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치료 점점 발전 중… 몸의 변화 알아차리고 빠르게 검사를”[아미랑]

입력 2026.03.31 09:00

<아미랑 인터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췌장암은 폐암, 간암과 함께 ‘3대 난치암’으로 꼽힙니다. 조기 발견이 어렵고 치료 효과도 제한적이기 때문인데요. 다만, 최근 생존율이 소폭 개선되고 있고, 예방과 조기 진단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면서 변화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3월 21일, ‘암 예방의 날’을 기념해 국립암센터 우상명 센터장을 만났는데요. 췌장암 관련한 이야기 나눴습니다. 바로 들려드립니다.

-올해로 스물한 번째 맞이하는 암 예방의 날입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암 예방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암 관리의 초점도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 생존 기간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암이 생기기 전 단계에서 막는 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치료 이후 환자의 삶의 질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의료 환경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암 예방 수준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요?
“우리나라는 암 진단과 치료뿐 아니라 예방 체계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가 암 검진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고, B형 간염 백신 의무화 정책을 통해 간암 발생을 줄이는 데도 성과를 냈습니다. 또한 간염 보유자에 대한 정기 추적검사(초음파·혈액검사)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조기 발견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췌장암은 왜 여전히 ‘예후가 나쁜 암’으로 불리나요?
“췌장암은 고형암 중에서도 치료 성적이 낮은 암입니다. 20년 전만 해도 7%를 웃돌았던 췌장암 5년 생존율이 현재 15%로 올라왔지만, 다른 암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낮습니다. 특히 췌장암의 80~90%를 차지하는 ‘췌장선암’은 여전히 치료 성적이 낮습니다.

췌장암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암’입니다. 대장암, 폐암 등 기타 암종은 치료 반응이 높은 표적 항암제가 개발됐습니다. 하지만, 아직 췌장암에서는 그런 효과를 내는 표적 항암제가 없으며 췌장암은 조직 특성상 항암제 침투가 잘 안 됩니다. 또한 췌장암은 다른 암 종보다 유전자 변이가 많아서 표적 항암제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췌장암 위험을 높이는 주요 인자는?
“췌장암 위험요인을 미리 제거하는 게 췌장암 생존율을 결정짓는 요소입니다. 췌장암의 위험인자로는 ▲흡연 ▲당뇨병 ▲만성췌장염 ▲가족력 등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흡연은 현재 알려진 췌장암 위험인자 중 가장 고위험인자입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췌장암 발생률이 2~3배 높으며, 흡연이 원인으로 작용한 경우는 전체 췌장암 발생률에서 약 20%를 차지합니다.

당뇨병도 중요한 위험인자 중 하나입니다. 당뇨병 자체가 췌장암 발생의 위험인자이기도 하지만 또한 역으로 췌장암이 발생하면 이차적으로 당뇨병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가 갑자기 복통, 황달,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의 증상을 보이거나 갑자기 성인 당뇨병이 발생하면 췌장암을 의심하셔야 합니다.

술과 비만도 아주 큰 문제입니다. 술은 우리 사회에서 어느덧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요. 술은 1급 발암물질입니다. 음주는 만성췌장염의 주요 원인으로, 과음 역시 결과적으로는 췌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칼로리 과잉 섭취는 비만으로 이어지고, 비만은 체내 인슐린과 성호르몬 농도를 변화시켜 암 위험을 높입니다.”

