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만 건 몰리는데 심사 인력은 제자리
정교한 판정 어려운 장기요양보험
국내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고령이나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먼저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한다. 판정 결과에 따라 이용 가능한 서비스 종류와 지원 규모가 달라지는 만큼 등급 판정은 환자와 가족에게 매우 중요한 절차다.
현행 장기요양 등급 판정의 핵심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의 방문 조사다. 공단 소속 조사원이 신청자의 가정을 찾아 신체기능, 인지기능, 행동변화 등 52개 항목을 조사한다. 하지만 방문 조사가 대부분 단 하루, 한 차례 이뤄지는 구조 탓에 이용자와 조사원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 하루의 방문 조사, 환자 상태 담아낼 수 있을까
현행 장기요양 등급 판정의 핵심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의 방문 조사다. 공단 소속 조사원이 신청자의 가정을 찾아 신체기능, 인지기능, 행동변화 등 52개 항목을 조사한다. 하지만 방문 조사가 대부분 단 하루, 한 차례 이뤄지는 구조 탓에 이용자와 조사원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 하루의 방문 조사, 환자 상태 담아낼 수 있을까
30대 여성 A씨는 2025년 80대 할머니의 장기요양보험 등급 심사를 신청했다. A씨의 할머니는 대장암과 피부암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었고, 허리·무릎 통증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식사 준비나 이동, 외출 등 일상생활 전반에서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가족들 역시 직장 생활과 타지 거주 등의 이유로 상시 돌봄이 어려웠다.
그런데 A씨의 할머니는 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 심신 상태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한 장기요양 인정 점수(1~5등급 및 인지지원등급)에 미치지 못해 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A씨는 조사 당일 평소와 전혀 달랐던 할머니의 행동과 답변 태도를 등급 외 판정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평소 할머니는 바로 앞 화장실도 가기 힘들어하시고 계단 한 걸음 올라가는 것도 어려워하셨다”며 “그런데 조사원이 방문한 날에는 괜찮다는 듯 말씀하시고 직접 걸어보려고 하셨다”고 말했다. 매일 곁에서 돌보는 가족과 달리, 조사원에게는 할머니가 건강한 모습으로 비쳤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A씨 사례처럼 일회성 관찰만으로는 환자의 일상적인 상태와 보호자가 겪는 실제 돌봄 부담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고령층은 복용 약물이나 시간대에 따라 신체·인지 기능이 달라질 수 있고, 낯선 조사원 앞에서는 긴장하거나 자존심 때문에 평소보다 건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 역시 이러한 이용자 측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었다. 공단 관계자는 “타인의 도움을 받기 싫어 의도적으로 정정한 척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인지기능이 떨어져 집안 위생 상태가 매우 열악한데도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사원이 주거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관찰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위·과장 신청에 조사원도 평가 어려워
A씨 할머니 사례와는 반대로 환자가 상태를 오히려 과장하거나 허위로 진술하는 사례도 많다. 공단 측에 따르면 신청인이 의도적으로 혼수상태를 연기하며 조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평소 기저귀를 전혀 쓰지 않으면서 조사 당일 기저귀 봉지나 이동식 변기를 배치해 두기도 한다. 공단 관계자는 “조사 당일에는 아파서 누워 있던 신청인이 다음 날 멀쩡히 동네를 걸어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심신 상태를 적절히 파악하고 허위·과장 신청을 걸러내려면 시간을 두고 면밀히 관찰해야 하지만, 고질적인 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접수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 건수는 79만 5950건으로 2020년(52만 1422건) 대비 약 27만 건 증가했으나, 심사 인력은 4년 동안 2516명으로 동결됐다. 심사원 1인당 연간 담당 건수는 2020년 208건에서 2024년 316건으로 늘었다. 공단 관계자는 “조사자는 한정되어 있고 인정 조사 건은 점점 증가해 매일 3건 이상은 인정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명절이나 공휴일 등이 겹치면 하루 5~6건을 조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복지 기록 연계 필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 번의 방문 조사만으로는 신청인의 평소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필요한 실정이다. 방문 조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의사소견서가 활용되고 있지만, 대형병원의 진료 예약 지연이나 소견서 발급 절차 등으로 이용자들의 행정적 부담이 적지 않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의사소견서를 잘 받는 방법’ 등이 공유되면서, 보호자의 대응 방식에 따라 소견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의료기관 진료기록과 기존 복지서비스 이용 이력 등을 등급 판정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에 이용했던 병원 진료 내역이나 복지서비스 기록 등을 보조적 증빙으로 인정하면 일회성 조사에 따른 이용자들의 불만을 완화하고 돌봄 필요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신뢰성을 해치는 일부 ‘허위·과장 신청’에 대한 관리도 함께 강화될 필요가 있다. 