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기 쉬운 작은 결절까지… ‘진단 보조 AI’가 영상 판독 의사 부담 던다

입력 2026.04.22 09:42

[헬스테크 생생 후기]

무엇이든 ‘장비 빨’이 중요한 요즘. 질병 진단과 치료 그리고 관리에도 ‘장비’는 필수입니다. 이러한 추세 속에 디지털의료기기·전자약을 비롯한 다양한 의료기기가 속속들이 개발되는 중입니다. 기기명을 검색하면 개발자가 전하는 개발 일기부터 기대 효능, 투자받은 금액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가 쏟아집니다. 딱 하나, ‘실사용기’만 빼고요. 이에 [헬스테크 생생 후기]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직접 들은 ‘체감 효과’를 전해드립니다. 기기의 원리, 관련 제도, 질병 치료에 대한 조언은 덤입니다. <편집자주>
흉부 AI 진단 사진
코어라인소프트의 에이뷰 엘씨에스 플러스/사진=코어라인소프트
지역 의료기관은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언론에 주로 언급되는 것은 소위 ‘필수과’로 분류되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지만, 영상의학과 전문의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지역 공공의료원들은 나름의 자구책을 찾았다. 바로 의사의 질병 진단을 보조하는 의료 AI를 도입한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의료 AI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보기 위해, 천안의료원에 다녀와 봤다.

◇천안의료원, ‘흉부 CT’ 이용한 진단 보조 AI 도입
천안의료원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AI 기반 의료 시스템 디지털 전환 지원 사업’에 참여한 지역의료원 중 하나다. 지난해 코어라인소프트(Coreline Soft)라는 국내 의료 AI 기업이 이 사업을 통해 서산·홍성·충주·천안·청주·공주 등 충청권 6개 공공의료원에 통합 흉부 AI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4-in-1 흉부 진단 플랫폼인 ‘에이뷰 엘씨에스 플러스(AVIEW LCS Plus)’를 도입한 것이다.

에이뷰 엘씨에스 플러스는 저선량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를 한 번만 촬영해도, 인공지능이 영상 이미지를 바탕으로 폐 결절·종괴, 관상동맥 석회화(CAC),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가능성을 한꺼번에 분석해 제시한다. 전문의가 각 질환을 별도로 진단하는 번거로움을 줄인 것이다. 주력 검진 항목은 ‘폐암’이다. 최근 독일 연방합동위원회(G-BA)가 저선량 흉부 CT 기반 폐암 검진을 법적 건강보험 체계에 포함하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국가 폐암 검진 거점인 샤리떼(Charite) 대학병원에도 에이뷰 엘씨에스 플러스가 공급됐다.

지난 연말 기준 국내에서는 1만 2000명 이상이 에이뷰 엘씨에스 플러스를 활용한 검사를 받았다. 코어라인소프트 장세명 이사는 “반자율주행 차량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라며 “진단 보조 AI가 자신이 학습한 데이터를 토대로 영상 이미지를 분석해 질환 가능성을 제시하면, 의사가 자신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최종 판단을 내린다”고 말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사업 2차년도에는 흉부 AI 시스템 보급 의료기관을 10곳으로 확대해 연간 4만 명을 대상으로 정밀 검진을 시행할 계획이다. 2025년부터 2026년까지 총 23억 2000만 원의 정부 사업비가 투입된다.

