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시술은 받지만 필러는 글쎄”… 의사들이 추천 않는 시술은? [의사들 생각은]

입력 2026.02.20 10:45
헬스조선은 인터엠디(InterMD)와 함께 매월 정기적으로 주제를 선정해 ‘의사들의 생각’을 알아보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인터엠디는 5만여 명의 의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의사만을 위한 지식·정보 공유 플랫폼(Web, App)’입니다. (편집자주)
미용시술하는 모습
보톡스·필러·레이저 리프팅​ 등 미용 시술이 점점 더 보편화되고 인기를 얻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대한민국은 자타공인 '미용 시술 공화국'입니다. 과거 성형수술이 큰 결심이 필요한 '수술'의 영역이었다면, 이제 보톡스·필러·레이저 리프팅 같은 미용 시술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가볍게 받는 '자기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저가 이벤트 경쟁과 SNS 광고가 일상화됐고, 방송과 유튜브 등 미디어의 영향으로 외적 관리에 대한 기준도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환자뿐 아니라 이들을 진료하는 의사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마주하는 의사들은 미용 시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본인들도 직접 시술을 받을까요? 의사 1000명에게 미용 시술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습니다.

◇의사 10명 중 6명 "나도 시술 받아봤다"… 3040 비중 높아

미용시술 받아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사진=인터엠디 제공
의사들도 대중만큼이나 미용 시술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의사 60.9%(609명)는 미용 시술을 받아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사회적 활동이 왕성하고 외모 관리에 관심이 높은 30대(259명)와 40대(232명) 의사들의 참여가 두드러졌습니다. 반면 시술 경험이 없는 의사들(39.1%)은 그 이유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44.5%)'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부작용 및 리스크 우려(28.7%)'가 뒤를 이었습니다.

받아본 미용시술은 무엇인가요?
사진=인터엠디 제공
의사들이 가장 많이 받은 시술은 보톡스(31.0%)와 레이저(28.7%)였습니다. 이어 리프팅(12.5%)과 스킨 부스터(12.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술을 받은 의사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었습니다. 응답자의 80.8%가 '매우 만족' 또는 '대체로 만족'한다고 답해, 미용 시술이 의사들에게도 효과적인 자기 관리 수단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조차 부작용에서는 자유롭지는 않았습니다. 시술 경험이 있는 의사의 40.2%는 부작용이나 예상치 못한 불편함을 겪었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흔한 증상은 멍·부기·통증(51.4%)이었으나, 비대칭이나 결과 불만족(24.1%)을 겪은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주관식 응답에서는 "보톡스 시술 후 눈이 무거워지거나 눈을 뜨기 힘들어졌다", "피부가 손상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고충도 확인됐습니다.

◇의사 72.6% "내 가족에게 '필러'만은 말리고 싶다"
흥미로운 점은 전문가로서 타인에게 권하는 시술과 본인이 기피하는 시술이 명확히 갈린다는 것입니다. 의사들이 가족이나 지인에게 가장 기꺼이 권하는 시술은 역시 보톡스(38.2%)와 레이저(26.7%)였습니다.

반면, '가족에게만큼은 말리고 싶은 시술이 있느냐'는 주관식 질문에 486개 답변 중 무려 353개(72.6%)가 '필러'를 포함했습니다. 본인이 끝까지 받지 않거나 피하는 시술을 묻는 질문에서도 '과도한 필러 시술(42.1%)'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필러는 히알루론산 등 인체 조직과 유사한 성분을 피부 밑에 주입해, 주름을 펴고 꺼진 부위를 채우는 시술입니다. 즉각적인 효과가 크지만, 이물감이나 염증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드물게 피부 괴사나 실명 등 치명적인 위험성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어 과한 리프팅(21.8%)과 임상 데이터가 부족한 최신 유행 시술(17.9%)이 뒤를 이었습니다.

받지않거나 피하는 미용시술
사진=인터엠디 제공
이러한 시술들을 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작용 위험(57.1%)' 때문이었습니다. 효과 대비 리스크가 크고(19.8%), 장기적인 결과가 불확실하다(16.4%)는 점이 전문가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었습니다. 한 응답자는 "미용적 이득보다 혹시 모를 혈관 사고나 지연성 염증 반응 같은 리스크를 더 무겁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의료 환경 상업화·과열 우려… 안전이 우선돼야
미디어의 영향력은 의사들에게도 강력했습니다. 응답자의 86.8%는 방송이나 SNS 등 미디어 노출 증가가 의사 본인의 외적 관리 인식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습니다. 의사 역시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직업군이 되었음을 시사합니다.

미용시술을 둘러싼 현재 의료환경
사진=인터엠디 제공
그러나 급증하는 수요만큼 의료 환경에 대한 우려도 깊었습니다. 현재의 미용 시술 의료 환경에 대해 의사들의 47.3%는 '일부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고, 25.8%는 '상업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현재 시장 상황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입니다. 

의사들이 미용 시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안전성(49.2%)'이었습니다. 이어 '자연스러움(27.7%)'과 '환자 만족도(17.4%)'가 뒤를 이었습니다. 결국 무분별한 유행 추종이나 과도한 시술보다는, 부작용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고 본인에게 꼭 필요한 시술을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한편, 설문 말미에 마련된 자유 응답란에는 현재 미용 시장의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입니다. 의사들은 “지나친 상업화와 공장식 진료, 무분별한 과장 광고가 의료의 전문성을 퇴색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내 가족에게 시술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부작용 대처가 불가능한 타 직역의 불법 시술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외에도 '과도한 광고를 자제하고, 자연스러운 미를 강조하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다수 제시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