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에 우울증까지 부르는 근감소증… 1초에 ‘이만큼’ 못 걸으면 의심

입력 2026.05.19 14:00
걷는 게 힘든 노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예전보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졌다면 단순 노화로만 넘겨선 안 된다. 근육이 줄면 활동량도 함께 감소하고, 낙상이나 골절 위험도 커진다. 또한 바깥 활동이 줄어들면서 우울감이나 전신 기능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수원덕산병원 정형외과 권승철 과장은 “근감소증은 환자 스스로 병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진료실에서는 골절이나 인공관절 수술 이후 회복 과정에서 근육이 급격히 줄어든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근감소증은 단순히 근육량 감소가 아니라 근력과 신체 기능 저하까지 함께 보는 질환이다. 병원에서는 악력 검사나 보행 속도, 의자에서 반복해 일어나는 동작 등을 함께 평가한다. 보통 1초에 1m 이상 걸을 수 있는지를 보행 능력의 주요 기준 중 하나로 본다. 평소보다 걸음이 느려졌거나 앉았다가 일어설 때 부쩍 힘이 든다면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고령 환자들은 골절 이후 움직임이 급격히 줄면서 근육도 빠르게 감소한다. 혼자 움직이기 어려워질수록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약해진 몸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넘어져 낙상과 골절이 반복되기 쉽다. 권승철 과장은 “골절 환자는 혼자 걸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신호”라며 “못 걷기 시작하면 단순히 근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과 질환을 비롯해 몸 전체 컨디션이 같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특히 신체 활동 감소는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운동 능력이 떨어져 움직임이 힘들어지면 환자는 심한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노인성 우울증이 찾아오면 더 움직이지 않고, 식사까지 거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양 섭취가 줄어들면 근육과 뼈 모두 회복 속도가 떨어진다. 치매 환자나 만성질환 환자처럼 평소 활동량이 적은 이들에게서 근감소증이 더 쉽게 진행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뇨병, 흡연, 잦은 음주 역시 근육 감소를 촉진시킨다. 비만이 아니거나 체중이 정상 범위에 있어도 근감소증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여성은 폐경 이후 호르몬 변화로 근육과 골밀도가 동시에 약해지면서 조기 관리가 필요하다.

근감소증은 병원 치료만으로 관리되기 어렵고, 일상 습관이 중요하다. 근육 유지를 위해서는 단백질과 지방 섭취가 충분해야 한다. 실제 노년층은 밥이나 떡처럼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 단백질과 지방은 부족해지기 쉽다. 일상에서 계란이나 생선, 고기 같은 음식을 의식적으로 챙겨 먹고, 씹기 어렵거나 아침 식사가 부담스럽다면 시중의 고단백 영양 음료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권승철 과장은 “하루 20분 정도 꾸준히 걷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며 “산책하며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비타민D 합성과 우울감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