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기술은 사람의 건강과 긴밀히 연결된 동시에 헬스테크 산업계의 ‘밥줄’이기도 하다.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혁신 의료기술과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의 ‘환자 설명문·동의서’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환자에게 동의서를 받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해 의료기관에서의 의료 AI 활용도가 떨어짐에 따라 산업계의 성장 동력도 감소한다는 지적이 있다.
◇혁신 의료기술·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환자 동의서 필수
새로 등장한 의료기술을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시행하고 비용을 청구하려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통해 해당 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신의료기술’로 등록부터 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려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의 시장 진입이 늦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안전성이 확인된 일부 기술은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과 ‘혁신 의료기술’로서 시장에 우선 진입할 수 있다. 2~5년간 현장에서 사용하며 임상 데이터를 누적, 이를 통해 추후 ‘본심’인 신의료기술 평가에 도전하게 한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의료 AI가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과 혁신 의료기술 형태로 의료기관에 도입돼 사용되고 있다.
혁신의료기술이나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로 도입된 의료 AI를 사용하려면 의료진이 반드시 환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관리 지침’과 ‘혁신 의료기술 실시에 관한 지침’에 관련 내용이 나와 있다. “사용자(실시 의사)는 혁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을 시행하기 전에 환자 등 그 대상자에게 해당 의료기술의 특성, 근거 수준, 사용 목적, 시술·검사 방법, 시술·검사 비용, 본인 부담분,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문서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 과정은 원칙적으로 의사가 수행하게 되어 있지만, 해당 의료기술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실시 의사의 지도하에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도 수행할 수 있다. 영상 검사 이미지를 분석해 의사의 진단을 보조하는 의료 AI가 여기에 해당한다.
◇“동의서 필요하지만, 절차 과도해”
환자에게 의료 AI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은경 교수는 “환자의 몸에 침습하지 않고,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를 분석함으로써 의사의 질병 진단을 보조하는 의료 AI일지라도 반드시 환자에게 원리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이 혁신 의료기술이나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로서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의료 AI가 추후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도 존재함을 환자가 알아야 하는데다가, ‘AI를 썼으니 절대로 오진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라는 식의 오해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료 AI 사용에 걸리는 시간은 짧은데,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복잡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데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코어라인소프트 박준민 CPO는 “의료영상 AI는 판독 소요 시간이 5~10분에 불과할 정도로 신속하게 가동되지만, 이를 사용하기 위해 매번 환자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구해야 하는 절차는 의료진에게 많은 행정적인 부담을 만든다”고 말했다. 의료 AI를 도입해 사용 중인 김은경 교수는 “지금은 의사가 설명문과 동의서를 환자에게 처방하면, 간호사가 환자에게 동의서를 받아오는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진료 효율성을 높이려 의료 AI를 도입했는데, 동의서 절차 때문에 도리어 효율성이 떨어져 동의서 전담 인력을 따로 뽑아야 할지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건별 동의가 응급실의 의료 AI 도입 막아”
의료기관에서 절차상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건별 동의’ 때문이다. 의료 AI를 도입하는 의료기관은 보통 다수의 AI를 함께 운용한다. 지금은 각각의 의료 AI에 대해 일일이 설명과 동의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한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관리지침’과 ‘혁신의료기술 실시에 관한 지침’에 나온 설명문과 동의서 참고 서식은 각각 2장씩, 총 4장 분량이다. 의료기관이 이 서식을 그대로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사용하는 의료 AI가 하나 늘 때마다 환자가 검토해야 할 서류가 4장씩 늘어난다.
의료 AI 도입 수요가 큰 곳 중 하나는 늘 의료진 일손이 모자란 응급실이다. 그러나 동의서를 받는 절차 때문에 도입을 고민하다 끝내 고사하는 의료기관도 많다. 코어라인소프트의 뇌출혈 진단 보조 AI인 에이뷰 뉴로캐드(AVIEW NeuroCAD)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에이뷰 뉴로캐드는 응급 상황에서 뇌출혈 여부, 위치, 출혈량 등을 신속하게 분석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기능을 한다. 박준민 CPO는 “빠른 환자 처치에 도움이 된다는 의료진 평이 많지만, 동의서 취득의 문제로 결국 제품 도입이 반려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 치료가 최우선인 응급실에서 환자에게 어떤 의료 AI를 이용할 것인지 일일이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건별 동의에서 ‘사전 일괄 고지’로 변경해야
그렇다고 동의서 받기를 생략할 수는 없다. 이에 의료계와 산업계에서 고안한 절충안이 바로 ‘기관 단위 사전 일괄 고지’ 제도다.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모든 의료 AI를 하나의 간소화된 동의서에 총망라한 다음 환자에게 한꺼번에 안내하고 동의받는 방식이다.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을 통하지 않고 의료기관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동의받는 절차도 거론된다.
박준민 CPO는 “동의서를 받는 절차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면 의료기관에서의 실사용 빈도가 낮아져 신기술 개발 동력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며 “개별 건당 동의가 아닌 ‘기관 단위 사전 일괄 고지·설명’ 방식 등으로 전환하면 의료진이 환자 치료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동시에 환자의 알 권리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은경 교수는 “진단 보조 AI와 같이 몸에 침습하는 것이 아니라면, 진료를 접수하는 원무과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일괄적으로 동의받는 것도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자가 1~2년에 한 번씩 동의를 갱신하게 함으로써 알 권리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혁신 의료기술과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의 ‘환자 설명문·동의서’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환자에게 동의서를 받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해 의료기관에서의 의료 AI 활용도가 떨어짐에 따라 산업계의 성장 동력도 감소한다는 지적이 있다.