공단이 심사를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부정 수급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3조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거나 의사소견서 비용을 청구한 경우, 해당 금액을 징수하고 관여자를 연대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 환수 중심의 제재만으로는 부적절한 신청을 예방하고 심사의 정교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정 교수는 “부정 수급이 발각됐을 때 가중 처벌을 하는 식으로 제재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요양보험을 둘러싼 문제는 단순히 판정 절차 개선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질적으로는 급증하는 돌봄 수요와 한정된 보험 재정 사이에서 제도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결국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노인이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A씨의 할머니는 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 심신 상태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한 장기요양 인정 점수(1~5등급 및 인지지원등급)에 미치지 못해 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A씨는 조사 당일 평소와 전혀 달랐던 할머니의 행동과 답변 태도를 등급 외 판정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평소 할머니는 바로 앞 화장실도 가기 힘들어하시고 계단 한 걸음 올라가는 것도 어려워하셨다”며 “그런데 조사원이 방문한 날에는 괜찮다는 듯 말씀하시고 직접 걸어보려고 하셨다”고 말했다. 매일 곁에서 돌보는 가족과 달리, 조사원에게는 할머니가 건강한 모습으로 비쳤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A씨 사례처럼 일회성 관찰만으로는 환자의 일상적인 상태와 보호자가 겪는 실제 돌봄 부담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고령층은 복용 약물이나 시간대에 따라 신체·인지 기능이 달라질 수 있고, 낯선 조사원 앞에서는 긴장하거나 자존심 때문에 평소보다 건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 역시 이러한 이용자 측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었다. 공단 관계자는 “타인의 도움을 받기 싫어 의도적으로 정정한 척하시는 분들이 있다”며 “인지기능이 떨어져 집안 위생 상태가 매우 열악한데도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사원이 주거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관찰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허위·과장 신청에 조사원도 평가 어려워
A씨 할머니 사례와는 반대로 환자가 상태를 오히려 과장하거나 허위로 진술하는 사례도 많다. 공단 측에 따르면 신청인이 의도적으로 혼수상태를 연기하며 조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평소 기저귀를 전혀 쓰지 않으면서 조사 당일 기저귀 봉지나 이동식 변기를 배치해 두기도 한다. 공단 관계자는 “조사 당일에는 아파서 누워 있던 신청인이 다음 날 멀쩡히 동네를 걸어 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심신 상태를 적절히 파악하고 허위·과장 신청을 걸러내려면 시간을 두고 면밀히 관찰해야 하지만, 고질적인 인력 부족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접수된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 건수는 79만 5950건으로 2020년(52만 1422건) 대비 약 27만 건 증가했으나, 심사 인력은 4년 동안 2516명으로 동결됐다. 심사원 1인당 연간 담당 건수는 2020년 208건에서 2024년 316건으로 늘었다. 공단 관계자는 “조사자는 한정되어 있고 인정 조사 건은 점점 증가해 매일 3건 이상은 인정 조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명절이나 공휴일 등이 겹치면 하루 5~6건을 조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복지 기록 연계 필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 번의 방문 조사만으로는 신청인의 평소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필요한 실정이다. 방문 조사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의사소견서가 활용되고 있지만, 대형병원의 진료 예약 지연이나 소견서 발급 절차 등으로 이용자들의 행정적 부담이 적지 않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이른바 ‘의사소견서를 잘 받는 방법’ 등이 공유되면서, 보호자의 대응 방식에 따라 소견서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의료기관 진료기록과 기존 복지서비스 이용 이력 등을 등급 판정 과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에 이용했던 병원 진료 내역이나 복지서비스 기록 등을 보조적 증빙으로 인정하면 일회성 조사에 따른 이용자들의 불만을 완화하고 돌봄 필요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신뢰성을 해치는 일부 ‘허위·과장 신청’에 대한 관리도 함께 강화될 필요가 있다. 공단이 심사를 엄격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부정 수급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3조에 따르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거나 의사소견서 비용을 청구한 경우, 해당 금액을 징수하고 관여자를 연대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 환수 중심의 제재만으로는 부적절한 신청을 예방하고 심사의 정교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정 교수는 “부정 수급이 발각됐을 때 가중 처벌을 하는 식으로 제재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요양보험을 둘러싼 문제는 단순히 판정 절차 개선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질적으로는 급증하는 돌봄 수요와 한정된 보험 재정 사이에서 제도를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운영할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결국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노인이 스스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