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치매 치료 ‘최후 보루’… 치매 전문 병동 연 강남 구립병원

입력 2026.05.13 18:40
병원 전경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사진=오상훈 기자
“요양병원마다 입소를 거절 당해 탈진한 상태로 상담을 요청해오는 보호자들이 많습니다.”

11일,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 박은경 진료과장의 말이다. 치매는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의 삶까지 송두리째 흔드는 가혹한 질환이다. 특히 배회, 폭력성 등이 나타나는 중증(말기) 단계에 접어들면 가정 내 돌봄은 한계에 봉착한다. 민간 요양시설조차 인력 부족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환자 수용에 난색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이 50병상 규모의 ‘치매 전문 병동’을 개소했다. 병원에 방문해 말기 치매 치료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갈 곳 없는 말기 치매 환자들
강남구는 전체 인구 약 55만 명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15.7%에 이른다. 이 중 약 7700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된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치매 환자 입원 시설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강남구립행복요양병원의 경우, 치매 전문 병동을 개소하기 전부터 이미 전체 입원 환자의 60% 이상이 치매를 동반하고 있었다.

강남구뿐만이 아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는 셈이다. 치매는 초기 단계에서 적절히 개입하면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개입 시점을 놓친 환자들은 결국 중증 단계로 진행된다. 중증 치매 환자들은 섬망, 배회, 공격성, 수면장애, 식사 거부 등 행동심리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박은경 진료과장(신경과 전문의)은 “밤에 잠을 전혀 자지 않거나, 식음을 전폐하는 환자도 있다”며 “의사소통은 안 되는데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니 특히 나이 든 보호자 입장에서 직접 돌보는 건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간병 부담이 워낙 크다 보니 요양병원에서도 환자 입소를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정부는 입원이 필요한 치매 환자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치매안심병원을 지정·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기준 전국 치매안심병원은 27개소에 불과하다. 서울에는 서울특별시서북병원 한 곳뿐이며, 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체로 넓혀도 7개소 수준이다. 지정 기준은 까다로운 반면, 수익 구조는 불확실해 민간 병원 참여율이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환자 증상 모두 달라… 맞춤 대응 중요
현재 구립행복요양병원 치매 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은 집이나 요양시설 등에서 더 이상 돌봄이 어려워진 중기·말기 치매 환자들이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증상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환자는 공격성이 극도로 심해져 자해를 하고, 어떤 환자는 계속 침대에서 내려오려 해 낙상 위험이 높다. 식사를 거부하거나 반대로 너무 많이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병동에서는 정형화된 가이드라인보다 환자 개별 상태에 맞춘 치료 계획을 우선한다. 약물치료뿐 아니라 환경 조성, 정서적 안정, 사회사업 프로그램 등을 병행하는 비약물 치료도 함께 이뤄진다. 병동 내 옥상 정원과 산책 공간도 이런 취지에서 마련됐다.

신체 억제대 사용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낙상이나 자해 위험이 높은 경우에 한해 보호자 동의를 거쳐 제한적으로 적용한다. 예를 들어 콧줄을 반복해서 뽑는 환자에게는 사지를 묶기보다 벙어리장갑 형태 보호 장비를 활용하는 식이다. 박 과장은 “무조건 결박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스스로 다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적용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인력’… 공공의료가 풀어야 할 숙제
치매 케어의 질은 결국 투입되는 인력의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 중증 치매 환자는 의사소통이 어렵고 돌발 행동이 잦아 일반 환자보다 훨씬 높은 업무 강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민간 요양병원이 중증 환자 수용을 꺼리는 핵심적인 이유는 인력 문제에 있다”며 “증상에 따라 1대1 혹은 3대1 방식의 밀착 간병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케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간병 시장은 인력 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된 상태다. 기존 간병 인력은 고령화되고 있으며, 자격증을 보유한 요양보호사들도 열악한 처우 등으로 인해 현장 유입이 저조하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 311만1837명 중 실제 활동하는 종사자는 22.5%인 69만9584명에 불과하다. 인력 부족은 결국 환자의 안전사고 위험을 높이거나,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신체 억제대 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대1 간병이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결박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 과장은 “중증 치매 특화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은 수익성 관점에서는 민간이 시도하기 어려운 공공의 역할”이라며 “이러한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려면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시설의 외형적 확장을 넘어, 현장 인력의 처우 개선과 공급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공공 의료의 과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