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우울증약 사용 많아졌다… 10세 미만도 244% 증가

입력 2026.04.13 13:15
우울해하는 여성
최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젊은 층에서 우울증 치료제 사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 국민의 의약품 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세대별로 특정 약물에 대한 의존 양상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에서는 우울증 치료제 사용이 급증했고, 고령층에서는 위장약을 상시 복용하는 비율이 높은 모습이다.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24년 의약품 소비량 및 판매액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하루 의약품 소비량은 1491.7DID(DDD/인구 1000명/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성인(체중 70㎏ 기준)의 1일 권장 복용량을 기준으로 환산할 때, 국민 1명이 하루 평균 약 1.5일치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의약품 소비 증가와 함께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1인당 연간 의약품 지출액은 84만2594원으로, 달러 기준 617.8달러로 전년보다 0.5% 늘었다.

약물 유형별로는 소화기관 및 신진대사 관련 의약품 소비가 가장 많았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우울증 치료제 사용 증가다. 최근 5년간(2020~2024년) 전체 사용량은 51.0% 늘었다. 증가 폭은 소아·청소년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5년 전과 비교해 5~9세는 244.5%, 10~14세는 157.5%, 15~19세는 128.3% 증가했다.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진료 접근성 확대가 주요 배경으로 꼽히지만, 청소년층에서의 급증 원인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별·연령을 통틀어 우울증 치료제를 가장 많이 복용하는 집단은 80세 이상 여성으로, 인구 1000명당 하루 약 115명이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에서는 위장약 사용 증가도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위산분비억제제인 프로톤펌프억제제(PPI) 사용량은 최근 5년간 52.9% 증가했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의 10% 이상이 매일 해당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80세 이상 여성의 경우 인구 1000명당 하루 203.3명이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만성질환 증가로 복용 약물이 늘어나면서 위장 보호 목적의 처방이 함께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처방 경로를 보면, 우울증 치료제와 위장약 모두 대형병원보다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처방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위장약의 경우 의원 처방 사용량은 인구 1000명당 26.5명분으로 종합병원(15.1명분), 상급종합병원(8.9명분)보다 많았다. 우울증 치료제 역시 의원 처방이 23.0명분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부분 외래 진료를 통해 처방되는 점도 특징이다.

이번 통계는 의약품 소비 증가가 단순한 양적 확대를 넘어 세대별 건강 문제와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의 정신건강 관리와 고령층의 다제약물 복용 문제 등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맞춤형 보건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