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가능한 회복의 이야기… 삼중음성유방암 환우회 ‘우리두리구슬하나’[아미랑]

입력 2026.04.14 09:00

3월 ‘무지개 독서모임’ 스케치

단체사진
사진=삼중음성유방암환우회 '우리두리구슬하나'의 3월 무지개 독서 모임 현장./사진=엔자임헬스 제공
삼중음성유방암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 표적 수용체가 모두 없어 전이, 재발 위험이 높고 치료가 까다로운 아형입니다. 유방암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불량해 같은 질환을 공유하는 환우들끼리 나누는 공감과 위로가 큰 의지가 됩니다. ‘우리두리구슬하나’는 이런 목적에서 출범한 삼중음성유방암 환우 단체로, 질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희망과 용기를 전합니다. 서촌 건강책방 ‘일일호일(日日好日)’에서 개최된 우리두리구슬하나 무지개 독서모임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책을 매개로 나누는 마음
무지개 독서모임은 2023년 5월부터 시작된 우리두리구슬하나의 소모임입니다. 매달 한 권씩 책을 정해 읽은 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눕니다. 도서는 매달 두세 권의 후보를 두고 투표로 정해지며 소설, 시집, 그림책, 정보서적 등 장르를 가리지 않습니다. 이달 도서는 ‘밝은 밤’으로 4대에 걸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환우들의 공감을 사 선정됐습니다. 삼중음성유방암은 다른 유방암보다 50세 미만 젊은 환자 발생 비율이 높습니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동시에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일 가능성이 큰데요. 암 진단 후, ‘여성암’과 ‘유전’이라는 문제를 자연스레 마주하면서 엄마와 딸 사이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여성들의 삶과 감정을 다룬 책이 자주 선정되는 이유입니다.

일일호일 책방에서 모임을 진행하게 된 취지에 대해 물었습니다. 김민정 책방지기는 “암 환자를 치료 대상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며 “이런 부분들을 바로 털어놓기 어려우니 책을 통해 일상이나 정서적인 부분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하려는 목적이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경험자들과의 만남이 심리적 지지로
진단 시기나 기수는 다르지만,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모임 내 결속력을 높입니다. 이들은 본명이 아닌 온라인 카페 활동명으로 서로를 부르며, 각각 ‘연꽃’, ‘새살’, ‘찐럼맘’, ‘영빈’, ‘한병’, ‘지동맘’입니다. 대부분 표준 치료가 끝나고 모임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꽃씨는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까지 끝난 뒤에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겨 모임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지동맘씨는 “치료 부작용이 심해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온라인 활동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감정적 교류를 느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영빈씨는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며 몸 치료가 끝나도 마음은 계속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모임에서는 책에 대한 관점이나 느낀 점뿐 아니라 지난 모임 이후의 근황, 안부를 함께 묻습니다. 병원 검사나 건강 상태에 대한 불안 등도 자연스럽게 공유됩니다. 새살씨는 “정기 검사를 앞두고 불안할 때 서로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했습니다.

모임을 이어오며 어려운 순간도 있었습니다. 우리두리구슬하나와 무지개 독서모임을 만든 이두리 (전)대표를 비롯해 함께하던 이들이 투병 중 세상을 떠나기도 했는데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그들을 추모하며 그 시간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고 합니다. 한병씨는 “암이라는 병이 주는 막연한 두려움보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더 크게 남는다”며 “남겨진 것들에 감사하게 되는 등 삶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암은 함께 이겨내는 질환”
우리두리구슬하나 회원들은 무지개 독서모임을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일상을 지지하는 관계로 발돋움했습니다. 김 책방지기는 “환우들에게 이 모임이 한 달을 버티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다음 모임 날짜를 정할 때 각자의 검사 일정이나 여행 등을 전부 고려해 조율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환우들에게도 ‘혼자 버티지 말라’는 목소리를 전합니다. 연꽃씨는 “처음에는 당황스럽겠지만 병원에서 권하는 표준 치료를 차근차근 받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버텨야 한다”고 했습니다. 새살씨는 “원인을 찾으며 스스로를 탓하기보다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병씨는 “치료 과정의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지 말고 카페나 모임 등을 통해 계속 표현해라”고 했습니다.

무지개 독서모임에서 꼽은 치유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24절기에 따라 지금 이 시간과 계절에 느끼는 행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제철 행복’부터 읽어보세요. 책에서 소개되는 소소한 이벤트를 직접 시도해 볼 수 있어 재발에 대한 고민이나 심리적인 위축을 겪는 유방암 환우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이외에 극한의 상황에서도 인간의 삶과 의미를 찾는 ‘죽음의 수용소’, 자연과 삶의 가치 등을 주제로 다룬 ‘월든에서의 눈부신 순간들’·‘연남천 풀다발’·‘정원가의 열두 달’, 사랑과 우정을 담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모녀 이야기 ‘시즈코 상’도 꼽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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