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퇴보만? 65세 이상 절반은 인지·신체 기능 개선

입력 2026.03.22 15:01
행복한 노인
노인들의 건강 상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개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년의 노화는 흔히 신체적·인지적 쇠퇴로 이어지는 점진적인 과정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노인들의 건강 상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히려 개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 연구팀은 미국 노인을 대상으로 한 장기 조사인 ‘건강 및 은퇴 연구(Health and Retirement Study)’에 참여한 1만1000명 이상의 참가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전반적인 인지 기능 평가를 통해 인지 기능의 변화를, 보행 속도를 통해 신체 기능의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최대 12년의 추적 기간 동안 참가자의 45%는 두 가지 영역 중 최소 한 영역에서 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약 32%는 인지 기능이 개선됐고, 28%는 신체 기능이 향상됐다. 특히 인지 기능 점수가 감소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된 참가자까지 포함할 경우, 절반 이상이 노화와 함께 인지 기능이 반드시 저하된다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평균값만 보면 노화에 따라 기능이 점차 감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개인별 변화를 살펴보면 상당수 노인이 오히려 기능이 향상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일부 참가자는 기능이 개선되고 일부는 그렇지 않은 이유에 대한 요인도 분석했다. 연구팀은 결과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참가자들의 ‘노화에 대한 믿음’을 꼽았다. 연구 시작 시점에서 노화에 대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가설을 세운 것이다.

그 결과, 연구 시작 시점에서 노화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참가자일수록 인지 기능과 보행 속도 모두에서 향상을 보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나이, 성별, 교육 수준, 만성질환 등 다른 변수를 고려한 이후에도 유지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연구 주저자인 베카 레비 예일대 공중보건대학원 공중보건·심리학 교수의 ‘고정관념 체현 이론’을 뒷받침한다. 이 이론은 사회와 문화 속에서 형성된 노화에 대한 고정관념이 개인의 신체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레비 교수의 이전 연구에서도 부정적인 노화 인식이 기억력 저하, 보행 속도 감소,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같은 생체 지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베카 레비 교수는 “많은 사람은 노화를 신체적·인지적 능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과정으로 생각하지만, 이번 연구는 노년기에도 기능이 개선될 여지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며 “노화에 대한 믿음은 변화될 수 있는 만큼, 개인 차원과 사회적 차원 모두에서 개입할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노인병학(Geriatrics)’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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