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틴 먹었더니 머리가 자라나요” 후기 믿어도 될까?

김진오의 毛나리자(모발 나려면 이것부터 알자)

탈모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진료하다 보면 기본적인 치료보다 영양제에 더 열광하는 경우를 자주 맞닥뜨린다. 탈모 치료 분야에서 특히 비오틴은 마치 탈모인의 필수품처럼 추앙받는다. 포털에서 검색해보거나 SNS를 조금만 훑어봐도 “비오틴 먹고 머리가 났어요”라는 후기가 넘쳐나지만, 최신 연구들과 논문들을 살펴본 의학적 결과는 이런 마케팅 내용과 많이 다르다.

비오틴이라고 불리우는 비타민 B7은 지방산 합성이나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필수적인 조효소다. 우리 몸의 화학 공장이 돌아가는 데 꼭 필요한 윤활유 같은 존재다. 분명 비오틴이 심각하게 결핍되면 피부염이나 신경계 증상과 함께 탈모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부족하면 빠진다는 것이지 ‘많이 먹으면 더 난다’는 뜻은 아니다. 논리적 비약이자 오류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서라면 생길 수 있지만, 일반적인 식단을 유지하는 현대인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비오틴 결핍은 매우 드물다.

사람들의 인식과는 달리 의학적 근거는 빈약하다. 최근 발표된 10개의 주요 인간 대상 연구를 분석한 결과, 비오틴 단독 요법이 객관적인 모발 성장 지표를 개선했다는 일관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효과를 봤다’는 사례들은 대개 미녹시딜이나 아연, 덱스판테놀 등이 섞인 복합 처방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즉, 좋아진 것이 비오틴 덕분인지, 아니면 함께 처방된 다른 치료제 덕분인지 알 길이 없다는 뜻이다.

심지어 건강한 남성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교차 시험에서 매일 고용량 비오틴을 복용하게 했음에도, 모발 성장 속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미녹시딜은 확실한 개선을 보여주었다. 비오틴을 미녹시딜과 같이 먹어도 단독 사용 시보다 더 나은 가산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머리카락 비타민’이라는 별명이 무색해진다. 

탈모로 고민하는 환자들을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혈중 비오틴 농도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휴지기 탈모 환자들을 정밀 분석해도 비오틴 수치는 정상 범위에 머물렀다. 휴지기 탈모는 모발의 성장 주기가 다이어트, 스트레스 등 어떠한 자극에 의해 흐트러져 하루 100가닥 이상의 머리카락이 비정상적으로 빠지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비오틴 맹신을 조심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안전성’이다. 정확히 말하면 검사 오류의 위험성 때문이다. 고용량 비오틴은 병원 검사실에서 사용하는 면역 분석 장비의 반응을 방해한다. 이로 인해 심근경색을 진단하는 트로포닌 수치나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실제와 다르게 측정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한 여러 기관이 비오틴 섭취와 관련해 반복적으로 안전 경고를 내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비오틴이 아예 쓸모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유전적인 비오틴 흡수 장애가 있거나, 여드름 치료제 이소트레티노인 같은 특정 약물을 복용한 후 모발 변화가 생긴 경우, 혹은 위 절제술 등으로 영양 흡수가 원활하지 않은 특수한 상황에서는 보조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근거 없는 영양제 쇼핑에 돈을 쓰기 전에 전문가를 찾아가 내 탈모가 유전성(안드로겐성)인지, 휴지기성인지, 아니면 다른 영양 결핍에 의한 것인지부터 진단받아야 한다. 비오틴은 결핍이 확인되지 않은 환자에게 루틴하게 권장될 치료제가 아니다. 모발이 가늘어지고 빠지는 원인은 수만 가지인데, 비오틴이라는 단 하나의 퍼즐 조각으로 그 복잡한 그림을 완성하려 드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

비오틴을 챙겨 먹고 있다면, 그리고 만약 곧 중요한 건강검진이나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최소 수일 전에는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소중한 모발과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화려한 광고 속 영양제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근거 중심의 치료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