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종착지, 심부전… 조기 진단이 生死 가른다”

입력 2026.05.11 08:00

'헬스조선 명의 톡톡' 인터뷰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김지현 교수

김지현 교수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김지현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심장은 우리 몸의 엔진이다. 쉼 없이 박동하며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는 이 엔진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심부전 환자 수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가 호흡곤란과 부종 같은 위험 신호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며 골든타임을 놓치곤 한다. 이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김지현 교수를 만나 심부전의 조기 진단법과 치료 전략을 들었다.

- 심부전이란 어떤 질환인가?
"의학적으로 심장의 구조적 혹은 기능적 이상으로 전신에 필요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심장을 자동차 엔진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다. 엔진 피스톤이 힘을 가할 때 출력이 약해지는 것이 수축 기능 장애고, 피스톤이 들어갈 때 뻣뻣해지는 것이 이완 기능 장애다. 환자들은 혈압 측정 시 사용하는 수축·이완이라는 표현 때문에 본인이 질환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병이 많이 진행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원인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기저 질환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는 것이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았더라도 장기적인 합병증으로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판막 질환, 심장 근육 자체의 병, 갑상선 기능 이상, 특정 항암제 사용이나 방사선 투여 등도 주요 원인이다. 노화 자체가 심장 기능을 떨어뜨리는 강력한 위험 인자로 작용하기도 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심부전이나 유전적 이상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 최근 국내 환자 추세는 어떠한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환자는 약 25만7000명이며 그중 60세 이상이 87%를 차지할 정도로 고령층 비중이 압도적이다. 2040년경에는 유병률이 3.5%를 상회할 것이라는 통계 예측도 있다. 특히 혈압이나 당뇨 약을 먹다가 임의로 끊는 사람, 비만, 흡연자, 과도한 음주를 즐기는 이들이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 노화로 인한 체력 저하와 어떻게 구분하나?
"호흡곤란이 가장 중요한 지표다. 평소와 다르게 말할 때 음성이 떨리거나 대화를 지속하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다면 의심해야 한다. 누웠을 때 폐에 물이 차서 숨이 가빠지기 때문에 앉아서 자야 하는 '기좌호흡'이 나타난다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또 발목이나 다리 부종, 심한 피로감, 복부 팽만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노화와 구별을 위해선, 주관적인 증상이라 객관화가 필요하다. 등산을 할 때 초반에 숨이 차다가 근육이 풀리며 괜찮아지는 것은 일반적인 반응이다. 반면 평지를 걷는데도 서너 발자국 가서 쉬어야 한다면 심부전일 가능성이 크다. 어르신들이 "신발이 작아졌다"고 느끼는 것은 발이 작아진 게 아니라 부은 것이다. 소화가 안 된다며 위장 장애를 호소하는 경우도 심장 기능 저하로 간이나 비장에 피가 정체돼 나타나는 증상일 수 있다."

- 왜 심부전을 ‘심장 질환의 종착역’이라 부르나?
"심부전은 협심증, 심근경색, 판막 질환 등 모든 심장 질환의 최종 합병증이자 마지막 모습이기 때문이다. 심장은 전신 혈액 순환의 중심이므로 여기가 망가지면 뇌경색이 발생하거나 폐에 물이 차서 중환자실 관리를 받아야 하는 등 전신 장기에 악영향을 미친다. 한 번 기능이 나빠지면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방치하면 결국 이식이나 인공 심장(LVAD)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기 때문에 종착역이라 부른다."

- 심부전은 어떻게 진단하나?
"건강검진 시 엑스레이에서 심장이 커 보이는 심비대 소견이 있거나 심전도 파형이 좋지 않을 때 정밀 검사를 시작한다. 가장 핵심적인 검사는 심장초음파와 NT-proBNP라는 혈액 검사다. 초음파로는 수축·이완 기능과 판막 질환 등을 평가한다. 혈액 검사인 NT-proBNP는 심장에 과부하가 걸릴 때 상승하는 특수 지표로, 수축 기능이 정상으로 보이는 이완기 심부전을 잡아내는 데 결정적인 근거가 된다. 필요에 따라 심장 MRI나 CT, 관상동맥 조영술 등을 병행하여 원인을 규명한다."

- 심부전 치료 표준인 ‘4대 약물 요법’은 무엇인가?
"건물을 지을 때 네 개의 주춧돌이 필요하듯 심부전에도 꼭 필요한 약제가 있다. RAAS 억제제(또는 ARNI), 베타차단제, MRA(염류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 SGLT-2 억제제가 그것이다. 이 약제들을 조기에 병용 투여하는 것이 예후 개선의 핵심이다. 특히 베타차단제는 교감신경 항진을 막아 심장을 보호한다. SGLT-2 억제제는 원래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현재는 당뇨 유무와 관계없이 사망률과 재입원율을 낮추는 핵심 약제로 쓰인다."

- 약물 치료 중 저혈압이 오지는 않나?
"심부전 약에 혈압약 성분이 포함돼 있어 오해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이는 고혈압 치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을 보호하기 위한 명약이다. 심부전 환자는 일반적인 기준인 120/80mmHg보다 낮은 90/60mmHg 정도만 유지돼도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약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혈압이 낮아지는 것은 심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의도적인 치료 과정이다. 다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혈압이 더 낮아질 수 있으므로 임의로 끊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하며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 약물 치료 외 치료 방법은?
"약물로 조절되지 않거나 치명적인 부정맥 위험이 있을 때는 삽입형 제세동기(ICD)나 심장 박동의 불균형을 맞추는 재동기화 치료기기(CRT)를 사용한다. 상태가 위급한 급성기에는 에크모(ECMO)를 적용한다. 종국에는 심장 이식이나 이식 전 가교 역할인 인공 심장(LVAD) 삽입을 고려한다. 성빈센트병원에서도 이를 위한 전문 팀을 운영하며 매주 시뮬레이션을 지속하고 있다."

- 심부전 치료의 핵심은?
"치료의 꽃은 다학제 협력이다. 순환기내과 내의 영상, 시술, 부정맥 전문가뿐 아니라 흉부외과, 재활의학과, 감염내과, 영양사, 재활 전문가가 한 팀이 돼야 한다. 심부전은 단순히 약만 먹는 병이 아니다. 식단(저염식)과 운동 요법이 병행돼야 재입원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병원도 매주 여러 과 전문의가 모여 환자별 최적의 치료법을 논의한다."

- 심부전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심부전은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히 치료하면 다시 좋아질 수 있는 가역적 찬스가 많다. 약값이 부담되거나 자녀들에게 미안해서 병원 방문을 주저하지 마라. 특히 모두 건강보험 혜택과 산정 특례를 받을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걱정은 의료진이 할 테니 환자는 약만 잘 먹으면 된다. 집에서 혼자 고민할 시간에 곧장 가까운 병원에 가서 검사받고 일상을 되찾길 바란다."

김지현 교수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김지현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김지현 교수는…
을지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임상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진료 및 연구 분야는 심부전, 선천성 심장질환, 심근병증, 판막질환 등이다.
성빈센트병원 심부전 다학제 팀을 이끌며 순환기내과 내 영상·중환자 전담의를 비롯해 흉부외과, 재활의학과 등과 유기적인 협진 체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말기 심부전 환자를 위한 좌심실 보조장치(LVAD) 삽입 및 심장 이식 활성화를 위해 매주 다학제 컨퍼런스를 주도하며 환자의 장기 예후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맞춤형 치료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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