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인공와우' 기술… 더 오래, 정확하게 소리 듣는다"

입력 2026.04.17 07:01

난청 치료법

60대 이상 난청 환자 증가세… 4년 새 10만명 넘게 늘어
방치하면 인지 기능에도 영향… 치매 예방 위해 치료 필요
중증 환자, '인공와우' 이식 수술 통해 청력 회복 가능
한 번 이식 후 기기 교체 없이 최신 청각 기술 적용
"고도 난청도 치료 가능해져…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난청은 전음기관이나 감각신경기관 이상으로 소리를 잘 듣지 못하거나 분별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난청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조기 발견·치료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난청은 단순 감각 기능 저하를 넘어 타인과 의사소통 단절, 사회적 고립, 심리적 위축을 야기한다. 최근에는 난청이 인지 기능 저하나 치매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들도 보고되면서,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난청 치료 기술은 크게 발전했다. 인공와우(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의 등장으로 환자들은 더 이상 보청기에만 의지하지 않게 됐으며, 인공와우 또한 한 번의 이식만으로 평생 기기 교체 없이 최신 청각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최병윤 교수는 "최근 난청 치료는 단순 청각 재활 개념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장기적인 관리 방향으로 전환되는 추세"라며 "과거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고도 난청 환자들도 이제는 소음 속에서 정교한 대화가 가능해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증 난청, '인공와우'가 유일한 대안

난청은 전음기관이나 감각신경기관 이상으로 소리를 잘 듣지 못하거나 분별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주요 원인에 따라 ▲전음성 ▲감각신경성 ▲혼합성으로 나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전체 난청 환자는 2024년 기준 82만3000명으로, 2020년(64만6000명)과 비교해 약 27% 늘어났다. 특히 60대 이상 난청 환자는 2020년 33만7000명에서 2024년 45만6000명으로 약 3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60대 이상 인구가 28.2%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난청 증가 속도가 훨씬 빨랐다. 인구 고령화와 함께 난청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조기 발견·치료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난청 치료는 청력 손실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노인성 난청 환자가 흔히 쓰는 보청기는 소리 크기를 키워 잘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보조 장치다. 다만, 노화로 소리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달팽이관 기능이 감소하면 보청기로 아무리 소리 크기를 키워도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이런 환자에게는 손상된 내이 부위를 우회해 소리 신호를 청신경에 직접 전달하는 인공와우 이식이 필요하다. 최병윤 교수는 "인공와우는 보청기로 소리 구분이 어렵거나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중증 난청 환자에게 시행하는 유일한 치료법이다"고 말했다.

한 번 이식으로 평생 최신 성능 유지

인공와우는 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소리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고 청신경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귀 근처 머리 위에 부착하는 어음처리기가 외부 소리를 포착해 전기 신호로 바꾼 후 달팽이관 전극에 전달하면 소리를 인지하게 된다. 기존 음향 증폭 방식인 보청기와는 원리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청각 자극이 가능하고 의사소통 능력도 개선될 수 있다. 이식 수술은 평균 1~2시간 소요된다.

최근 개발된 인공와우의 경우, 기기 교체 없이 내장된 프로그램(펌웨어)만 최신화해 사용자가 신기술을 지속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 기기는 바꾸지 않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만 하는 것처럼, 인공와우도 한 번 이식하면 재수술을 받지 않아도 성능을 계속해서 최고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인공와우가 환자와 평생을 같이 한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임상적·실용적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평가다.

최병윤 교수는 "과거에는 인공와우를 이식 하면 수년 뒤에 획기적인 신호 처리 기술이 나와도 기존 이식 환자들은 이를 누리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스마트폰처럼 펌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최신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할 수 있다"며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혁신적 변화로, 재수술 없이 평생 최상의 청취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고 했다.

"난청 치료, '정밀 청각 재활'로 진화할 것"

최근 난청 치료는 청취 가능 여부를 넘어, 다양한 소음 환경에서 소리 인지,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 개선, 전반적 삶의 질 향상까지 포함하는 확장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공와우 기술이 단순 보조기기를 넘어 기능적 재활 도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병윤 교수는 "앞으로 인공와우는 환자 개개인 유전적 특성과 생활 패턴을 반영한 맞춤형 청각 재활로 진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난청 환자의 재활은 수술 이후에도 지속적인 적응과 훈련을 포함하는 장기적 과정이다. 초기 적응뿐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청취 환경과 개인 필요에 맞춘 지속 관리가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기기 성능 외에 안정성, 사용자 편의성, 향후 최신 기술 적용 가능성 등이 환자의 장기적 만족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최 교수는 "난청 치료는 단기적 청력 개선을 넘어, 환자 삶 전반에 걸친 청각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고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며 "기술은 이미 환자들의 청력을 평생 책임질 준비가 돼 있으니,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래픽=김경아
[전 세계 치매 환자 8%는 난청이 원인]

나이가 들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난청을 당연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고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 난청이 치매를 유발하는 강력한 위험 요인이라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치매 예방을 위한 청력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과대학과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공동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에이징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 8%는 난청으로 인해 병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고혈압이나 비만처럼 스스로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현재 미국 70세 이상 노인 3명 중 2명이 양쪽 귀 난청을 앓고 있으며, 이를 방치해 발생하는 경제 손실은 매년 9800억달러(한화 약 1300조원)에 달한다. 특히 난청 노인은 정상 청력 노인보다 10년간 의료비를 평균 2만2000달러(약 2900만원) 더 지출했다. 의사소통 부재가 사고나 입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난청이 인지 기능을 떨어뜨리는 세 가지 핵심 기전을 제시했다. 첫째는 감각 박탈이다. 소리 자극이 장기간 줄어들면 뇌에서 소리를 해석하는 측두엽이 자극을 받지 못해 부피가 줄어든다. 이 부위는 기억력과 밀접해 뇌 구조가 변하면서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는 정보 해석 과부하다.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면 뇌는 이를 해석하기 위해 과도한 에너지를 쏟는다. 기억이나 판단에 써야 할 에너지를 소리 듣기에 소모하면서 정작 인지 기능은 나빠지는 원리다. 셋째는 공통 원인 가설이다. 혈관 질환이나 노화에 따른 신경 변성처럼 신체 전반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귀와 뇌 기능을 동시에 떨어뜨린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보청기나 인공와우 같은 청각 보조 도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리를 들으며 주변과 소통하게 돼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난 덕분이다. 연구팀은 "난청은 노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가 아니라 반드시 치료해야 할 질환"이라며 "치매 예방 전략의 핵심으로 청력 관리를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인공와우(人工蝸牛)

인공 달팽이관(와우)을 뜻하는 말로, 달팽이관 질환으로 소리를 듣지 못하는 환자의 청신경에 전기 자극을 줘 소리를 듣게 해준다. 보청기를 사용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양측 고도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들에게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