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했더니 파킨슨병 위험 증가?…“원인은 따로 있다”

입력 2026.03.30 11:05
담배와 뇌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흡연 여부가 과거 흡연력보다 파킨슨병 발생과 더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 결과는 질병의 초기 변화로 인해 금연이 이뤄졌을 가능성, 즉 ‘역인과관계’로 해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일부 연구에서는 흡연자에서 파킨슨병이 적게 나타난다는 결과가 보고돼 왔다. 그러나 흡연자는 암이나 심혈관질환 등으로 더 일찍 사망할 위험이 높아, 파킨슨병이 실제보다 적게 관찰됐을 가능성도 제기돼 왔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윤지현 교수와 노원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이준혁 교수 연구팀은 흡연 상태 변화와 파킨슨병 발생 위험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2009~2014년 국가건강검진을 세 차례 모두 받은 40세 이상 현재 흡연자 41만여 명을 대상으로 했다.

대상자는 흡연 상태 변화에 따라 ▲계속 흡연군 ▲재흡연군 ▲최근 금연군 ▲지속 금연군으로 나눴다. 또한 흡연자가 다른 질환으로 먼저 사망해 파킨슨병 진단 기회가 줄어드는 영향을 고려해 분석했다.

추적 기간 동안 파킨슨병을 새로 진단받은 사람은 1794명이었다. 분석 결과, 계속 흡연군과 비교해 최근 금연군은 파킨슨병 발생 위험이 1.60배, 지속 금연군은 1.61배 높았다. 반면 재흡연군은 계속 흡연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특히 최근 금연군과 재흡연군의 차이가 눈에 띄었다. 두 집단 모두 일정 기간 흡연을 했다는 점은 같지만, 마지막 시점에서 흡연 여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위험이 과거 흡연량보다 ‘최근 흡연 상태’와 더 관련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짧은 기간의 금연만으로는 이러한 연관성이 바로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전체 사망 위험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계속 흡연군과 비교했을 때 최근 금연군은 3%, 지속 금연군은 17% 사망 위험이 낮았다. 재흡연군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즉 파킨슨병 발생 위험은 금연군에서 높게 나타났지만, 전체 사망 위험은 금연군에서 더 낮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흡연의 이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금연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여전히 분명하다는 것이다. 윤지현 교수는 “흡연과 파킨슨병의 관계를 시간에 따른 변화와 사망 위험까지 함께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연구 결과를 흡연의 장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준혁 교수는 “파킨슨병 초기에는 후각 저하나 뇌 보상체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담배 의존도가 낮아져 자연스럽게 금연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결과는 금연이 파킨슨병을 유발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질병 초기 변화가 흡연 행동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신경학회 학술지 Neur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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