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주로 적용되던 필러 시술이 최근 신체 여러 부위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미간, 머리, 골반 부위의 시술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곳에 필러를 주입하는 것이 안전할까? 스누성형외과 정의철 원장과 함께 필러 시술의 효과와 안전성을 짚어봤다.
◇두상·골반 필러, 안면 필러보다 주입량 많아
미간 필러는 이마 중앙의 주름을 개선하기 위한 시술이다. 골반 필러는 엉덩이와 골반 라인의 볼륨을, 두상 필러는 골막 위에 주사해 정수리나 뒤통수 부위의 볼륨을 보강한다. 필러 시술에는 주로 입자가 크고 장기간에 걸쳐 분해되는 볼륨 개선용 히알루론산 성분이 사용된다. 10cc 미만으로 주사하는 안면 필러에 비해 머리와 골반에는 상당히 많은 양이 주입된다. 일반적으로 두상 교정에는 10cc 이상, 골반 교정에는 100cc 이상 주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철 원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히알루론산을 포함한 모든 진피 필러의 적용 범위를 19세 이상 성인의 비순구(코와 입 주름), 입 주변 주름, 입술, 볼, 턱으로 한정하고 있다”며 “두상이나 골반 부위의 대용량 주사는 이러한 승인 범위를 벗어난 사용에 해당한다”고 했다.
신진대사에 따라 개인 편차가 크지만, 히알루론산 계열 흡수성 필러의 지속 기간은 평균 6~12개월이다. 지속적으로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선 추가 시술이 필요하다. 정의철 원장은 “최근 히알루론산 필러를 이용한 비수술적 골반 볼륨 교정이 어느 정도의 안전성과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는 있지만, 여전히 관련 문헌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대용량 주사에서의 장기적 안전성에 대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혈관 폐색·실명 가능성 있어
미간, 두상, 골반 필러의 시술 후 붓기나 통증은 일반적인 필러 시술과 유사한 수준이다. 개인에 따라 시술 직후 멍, 발적, 부종이 나타날 수 있지만, 대개 1주일 가량 지속된 후 호전된다.
그러나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인 주사 시술의 합병증인 감염, 혈종, 이물 반응, 알레르기 반응 등이 나타날 수 있고, 피부 및 조직 괴사, 시력 소실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정의철 원장은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혈관 폐색을 꼽았다. 어느 부위에서든 주요 혈관을 막을 경우 피부 괴사가 발생할 수 있고, 혈관 내로 필러가 들어가 색전증으로 인한 뇌경색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실명은 미간 등 안면 필러 시술 후 드물게 발생하나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 중 하나로 꼽힌다. 골반이나 생식기 부위에서는 혈관 폐색에 따른 비혈전성 폐색전증 사고가 보고된 바 있다. 시술 후 필러가 주사된 위치에서 벗어나 주변으로 이동하는 현상, 감염, 패혈증 등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정의철 원장은 필러로 인한 혈관 폐색 발생 시, 히알루로니다제 효소를 조기에 투여하면 필러를 녹여 혈류를 회복시키고 조직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효소는 히알루론산 필러만 용해할 수 있어, 비흡수성 필러를 50cc 이상 주입 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 히알루로니다제를 투여해도 아나필락시스 같은 알레르기 반응, 구역, 홍조, 두드러기, 빈맥, 부종이 나타날 수 있다. 다량 투여 시 피부 탄력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시술 후 시술 부위에 심한 통증이 생기거나, 피부색이 창백해지거나 청색으로 변하는 경우, 시야 감소, 시력 소실, 의식 소실, 호흡곤란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응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시술 후 감염으로 인한 발열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녹는 필러’라고 안심해선 안 돼
안면 필러도 혈관 폐색, 실명, 조직 괴사 등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있지만, 안면 외 부위의 필러 시술은 위험성이 더욱 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정의철 원장은 “현재 필러로 허가받은 물질은 대부분 안면부 주름 개선에 대한 안정성만 확인됐고, 그 외 부위에 대한 시술은 논쟁의 여지가 많다”고 했다. 10cc 이상의 용량을 얼굴 이외 부위에 주입하는 시술은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합병증이 보고된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흡수성 필러는 합병증이 발생하면 외과적 제거 외에 다른 치료 방법이 없고, 심각한 경우 해당 부위의 영구적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녹는 필러’로 알려진 히알루론산 필러도 완전히 안전한 시술은 아니다. 특히 비강, 구강, 유선이 있는 부위, 회음부, 생식기 내부 등은 신체 면역 상태 변화에 따라 합병증 가능성이 크다. 보형물이 있는 부위에 필러를 추가로 주사하면 보형물이 손상되고 2차 감염을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하다.
과한 용량을 주사하거나 여러 부위의 필러 시술을 받는다면 한 번에 시행하기보다는 횟수를 나눠 받는 것이 안전하다. 정의철 원장은 “합병증은 대개 제품 자체의 부작용보다 부적절한 주사 기술, 주사 부위 선택 오류, 잘못된 치료 적응증 등 기술적 오류에 의해 발생하므로 가능한 해당 부위의 해부학적 지식과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과거 필러 시술 후 알레르기 반응이 있었거나, 보형물을 이용한 수술을 필러로 대체하려고 하는 등 과한 볼륨 교정을 원하는 경우에도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 시술 부위에 염증과 감염이 있거나 미성년자인 경우 필러를 맞아선 안 된다. 정의철 원장은 “필러는 의료용 기기로서 허가된 적응증 내에서 사용될 때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