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벗다가 피부가”… 연간 수십만 명 겪는 화상, 초기 대응법은?

입력 2026.04.28 23:40
화상입은 팔
화상을 입었을 때는 민간요법을 삼가고 올바른 응급처치를 하며 즉시 병원을 찾는 게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흑백요리사 시즌2로 주목받은 ‘아기맹수’ 김시현 셰프가 지난 4월 초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심각한 화상 사고를 겪은 사실을 공개해 경각심을 키우고 있다. 차를 끓이고 옮기던 중 미끄러져 얼굴과 팔 등 체표면적 약 25%에 화상을 입고 한 달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순면 옷을 입고 찬물을 뿌리는 등 긴급 처방을 했음에도 옷을 벗는 과정에서 피부가 함께 벗겨졌다는 고백은 화상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화상은 신생아부터 노년층까지 일생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손상이다. 가벼운 경우 자연 치유되기도 하지만, 심하면 체액 손실과 감염, 장기 기능 저하, 쇼크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실제로 연간 50~60만 명이 화상으로 진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치료받지 않는 경증 환자까지 고려하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에는 응급실 화상 환자 2만9277명 중 253명이 사망했다. 산업 현장에서도 화상은 전체 재해의 약 27%를 차지할 만큼 빈번하며, 일반 화상보다 더 넓고 깊은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다.

◇1~4도까지… 깊이 따라 치료·예후 달라
화상은 불, 뜨거운 물, 전기, 화학물질 등으로 피부와 연부 조직이 손상된 상태를 말하며, 손상 깊이에 따라 1도에서 3도, 경우에 따라 4도까지 구분한다. 1도 화상은 피부의 가장 바깥인 표피층에 화상이 발생해 피부가 붉어지고 가벼운 부종과 통증 등이 나타나며 물집은 생기지 않는다. 흐르는 찬물로 열을 식히고 보습제로 피부를 보호하면 된다. 화상이 깊어 표피 안쪽 상부 진피층에 손상이 일어나면 물집이 발생하고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이때부터 2도 화상으로 분류한다. 감각이 없어지거나 피부가 창백해지기도 한다. 물집을 터뜨리면 2차 세균 감염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터뜨리지 말고 즉시 의료기관에 내원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3도 화상은 피부 전층과 피하조직까지 손상된 상태로 피부가 흰색 또는 검게 변하고 신경 손상으로 통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자연 치유가 어려워 피부 이식 등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 후에도 흉터나 관절 굳음 등의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4도 화상은 근육이나 뼈까지 손상이 진행된 경우로,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옷 억지로 벗기면 위험… 물집·민간요법 모두 금물
화상의 원인은 다양하다. 먼저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열상 화상은 불이나 뜨거운 물, 증기, 뜨거운 액체에 의한 화상이다. 염산이나 황산, 암모니아 등 화학물질에 의한 화상과 뜨거운 공기 또는 연기를 흡입해 발생하는 흡입 화상, 그 외에도 방사선, 전기, 햇볕, 저온에 의한 화상도 있다.

화상 환자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환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환부를 흐르는 찬물로 15∼30분 식혀야 한다. 흡입 화상은 복장을 느슨하게 열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기도 유지가 어려운 경우 기도 확보를 시행하고 호흡 또는 심장 정지가 발생한 경우에는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화학 화상의 경우는 즉시 흐르는 물이나 생리식염수로 화학물질을 제거한 후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전기 화상은 상처 부위와 크기에 상관없이 3도 화상으로 간주하고 전기 감전 발생 시 함부로 환자를 직접 떼어내지 말고 일단 전기 스위치를 내려 전기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

울산엘리야병원 화상센터 배강호 과장(외과 전문의)은 “얼굴이나 코, 입, 목 부위에 화상을 입은 경우에는 감염이 발생하기 쉽고 부종으로 인해서 기도가 막힐 수 있어 신속한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이 중요하다”며 “뜨거운 물이나 불에 화상을 입은 경우 옷을 벗길 때는 직접 옷을 벗겨내면 환부의 물집이나 피부가 벗겨질 수 있기 때문에 화상 부위의 옷을 가위로 잘라 조심스럽게 벗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흔히 화상으로 물집이 생긴 경우에 가정에서 터뜨리는 경우가 있는데 감염으로 인한 후유증 발생 위험이 있어 삼가야 한다. 배 과장은 “상처 부위를 소독한다고 알코올이나 과산화수소 등의 자극성 소독제를 바르거나 된장, 감자 등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을 따르는 경우 2차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했다.

심한 화상은 치료 기간이 길고 피부 이식, 흉터 치료 등으로 경제적 부담도 크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평소 전열기, 전기 플러그, 뜨거운 물 등을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주방용품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 일광화상을 예방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고 챙 넓은 모자나 긴 소매 옷, 선글라스 등을 착용한다. 저온 화상의 위험이 있는 영유아, 노년층은 난방기기 사용에 특히 주의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보호 장비 착용과 안전 수칙 준수, 2인 1조 작업 등 기본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