쌓일수록 전문성과 숙련도가 높아지는 만큼 장기근속 보상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현재는 같은 기관에 오래 근무해야만 장기근속수당을 받을 수 있는데, 기관을 옮기면 경력이 사실상 인정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요양보호사는 320시간 교육 과정을 거쳐 자격을 취득한다. 무자격 간병과는 분명 다르다. 다만 초고령사회에서는 전문성을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증 환자 돌봄, 중증 치매 돌봄, 생애 말기 돌봄 분야는 별도 전문 자격 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중증 환자는 의료적·신체적 지식이 더 요구되고, 중증 치매는 행동·심리 변화에 대한 전문 대응이 필요하다. 생애 말기 돌봄 역시 환자와 가족, 요양보호사 모두 큰 감정 소모를 겪기 때문에 전문 교육이 필요하다.”

-통합돌봄 정책 방향은 어떻게 평가하나?
“방향 자체는 맞다고 본다.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와 가정 중심으로 돌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는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구조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장기요양보험에서 중증 1·2등급 대상자에게 지원하는 방문요양 시간은 하루 4시간 정도다. 결국 나머지 20시간은 가족 책임으로 남는다. 1인 가구와 핵가족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진짜 통합돌봄을 하려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그림과 재정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통합돌봄지원법 시행 이후 현장 변화는?
“솔직히 아직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크지 않다. 현재 지자체들이 통합돌봄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사업도 긴급돌봄이나 도시락 배달, 안부 확인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다만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역량 있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모범 사례가 하나씩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요양보호사 등 여러 돌봄 인력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컨트롤타워가 부족하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 단체의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프로필 사진
고재경 대한요양보호사협회장./사진=고재경 회장 제공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민들이 요양보호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으면 한다. 우리는 단순히 집안일을 대신하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누군가의 삶을 지탱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하게 지켜내는 사람들이다. 요양보호사가 존엄한 존재로 인정받고 제대로 대우받아야 어르신들도 존엄한 돌봄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