교수
국립암센터 우상명 센터장​./사진=김서희 기자
-췌장암 조기검진이 어려운 이유가 궁금합니다.
“췌장은 위치상 영상검사가 쉽지 않습니다. 복부 깊숙이 위 뒤쪽에 있으며 주변으로는 비장과 문맥·간동맥·상장간막정맥·동맥 등 주요 혈관과 인접해 암이 생겨도 발견하기 까다로운 위치입니다. CT, MRI, 내시경 초음파 등이 가능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검사 부담도 커 전 국민 대상 선별검사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현재는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액체생검’이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몸속 깊은 곳에 자리한 췌장암의 조직을 떼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완하는 방법입니다. 액체생검은 혈액이나 소변과 같은 체액에서 떠다니는 암세포가 배출한 작은 DNA 조각을 추출해서 진행하는 유전자 검사입니다. 채혈만으로 시행할 수 있어 비침습적이며, 치료 경과나 재발 여부를 반복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폐암과 대장암 등 일부 암종에서는 이미 액체생검을 통해 특정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있는데요. 췌장암과 관련해서는 임상적으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조직검사를 대체하기보다는 진단과 치료 결정을 보완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연구가 진행 중인 만큼, 수년 내에 췌장암에서도 액체생검이 진단과 치료 결정에 본격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정밀의학 치료법도 궁금합니다.
“췌장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입니다. 종양이 췌장 내에 국한돼 바로 수술이 가능하다면 즉시 수술하고, 수술 후 보조적으로 항암 치료를 시행합니다. 이 때문에 췌장암 환자 가운데 항암 치료를 받는 비율이 높습니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를 중심으로 한 정밀의학 접근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췌장암 조직은 두껍고 단단한 섬유화 기질로 둘러싸여 있어 면역세포의 침투가 어렵습니다. 암세포와 이를 둘러싼 기질, 면역세포, 신호물질 등이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환경이 면역 억제 상태로, 췌장암에서는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매우 제한적입니다.”

-치료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하나의 치료법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를 환자 상태에 따라 복합적으로 적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췌장 주변으로 혈관이나 신경이 많이 자리 잡고 있어 수술 성적이 안 좋을 때도 있으며 췌장암의 높은 재발률을 낮추고자 독한 항암제도 사용되기에 췌장암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암입니다. 또한 치료가 어려운 3기 이상의 환자일수록 소화기내과는 물론 간담췌외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 여러 진료과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논의하는 게 중요합니다.”

-췌장암 의심 신호는?
“췌장암의 초기 증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2주 이상의 소화불량이 대표적인 췌장암 의심 신호입니다. 일반적인 소화불량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지만, 췌장 질환과 관련되면 점점 악화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복통 역시 췌장암 환자의 70%에서 나타납니다. 병원을 방문하기 1~3개월 전부터 미약하게 복통이 발생했다가 점점 심해져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지속적인 복통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당뇨병이 오랫동안 잘 조절되시던 분이 갑자기 이유 없이 혈당이 조절되지 않거나 체중이 늘었다면 췌장암을 의심해야 합니다. 췌장암은 조용히 진행되며, 증상이 뚜렷해졌을 때는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몸에 나타나는 미세한 변화도 그냥 넘기지 마시고 빨리 대응하세요.”

-암 예방법, 실천하기 어렵다고 느껴지는데.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한 달에 1킬로그램을 감량하기 위해 하루에 걷는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는 것처럼,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세요. 평생 해오던 습관을 하루아침에 180도 바꾸려다 보면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작은 변화부터 하나씩 실천해보세요. 한 정거장 미리 내려서 걸어간다든지, 평소보다 채소를 더 섭취한다든지, 술 약속 대신 티타임을 갖는 식으로 생활을 하나하나 개선해나가세요. 매일매일 하나씩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다보면 일상이 바뀌고, 결국에는 암을 예방하는 건강한 삶이 될 겁니다. 무엇보다 국가 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간담도췌장암센터장으로서 국민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씀.
“췌장암은 예후가 불량한 암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습관을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췌장암을 예방하고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는 암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무엇보다 국가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 췌장암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니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췌장암 환자분들도 용기를 잃지 말고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으세요.”

-마지막으로, 지금도 암과 싸우고 있는 분들께 응원의 한마디.
“췌장암이 너무 악명 높은 암으로만 알려져 있다 보니, 췌장암 진단을 받고 무조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종종 있습니다. 환자가 포기해버리면 아무리 좋은 약이나 치료법이 있어도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췌장암은 치료하지 않으면 합병증이 심해지는 질환입니다. 합병증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은 다양합니다. 특히 최근 췌장암에 반응을 보이는 좋은 항암제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꼭 치료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암 자체를 치료하는 것보다 완치 그리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목적의 치료가 중점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의료진을 믿고 치료에 집중하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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