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보내는 SOS
눈이 침침해지거나 시야가 흐려지면 대개 노화나 피로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눈의 변화가 단순한 안과 질환을 넘어 몸속 이상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왔다. 지난 19일 미국 건강·의료 매체 ‘프리벤션(Prevention)’에 따르면, 미국 안과 전문의 데보라 허만 박사는 “우리 몸 어느 기관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며 “눈은 중추신경계와 연결돼 있어 몸에 생긴 문제가 눈 증상으로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눈 건강 전문가들이 꼽은 눈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들을 정리했다.
▶녹내장=시야 일부가 검게 비거나, 빛 주변에 후광처럼 둥근 빛무리가 보인다면 녹내장을 의심해야 한다. 녹내장은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눈 앞부분에 체액이 쌓여 안압이 높아지면 시신경이 손상될 수 있는데, 이 경우 시야 일부가 점차 사라진다. 책을 읽을 때 문장 일부가 보이지 않거나, 정면을 봐도 옆 사물이 안 보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실명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이외에도 눈 통증, 이마 통증, 두통, 충혈, 시야 흐림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백내장=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며 시야가 뿌옇게 변하는 질환이다. 수정체는 빛을 굴절시켜 또렷하게 보도록 돕는데, 노화로 세포가 죽고 노폐물이 쌓이면 점차 흐려진다. 대표 증상은 흐릿한 시야다. 밤에 잘 안 보이거나 불빛 번짐이 심해지고, 독서를 위해 더 밝은 조명이 필요해질 수 있다. 색이 예전보다 바래 보이거나 모든 사물이 누렇게 보이는 증상도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눈부심 증가와 대비감 감소가 함께 나타나 야간 운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황반변성=50세 이후 흔한 시력 저하 원인인 황반변성도 주의해야 한다. 황반은 망막 중심부에 위치해 사물을 선명하게 보는 역할을 하는데, 노폐물이 쌓이며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얼굴이 일그러져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증상이 생긴다. 특히 중심 시야가 흐려져 눈앞 사물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주변 시야는 비교적 정상인 경우가 많다.
▶고지혈증=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눈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시야가 가려졌다가 돌아오는 증상이 반복되기도 한다. 마치 커튼이 눈앞을 잠깐 가렸다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는 혈관 내 콜레스테롤이 쌓이며 망막 혈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눈꺼풀 주변 노란 지방 침착물(황색판종)이나 검은자 가장자리에 회색 고리(노인환)가 생기기도 한다.
▶갑상선 이상 가능성=눈이 평소보다 돌출돼 보인다면 갑상선 기능 이상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갑상선은 목 앞쪽 나비 모양 기관으로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갑상선 기능 이상이 생기면 눈 주변 근육이 붓고 안와(눈구멍) 조직이 부어 눈이 튀어나온 듯 보일 수 있다. 복시(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증상)도 흔하다. 특히 자가면역질환인 그레이브스병은 눈꺼풀이 과도하게 올라가 눈이 커 보이게 만들고, 심한 경우 눈을 완전히 감지 못해 안구건조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당뇨병=당뇨병은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부종을 유발해 시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심하면 실명 위험도 있다. 당뇨 환자는 일반인보다 녹내장 위험이 높고 백내장도 더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야 흐림, 사각지대, 색감 변화 등이 나타난다면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망막 편두통=한쪽 눈에만 반짝이는 빛이나 지그재그 무늬, 떠다니는 선, 일시적 시야 결손이 생긴다면 망막 편두통일 수 있다. 보통 수분 내 증상이 사라지며 통증이 동반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일반 편두통과 달리 시각 이상이 한쪽 눈에서만 나타나는 점이 특징이다.
▶자가면역질환=눈꺼풀이 처지거나 사물이 겹쳐 보인다면 중증근무력증 가능성이 있다. 근육 힘이 약해지는 질환으로, 눈을 뜨기 어려워질 수 있다. 루푸스는 포도막염을 일으켜 시력 저하, 충혈, 통증, 빛 민감성을 유발할 수 있으며, 다발성경화증은 한쪽 눈 시력 감소와 안구 통증이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뇌졸중=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는 응급상황일 수 있다. 한쪽 눈이 갑자기 안 보이거나 양쪽 시야 일부가 동시에 사라지는 증상은 뇌졸중 전조 혹은 이미 뇌졸중이 발생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복시, 눈 움직임 이상, 균형감 저하도 동반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시야 변화가 나타난다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눈 증상이 단순 피로나 노화 때문이라 여겨져도, 평소와 다른 변화가 지속되거나 갑자기 생겼다면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시력 저하가 갑작스럽거나 한쪽 눈에서만 발생한다면 전신질환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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