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심한 피로감에 언제 들었는지 모르는 멍… 급성 백혈병 의심

입력 2026.05.18 18:02
멍든 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유 없이 심한 피로감, 발열, 잦은 감염, 쉽게 생기는 멍이나 코피 등 출혈 증상이 나타난다면 급성백혈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급성백혈병은 특별한 전조증상 없이 짧은 시간 안에 정상 혈액세포가 급격히 줄면서 발병한다. 항암치료로 일시적으로 조절되더라도 재발 위험이 큰 고위험군에서는 ‘조혈모세포이식’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치료 선택지다.

◇환자 상황 따라 ‘자가’ 및 ‘동종’ 이식 선택
급성골수성백혈병은 골수 내에서 발생한 비정상적인 백혈병 세포가 정상 혈액세포의 생성을 방해하면서 문제를 일으킨다. 적혈구가 감소하면 쉽게 피로를 느끼고 숨이 차는 빈혈 증상이 나타나며, 백혈구 기능이 떨어지면 감염에 취약해져 발열이나 반복적인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또 혈소판 감소로 인해 멍이 잘 들거나 코피, 잇몸 출혈 등 출혈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근본적인 치료법은 조혈모세포이식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은 백혈병,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악성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등 혈액암과 재생불량빈혈, 중증 면역결핍증 등 일부 양성 혈액질환에서 완치를 목적으로 시행하는 치료법이다. 고난도 치료인 만큼 환자의 질환 종류와 병기, 전신 상태, 장기 기능, 적합한 공여자 확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조혈모세포는 주로 골수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 다양한 혈액세포를 만들어낸다.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고 백혈구는 감염을 방어하며, 혈소판은 지혈과 응고에 관여한다. 조혈모세포는 스스로 증식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평생 혈액세포를 공급하며 면역체계 유지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혈모세포이식은 크게 자가 이식과 동종 이식으로 나뉜다.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은 환자 본인의 조혈모세포를 미리 채취해 보관한 뒤, 고용량 항암치료 후 다시 주입하는 방법이다. 타인의 세포를 사용하지 않아 이식편대숙주병 발생 위험이 낮고, 주로 다발성 골수종이나 일부 림프종에서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시행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종양혈액내과 김세형 교수는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은 건강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이라며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환자 몸속에 남아 있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이식편대백혈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이식편대숙주병이 발생할 수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의료 기술 발전으로 고령층도 가능… “숙련된 병원 선택 필수”
이식 과정은 이식 전 평가 및 준비, 조혈모세포 채집, 전처치, 조혈모세포 주입, 생착 대기 및 관리, 장기 추적 관찰 순으로 진행된다. 전처치 단계에서는 고용량 항암제 또는 방사선 치료를 통해 암세포를 제거하고, 이식된 세포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환자의 면역 기능을 억제한다. 이후 채집한 조혈모세포를 정맥을 통해 수혈하듯 주입한다.

이식 후에는 조혈모세포가 골수에 자리 잡고 새로운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생착’ 과정을 기다린다. 일반적으로 이식 후 2~4주가량이 중요한 시기이며, 이 기간에는 면역 기능이 크게 저하돼 감염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환자는 무균 병실에서 감염 예방 치료와 수혈 등 지지 치료를 받으며, 생착이 확인되면 일반 병실로 이동하거나 외래 추적 관찰을 이어간다.

회복 기간은 환자 상태와 이식 종류, 합병증 발생 여부에 따라 다르다. 보통 입원 기간은 4~8주 정도이며, 면역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린다. 일부 환자는 완전한 면역 회복까지 2년 이상이 필요할 수 있다. 이식 후에는 감염 예방, 이식편대숙주병 관리, 면역억제제 복용, 정기적인 외래 추적 관찰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의료 기술 발전과 ‘저강도 전처치 이식법’의 도입으로 고령 환자에서도 이식이 가능한 경우가 늘고 있다. 과거에는 60세 이상이면 이식이 어렵다고 여겨졌지만, 현재는 환자 상태에 따라 70세 전후 고령 환자에게도 이식이 시행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다만 조혈모세포이식은 고위험 치료인 만큼 병원 선택도 중요하다. 김세형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는 병원의 이식 경험과 규모, 무균 치료 환경, 감염 관리 체계, 다학제 협진 시스템, 중환자 대응 역량, 이식 후 환자 지원 체계 등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라며 “특히 반일치 이식, 재이식, 고위험 환자 이식 등 고난도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의료진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표적치료제를 포함한 새로운 치료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이전에는 치료가 어렵다고 판단됐던 환자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다”며 “질환 상태가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전문 의료진과 상담해 최선의 치료법을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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