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가 유튜브를? 가짜 AI 의사 주의보

입력 2026.03.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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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의 음성과 사진을 활용해 이국종 교수를 사칭한 유튜브 채널이 등장해 논란이다.​/사진=유튜브 ‘이국종 교수의 조언’ 채널 캡처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의 음성과 사진을 활용해 이국종 교수를 사칭한 유튜브 채널이 등장해 논란이다.

유튜브 ‘이국종 교수의 조언’ 채널에는 지난 21일 첫 영상이 게재된 이후 총 6개의 영상이 올라왔으며, 대부분 생활 건강 정보를 담고 있었다. 해당 채널은 한때 구독자 약 4만 명을 모았고, 일부 영상은 조회 수 68만 회를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해당 채널은 유튜브에서 검색되지 않는 상태로, 논란이 일자 삭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영상은 실제 이국종 교수가 제작한 게 아니다. 본지가 국군대전병원에 문의한 결과, “현재 이국종 병원장은 유튜브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해당 영상들은 이국종 교수의 목소리를 인공지능(AI)으로 학습시킨 뒤,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TTS(Text-to-Speech)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댓글에는 AI임을 인지하고 이를 알리는 이용자들도 있었지만, 일부 시청자는 실제 이국종 교수가 직접 출연한 것으로 오해하고 감사나 응원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채널 영상은 법적 분쟁뿐 아니라 의료 신뢰를 훼손하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유명인의 목소리나 외모 자체는 저작권법의 직접적인 보호 대상은 아니지만,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원본 영상이나 음원을 수집·복제·가공한 경우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유명인의 인적 가치를 무단으로 활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타)목은 타인의 성명·초상·음성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거래 질서에 반하는 방식으로 무단 사용해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명인의 목소리를 활용한 TTS 콘텐츠 제작이나 이를 통한 광고 행위는 법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업무방해, 사기 등의 법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저작권 문제를 넘어 의료 현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이국종 교수를 활용한 사례뿐 아니라, 최근 SNS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가짜 의사’ 영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나 AI가 만들어낸 잘못된 정보, 왜곡된 수치가 그대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 일반 시청자는 이를 걸러내기 어려운 데다, 제작자가 조회수나 판매를 목적으로 과장·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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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교수의 조언 채널 사진​/사진=유튜브 ‘이국종 교수의 조언’ 채널 캡처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AI 영상에서 본 내용을 근거로 환자가 처방을 거부하거나, 스스로 검사나 치료를 판단해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진료 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실제 의료인의 얼굴과 목소리가 도용될 경우 신뢰도 하락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채널이 의사를 사칭해 의료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 제품 효능을 과장하는 광고 콘텐츠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서 가짜 전문가·유명인을 활용한 딥페이크 광고가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는 실제와 구분이 어려워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고,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에 대한 오인·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부족해 AI 콘텐츠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노년층을 중심으로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2월 제7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AI 등을 활용한 시장 질서 교란 허위·과장광고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AI로 생성한 사진·영상을 게시할 경우 해당 콘텐츠가 AI로 제작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표시해야 하며,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유통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이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해 2026년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에서도 관련 규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AI로 생성한 의사·약사 등 가상 전문가를 내세운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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