◇혁신 의료기술·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환자 동의서 필수
새로 등장한 의료기술을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시행하고 비용을 청구하려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통해 해당 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신의료기술’로 등록부터 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려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의 시장 진입이 늦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안전성이 확인된 일부 기술은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과 ‘혁신 의료기술’로서 시장에 우선 진입할 수 있다. 2~5년간 현장에서 사용하며 임상 데이터를 누적, 이를 통해 추후 ‘본심’인 신의료기술 평가에 도전하게 한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의료 AI가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과 혁신 의료기술 형태로 의료기관에 도입돼 사용되고 있다.
혁신의료기술이나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로 도입된 의료 AI를 사용하려면 의료진이 반드시 환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관리 지침’과 ‘혁신 의료기술 실시에 관한 지침’에 관련 내용이 나와 있다. “사용자(실시 의사)는 혁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신의료기술을 시행하기 전에 환자 등 그 대상자에게 해당 의료기술의 특성, 근거 수준, 사용 목적, 시술·검사 방법, 시술·검사 비용, 본인 부담분,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문서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 과정은 원칙적으로 의사가 수행하게 되어 있지만, 해당 의료기술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실시 의사의 지도하에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도 수행할 수 있다. 영상 검사 이미지를 분석해 의사의 진단을 보조하는 의료 AI가 여기에 해당한다.
◇“동의서 필요하지만, 절차 과도해”
환자에게 의료 AI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용인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김은경 교수는 “환자의 몸에 침습하지 않고,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를 분석함으로써 의사의 질병 진단을 보조하는 의료 AI일지라도 반드시 환자에게 원리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의료기관이 혁신 의료기술이나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로서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의료 AI가 추후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도 존재함을 환자가 알아야 하는데다가, ‘AI를 썼으니 절대로 오진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라는 식의 오해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의료 AI 사용에 걸리는 시간은 짧은데,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복잡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데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코어라인소프트 박준민 CPO는 “의료영상 AI는 판독 소요 시간이 5~10분에 불과할 정도로 신속하게 가동되지만, 이를 사용하기 위해 매번 환자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구해야 하는 절차는 의료진에게 많은 행정적인 부담을 만든다”고 말했다. 의료 AI를 도입해 사용 중인 김은경 교수는 “지금은 의사가 설명문과 동의서를 환자에게 처방하면, 간호사가 환자에게 동의서를 받아오는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진료 효율성을 높이려 의료 AI를 도입했는데, 동의서 절차 때문에 도리어 효율성이 떨어져 동의서 전담 인력을 따로 뽑아야 할지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건별 동의가 응급실의 의료 AI 도입 막아”
의료기관에서 절차상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건별 동의’ 때문이다. 의료 AI를 도입하는 의료기관은 보통 다수의 AI를 함께 운용한다. 지금은 각각의 의료 AI에 대해 일일이 설명과 동의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한다. 평가 유예 신의료기술 관리지침’과 ‘혁신의료기술 실시에 관한 지침’에 나온 설명문과 동의서 참고 서식은 각각 2장씩, 총 4장 분량이다. 의료기관이 이 서식을 그대로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사용하는 의료 AI가 하나 늘 때마다 환자가 검토해야 할 서류가 4장씩 늘어난다.
의료 AI 도입 수요가 큰 곳 중 하나는 늘 의료진 일손이 모자란 응급실이다. 그러나 동의서를 받는 절차 때문에 도입을 고민하다 끝내 고사하는 의료기관도 많다. 코어라인소프트의 뇌출혈 진단 보조 AI인 에이뷰 뉴로캐드(AVIEW NeuroCAD)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에이뷰 뉴로캐드는 응급 상황에서 뇌출혈 여부, 위치, 출혈량 등을 신속하게 분석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기능을 한다. 박준민 CPO는 “빠른 환자 처치에 도움이 된다는 의료진 평이 많지만, 동의서 취득의 문제로 결국 제품 도입이 반려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 치료가 최우선인 응급실에서 환자에게 어떤 의료 AI를 이용할 것인지 일일이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건별 동의에서 ‘사전 일괄 고지’로 변경해야
그렇다고 동의서 받기를 생략할 수는 없다. 이에 의료계와 산업계에서 고안한 절충안이 바로 ‘기관 단위 사전 일괄 고지’ 제도다.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모든 의료 AI를 하나의 간소화된 동의서에 총망라한 다음 환자에게 한꺼번에 안내하고 동의받는 방식이다.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을 통하지 않고 의료기관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동의받는 절차도 거론된다.
박준민 CPO는 “동의서를 받는 절차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면 의료기관에서의 실사용 빈도가 낮아져 신기술 개발 동력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며 “개별 건당 동의가 아닌 ‘기관 단위 사전 일괄 고지·설명’ 방식 등으로 전환하면 의료진이 환자 치료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동시에 환자의 알 권리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은경 교수는 “진단 보조 AI와 같이 몸에 침습하는 것이 아니라면, 진료를 접수하는 원무과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일괄적으로 동의받는 것도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환자가 1~2년에 한 번씩 동의를 갱신하게 함으로써 알 권리를 강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