◇진단 보조 AI, 의사 신체적·심리적 부담 덜어
지역의료원이 진단 보조 AI 도입에 적극적인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종합병원임에도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1~3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1일 기준 ▲청주의료원 3명 ▲서산·홍성·공주의료원 2명 ▲충주·​천안의료원 1명이다. 김대식 천안의료원장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절대적 수가 적다 보니, 평일 밤이나 휴일에 응급실에 온 환자에 대해서는 질환 진단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천안의료원 유일의 영상의학과 전문의 이강영 과장은 기자가 방문했을 때에도 영상을 판독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는 “혼자서 다 판독하기에는 CT나 MRI 촬영량이 많다”며 “CT와 MRI 판독을 하다 보면 여력이 안 돼 엑스레이 판독은 온전히 외주 업체에 맡기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강영 과장은 에이뷰 엘씨에스 플러스를 비롯한 두 개의 진단 보조 AI를 활용하고 있다. 그는 “진단 보조 AI의 가장 큰 장점은 ‘업무의 긴장감’을 덜어주는 데 있다”며 “몹시 작아서 혹은 혈관 사이에 숨어 있어서 놓치기 쉬운 결절이 없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데 진단 보조 AI를 사용하니, 완전히 홀로 판독할 때보다는 긴장감이 완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래는 영상 이미지 한 장을 판독하는 데 3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AI를 쓰니 장당 10초는 줄어든 것 같다”라며 “관상동맥 석회화 진행 정도를 AI가 수치화해 보여주는 기능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대서 의료 AI가 의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에이뷰 엘씨에스 플러스는 단독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용도가 아니다. AI가 내놓은 분석을 참고해 의사가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의사가 해당 과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을 때에 진단 보조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장세명 이사는 “자체 데이터에 따르면 임상 현장에서 AI를 활용할 경우 전반적으로 진단 정확도가 개선됐고, 특히 비흉부영상 전문의에게서 개선 폭이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었다”며 “절대적인 정확도는 흉부영상 전문의가 AI를 함께 사용할 때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금은 의사가 일차 판독을 하면서 의료 AI의 보조를 받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폐암 선별 검사에서의 일차 판독을 의료 AI가 담당하게 함으로써 의사 업무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올해 초 ‘유럽 영상의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Radiology)’에 게재된 이탈리아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코어라인소프트의 에이뷰를 일차 판독자로 활용할 시, 전체 판독 업무량을 약 75%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의료 AI의 음성 예측도(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을 때 실제로 질환이 없을 확률)는 99.8%로 동일했다. 연구팀은 “높은 음성 예측도로 미루어보아 의료 AI를 폐암 선별검진에서 일차 판독자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수가 산정 속도 빨라져야 의료기관 도입 원활
김대식 천안의료원장은 2027년 11월 7일까지 이어지는 임기 내에 더 많은 의료 AI를 천안의료원에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는 순천향대 부속병원에서 34년 9개월간 재무회계팀, 원무팀, 총무팀 팀장을 거쳐 사무처장을 역임한 병원 경영 전문가다.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있을 당시 코어라인소프트의 진단 보조 AI가 의사가 놓칠 뻔한 폐암 병변을 잡아낸 것을 보고 의료 AI를 신뢰하게 됐다. 김대식 천안의료원장은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 의료원이, 의료 AI를 활용한다면 지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의 가짓수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 품질도 향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특히 응급실을 의료 AI로 무장하고 싶은 것이 지금의 바람이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도입하고 싶은 것으로 뇌와 복부 영상 이미지를 분석해 질환 발생 가능성을 제시하는 진단 보조 AI를 꼽았다. 뇌는 아주 사소한 미세 출혈도 놓쳐서는 안 되고, 복부에는 다양한 장기가 밀집해있어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만 듣고서는 정확한 원인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의료 체계가 의료 AI의 원활한 의료기관 진입을 막고 있다. 의료기관이 의료 AI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 행위로 인정받고, 이에 대해 수가가 책정되기까지의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서다. 김대식 천안의료원장은 “환자가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 AI의 혜택을 누리면서, 병원도 의료 AI 활용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게 하려면 의료 AI 사용에 대한 행위별 수가가 책정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세명 이사는 “의료기기로 허가받더라도, 실제 의료기관에 제품을 보급하고, 데이터를 모아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하고, 수가를 책정받기까지 5년은 걸리는 것 같다”며 “정부 차원에서 의료기관의 AI 활용을 권장하고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서 2025년까지 기초 의료기관의 디지털화 보급률이 78.6%, AI 기술 적용률이 32%를 돌파했으며, AI 진단 보조 시스템의 보급률은 2026년 90%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은 보건복지부의 ‘의료 분야 인공지능 도입의 영향 및 대응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6~21일 국내 의사 21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실제 의료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비율이 47.7%였다. 의사들은 AI를 주로 ▲질환의 진단(68.0%, 복수 응답 가능) ▲고위험군 탐색 등 환자 선별(51.2%) ▲치료(33.4%)에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의사 커뮤니티 플랫폼 메디게이트(Medigate)가 지난해 의사 1000여 명을 대상으로 AI 활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AI 기능으로 ‘영상 판독 보조(70.7%, 복수 응답 가능)’가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