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무너지면 의식저하부터 복수·황달까지… 이식은 언제 할까?

입력 2026.05.07 10:18
수술 장면
간이식 수술을 집도중인 이옥주 교수./사진=순천향대 부천병원 제공
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중증 환자들에게 간이식은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치료법이다. 단 1mm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초정밀 수술인 만큼, 치료의 성패는 집도의 숙련도는 물론 24 ‘다학제 협진 체계’에 달려있다. 간이식에 대해 알아봤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로, 에너지 저장과 영양소 가공, 해독 작용, 노폐물 처리, 소화액 생성, 혈액 응고와 단백질 합성 등 기능을 담당한다. 이런 간이 제 기능을 잃으면 전신 시스템이 도미노처럼 무너진다. 독소가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고, 대사성 쇼크 위험이 있으며,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이식은 바이러스성 간염·알코올성 간질환·지방간 등으로 인한 말기 간경변증, 간암, 급성간부전, 소아 선천성 담도폐쇄 등의 환자에게 시행한다. 특히 만성간부전이 ‘비보상성 단계’로 진행해 복수, 황달, 토혈·혈변, 간신증후군 등이 나타나거나, 급성간부전으로 의식이 흐려지는 간성뇌증이 동반되면 간이식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간담췌외과 이옥주 교수은 “간 종양은 모두 이식 대상은 아니지만, 간 기능이 너무 저하돼 절제술을 견디기 어려운 경우 부분 절제보다 간이식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이식 수술은 병든 간을 안전하게 제거한 뒤, 기증받은 간을 넣어 간정맥·문맥·간동맥을 차례로 연결하고 마지막으로 담도를 잇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뇌사자 간이식은 간 전체를 이식하지만 생체간이식은 간의 일부만 이식하는 만큼 절제된 단면의 짧고 가느다란 혈관과 담도를 정교하게 연결해야 해 난도가 더 높다. 1~2mm의 미세한 오차만으로도 혈관이 꼬이거나 막힐 수 있어, 현미경을 이용한 초정밀 재건 기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문맥이 혈전으로 막혀 있거나 기형적으로 좁아진 경우에는 다른 부위 혈관을 이용한 혈관 재건술이 필요하다. 과거 간 절제술 후 암이 재발한 재이식 환자는 해부학적 구조 변화와 심한 유착으로 인해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출혈 위험도 커진다. 결국 간이식은 단순히 간을 바꾸는 수술이 아니라, 환자별 해부학적 특성과 전신 상태를 반영해 정밀하게 계획하고 시행해야 하는 대표적인 고난도 수술이다.

이옥주 교수는 “수술 전 소화기내과와 함께 수혜자와 공여자의 건강 상태를 자세히 평가하고, 혈관 구조를 3D로 재구성해 정밀한 수술 계획을 세움으로써 수술 당일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또 다른 핵심은 다학제 협진 시스템이다. 이식 코디네이터,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중환자실 의료진이 긴밀히 소통하며 환자 상태 변화에 즉각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수술 후 혈관 협착이나 담도폐쇄가 생기면 영상의학과가 재수술 없이 중재 시술로 치료를 돕고, 중환자실 전담 의료진은 거부반응과 감염, 합병증을 24시간 밀착 관리한다.

이옥주 교수는 “조절되지 않는 복수, 반복되는 황달, 정맥류 출혈, 간성뇌증 등이 있는데도 ‘아직은 괜찮겠지’ 하며 시기를 놓치는 만성간부전 환자들이 많다”며 “간암 역시 암의 크기가 작을 때 이식을 고민해야 가장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간의 상태가 더 악화하기 전 꼭 간이식 상담을 받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순천향대 부천병원 간이식팀은 2007년 부천 지역 최초로 생체 간이식 수술에 성공한 후 2011년 국내 최초 사전계획에 의한 무수혈 간이식 수술, 2016년 인천·경기서북부권 상급종합병원 최초 혈액형 불일치 간이식 수술을 성공했다. 이후 간문맥 혈전증, 혈관 이상, 재이식, 구제 간이식, 버드-키아리 증후군 등 다양한 고난도 수술 경험을 축적하며 안정적인 수술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