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소아근시, 시작 연령 낮아지고 진행 속도 빨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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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 더원서울안과의원 원장
5월, 새 학기가 안정되면서 보호자들이 미뤄두었던 아이의 건강 점검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학기 초에는 괜찮다더니 요즘 다시 칠판이 안 보인다고 한다" "작년에 맞춘 안경으로도 잘 안 보이는 것 같다"는 상담이 늘어나는 등 안과 진료실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실제로 최근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근시 진단을 받는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근거리 시각 작업에 노출되는 시간은 늘어난 반면, 자연광 아래 야외 활동은 줄어든 생활 방식이 성장기 눈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근시가 일찍 시작될수록 진행 기간이 길어지고, 그만큼 최종 도달 도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작 연령'이 갖는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일찍 시작된 근시가 더 위험한 이유
소아 근시의 핵심은 '시작'이 아니라 '진행'에 있다. 성장기에는 신체 발달과 함께 안구 길이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데, 이 시기에 근시가 시작되면 성장이 멈추는 시점까지 도수가 계속 올라갈 수 있다. 근시 발생 연령이 어릴수록 진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길어지기 때문에, 동일한 초기 도수라 하더라도 7세에 시작된 근시와 12세에 시작된 근시의 예후는 상당히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리 없이 고도 근시에 이르게 되면 단순히 안경 도수가 높아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과도하게 늘어난 안구는 망막을 얇게 만들고, 이는 성인기에 접어들어 망막박리·황반변성·녹내장 등 비가역적 합병증의 위험을 높이는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아 근시 관리가 단순한 시력 교정이 아닌 장기적 안구 건강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호자가 놓치기 쉬운 경고 신호들
아이들은 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거나 표현하는 데 서툰 경우가 많다. 태어날 때부터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 자신에게 '정상'이라고 받아들이는 아이도 적지 않다. 보호자가 먼저 변화를 포착해야 하는 이유다.

TV를 볼 때 점점 가까이 다가가거나, 먼 곳을 볼 때 눈을 찡그리는 습관, 책을 읽을 때 고개를 지나치게 숙이는 자세, 눈을 자주 비비는 행동 등은 시력 변화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일상 속 신호로 꼽힌다. 특히 날이 풀리는 5월은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밖에서 먼 곳을 바라볼 때 유독 눈을 찡그리거나 불편해하는 모습이 관찰된다면 시력 변화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밀 시력 검사를 통해 기초 데이터를 확보해 두면 이후 관리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불편함을 호소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

숫자가 아닌 흐름을 보는 진료
소아 근시에 접근하는 방식의 중심에는 '추적 관찰'이 있다. 한 번의 검사 결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간격으로 시력·안구 길이·각막 상태의 변화 추이를 누적 기록하며 진행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다. 같은 -1.5디옵터라 하더라도, 지난 6개월간 급격히 진행한 경우와 1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된 경우에는 관리 전략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아 근시 관리는 스냅사진이 아니라 영상처럼 봐야 한다. 특정 시점의 결과에 반응하기보다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읽고, 성장 단계에 따라 관리 계획을 유연하게 조정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드림렌즈를 착용한 이후에도 경과 관찰은 계속되어야 하며, 성장이 활발한 시기에는 점검 간격을 더 짧게 가져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기다림이 아니라 선제적 관리가 시력의 미래를 바꾼다
소아 근시는 한 번 시작되면 자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성장과 함께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적절한 시기에 관리를 시작하고 꾸준히 경과를 추적하면 최종 도달 도수를 낮추고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데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부모의 근시 여부, 야외 활동 시간, 근거리 작업 빈도 등 위험 요인이 겹치는 경우라면 정기 검진의 시작 시기를 더 앞당기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안경을 맞추는 것이 오늘의 시력을 확보하는 일이라면 근시 진행을 관리하는 것은 아이의 내일을 설계하는 일이다. 시력이 나빠졌을 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나빠지는 속도를 미리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선제적 접근'이 성장기 아이의 눈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이 칼럼은 더원서울안과의원 김태준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