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호화 크루즈의 비극… ‘이 바이러스’ 탓 3명 사망

입력 2026.05.06 14:50

[해외토픽]

크루즈선
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집단감염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사진=클립아트크리아
대서양을 항해하던 크루즈선에서 한타바이러스 집단감염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

지난 5일(현지시각) 로이터(Reuters)와 BBC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선적 크루즈선 'MV 혼디우스'호에서 한타바이러스 확진 2건과 의심 5건 등 총 7건의 사례가 확인됐다. 이 가운데 3명은 이미 숨졌다. 가장 먼저 증상이 발생해 숨진 이는 네덜란드인 부부로 70세 남성과 69세 여성이다. 또 다른 사망자는 독일 국적으로 지난 2일 선상에서 숨졌다.

한타바이러스는 주로 감염된 설치류의 소변·분변·타액에 접촉하거나, 오염 물질이 공기 중에 퍼져 흡입될 때 전파된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는 밀접 접촉자 사이에서 사람 간 전파 가능성도 제기됐다.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 WHO 전염병 대응 국장은 5일 “매우 밀접한 접촉자들 사이에서 사람 간 전파가 있었을 수 있다”며 “배에 쥐는 없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선박 운영사 오션와이드 익스페디션에 따르면 MV 혼디우스호는 지난달 1일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서 출발해 남대서양 횡단 항로를 운항 중이었다. 23개국 국적의 승객 88명과 승무원 59명 등 총 149명이 탑승해 있으며, 현재 공중보건 우려로 카보베르데 수도 프라이아 입항이 불허된 상태다. WHO는 선내 환자 2명을 네덜란드로 후송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후 선박은 카나리아 제도로 이동해 스페인 당국과 공동 역학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 당국은 이 배에서 보고된 한타바이러스 첫 감염자가 승선 전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과 함께, 남미에서 유행하는 ‘안데스형’ 한타바이러스일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안데스형은 한타바이러스 가운데 드물게 사람 간 전파가 보고된 유형으로, 장시간 밀접 접촉 시 제한적으로 전파될 수 있다.

한타바이러스는 흔히 ‘유행성출혈열’로 잘 알려진 신증후군출혈열을 일으키는 병원체다. 이 바이러스는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탄강 유역에서 채집한 쥐의 폐 조직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했으며, 지역 이름을 따 ‘한타바이러스’로 명명됐다.

주요 감염 경로는 감염된 설치류의 소변·배설물·타액이 공기 중 미세 입자로 떠다니는 것을 흡입하는 경우다. 오염된 표면에 손이 닿은 후 코·입을 만지거나, 오염된 표면을 만진 뒤 코나 입을 접촉하거나, 드물게 설치류에게 물리거나 긁히는 경우에도 감염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 간 전파는 거의 없지만, 안데스형의 경우 예외적으로 보고된 바 있다. 다만 밀접하고 지속적인 접촉이 있을 때만 드물게 발생한다고 알려진 만큼 그 사례는 제한적이다. WHO 역시 보고를 통해 “일반 대중에 대한 위험도는 낮은 수준”이라며 “과도한 우려는 필요 없다”고 했다.

감염 시 2~3주 잠복기를 거쳐 고열, 요통, 두통, 근육통, 안면 홍조, 결막 충혈 등이 나타난다. 이후 소변량 감소, 저혈압, 내출혈 등 신부전 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치료가 늦어지면 치명적일 수 있다.

현재까지 한타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치료법은 없어 조기 진단과 증상에 따른 치료가 중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 권장되며, 유행 시기(10~12월) 약 1개월 전 접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매년 약 400~600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특히 군인이나 농업 종사자처럼 야외 활동이 많은 경우, 활동 후 샤워와 의류 세탁 등 위생 관리를 통해 감염 위험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